
태양계의 행성은 몇 개일까?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그리고 해왕성까지 8개다. 이 정도는 천문학에 문외한인 이들도 상식처럼 알고 있다. 물론 항상 답이 8개라는 법은 없다. 1930년부터 2006년까지 76년 동안 태양계의 행성이 9개였던 적도 있으니까. 지금도 몇몇 천문학자들은 해왕성 바깥, 태양계의 멀고 어둑한 부분을 망원경으로 훑고 있다. 그곳의 차가운 소천체 사이에서 새로운 ‘행성 X’을 찾기 위해서다. 아홉 번째 행성은 정말 있을까.
명왕성이 강등된 자리에서 행성 X 추적이 시작됐다
태양계의 행성 숫자가 바뀐 가장 최근 연도는 2006년이다. 당시 국제천문연맹(IAU)의 규정 개정으로 명왕성이 행성(Planet)에서 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재분류되며, 행성이 9개에서 8개로 줄었다. 이 사건과 발견을 기다리는 미지의 ‘행성 X’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여기서부터 행성 X 이야기는 시작됐다. 명왕성과 행성 X 모두 해왕성 바깥을 도는 천체, ‘TNO(Trans-Neptunian Object)’라는 공통의 정체성을 갖기 때문이다.

1781년 천왕성 발견
영국의 천문학자 남매인 프레데릭 윌리엄 허셜과 캐롤라인 허셜이 천왕성을 발견했다. 천왕성의 발견은 근대 천문학사 최초의 행성 발견이자, 인간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고전 행성’이었던 토성 바깥에도 행성이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1846년 해왕성 발견
천왕성의 궤도가 중력 이론에 의한 예측과 맞지 않자, 프랑스의 천문학자인 알렉시 부봐르는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행성이 천왕성의 궤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후 독일 천문학자 요한 고트프리트 갈레가 예측된 위치에서 미지의 행성을 발견하고 해왕성이라 이름 붙였다.
1930년 명왕성 발견
1930년 미국 천문학자가 클라이드 톰보가 해왕성보다 더 먼 거리에서 새로운 떠돌이별을 발견했다. 이 천체는 해왕성 너머 궤도에서 발견된 첫 번째 ‘해왕성 바깥 천체(TNO)’였다. 이후 이 떠돌이별은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인 ‘명왕성’으로 명명됐다.
1992년 첫 카이퍼 벨트 천체 ‘알비온’ 발견
미국의 천문학자 데이비드 주잇과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제인 루는 1992년, ‘15760 알비온’이라는 천체를 발견했다. 이 천체는 해왕성 바깥에 소천체가 밀집한 지역인 ‘카이퍼 벨트’가 실제로 존재함을 드러냈다. 알비온 이후로 명왕성과 비슷한 궤도와 질량을 가진 TNO가 꾸준히 발견되면서 명왕성의 행성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2005년 명왕성보다 더 큰 TNO ‘에리스’ 발견
2005년 명왕성보다 더 큰 천체로 추측되는 TNO ‘에리스’가 발견됐다(현재는 크기는 살짝 작고, 질량은 약 27% 정도 큰 것으로 관측됨). 에리스를 비롯한 여러 TNO들이 모두 새로운 행성으로 인정받을 상황이었다. 결국 2006년 8월 24일, 국제천문연맹(IAU)은 행성의 정의를 개정했다. 명왕성이 새로 추가된 ‘왜소행성’으로 재분류되면서 태양계 행성은 8개로 줄어들었다.
2016년 행성 X의 존재 가능성 제기
TNO 연구는 계속됐다. 2016년 마이클 브라운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팀은 먼 거리를 움직이는 TNO인 ‘산란원반천체’의 궤도들이 상당히 한 쪽 방향으로 쏠려있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거대 천체의 중력이 작용하면 이 쏠림이 설명된다고 주장했고, 이것이 “행성 X가 있다”는 내용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