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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베라 루빈 천문대가 행성 X 찾아낼 것”

▲Jacqueline Ramseyer Orrell/SLAC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
완성된 베라 루빈 천문대의 디지털 카메라. 32억 화소의 장비로, 보름달 45개 면적의 하늘을 한 번에 포착할 수 있다. 2025년 7월부터 가동 예정인 베라 루빈 천문대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 연구, 태양계 가장자리의 해왕성 바깥천체(TNO) 연구 등에 쓰일 예정이다.

 

“베라 루빈 천문대가 ‘게임 체인저’가 될 겁니다.” 바티긴 교수는 2025년 7월부터 가동될 칠레의 베라 루빈 천문대에 행성 X 연구의 미래를 걸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과 에너지부가 건설한 이 천문대는 암흑 물질의 증거를 처음으로 찾은 천문학자 베라 루빈의 이름을 땄다. 베라 루빈 천문대의 핵심 장비는 직경 8.4m의 망원경과 이 망원경을 통해 모인 별빛을 촬영할 3200 메가픽셀, 즉 32억 화소의 디지털 카메라다. 이 카메라는 지금까지 제작된 가장 큰 디지털 카메라로 소형차 정도의 크기를 자랑한다. 이 장비들이 조합된 결과, 베라 루빈 천문대는 보름달 45개 면적의 엄청나게 넓은 하늘을 한 번에 포착할 수 있다.  

 

태양계 천체 관측은 베라 루빈 천문대의 주된 연구 목표 네 가지 중 하나다. 천문대 측은 앞으로 10년 동안 꾸준히 남반구 전체 밤하늘을 반복해서 촬영하면,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10~100배 더 많은 태양계 내 천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한 번에 넓은 범위를 촬영하니 관측 편향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된다. 그렇게 많은 TNO가 발견되면 행성 X의 정체도 곧 드러나리란 것이다.

 

“약 1년 안에 아홉 번째 행성을 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브라운 교수의 희망섞인 전망만큼은 아니지만, 정안 연구원도 “늦어도 5년 뒤까지는 행성 X가 있을지 없을지 결론이 날 것”이라 말했다.

 

▲NASA/FUSE/Lynette Cook
태양계 형성 초기의 상상도. 원시 행성계 원반에서 행성이 형성되고, 행성이 되지 못한 소천체들은 바깥으로 밀려나 현재의 해왕성 바깥천체(TNO)를 이뤘을 것으로 추측된다. 즉 TNO 연구는 태양계의 기원과 진화를 밝히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태양계 기원의 비밀은 행성 X 너머에

 

“9번째 행성이 발견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베라 루빈 천문대가 찾지 못한다면 슬플 겁니다.” 에리스, 명왕성, 딸까지 인생의 여러 접점과 닿아있어서일까. 브라운 교수가 행성 X에 거는 기대는 커보였다.

 

정안 연구원은 “TNO 연구자들에게 행성 X는 ‘오컴의 면도날’ 같은 존재”라고 설명한다. ‘더 적은 수의 논리로 설명이 가능한 경우, 많은 수의 논리를 세우지 말라’는 14세기 영국 수사 오컴의 제안처럼, 행성 X의 존재가 현재까지 발견된 TNO들의 궤도를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TNO들이 더 발견되면 행성 X 없이도 TNO의 분포가 설명될 수도 있어요.” 정안 연구원의 말이다.

 

그러니, 행성 X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TNO 연구를 통해서 태양계의 기원은 물론 다양한 사실을 알 수 있다. 2024년 말 정안 연구원이 포함된 국제 연구팀이 미국천문학회 산하 분과 모임인 DPS(The Division for planetary sciences)에서 발표한 연구도 그렇다. 

 

연구팀이 관심을 가진 소천체는 TNO 중에서도 유별난 궤도를 가졌다고 알려진 세드나족이다. 그는 3개의 세드나족 천체인 세드나, 2012 VP113, 렐레아쿠호누아와, 최근에 발견된 또 다른 TNO인 ‘암모나이트’의 궤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시뮬레이션했다. 그러자 약 42억 년 전, 네 천체의 근일점 경도가 거의 비슷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태양계 형성 초기인 42억 년 전 어떤 중력적 사건이 벌어져 비슷한 궤도를 돌던 네 천체를 흩뜨렸다는 의미다. 

 

정안 연구원이 의심하는 범인은 ‘사라진 원시 행성’이다. “원시 행성의 영향으로 네 TNO의 궤도가 흐트러졌고, 영향을 미친 행성은 태양계 밖으로 밀려나 사라졌을 수 있죠.” TNO 연구가 현재의 행성 X 대신 과거의 사라진 행성을 찾아낸 것이다. 

 

바티긴 교수도 행성 X 탐색은 행성 X를 넘어선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우리가 행성을 발견한다면, 이는 행성 과학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겁니다. 행성이 발견되지 않아도 그 과정에서 발견한 사실들이 태양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계속 풍부하게 해줄 겁니다.” 

 

▲Olivier Bonin/SLAC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
“베라 루빈 천문대가 지어지고 TNO가 더 발견되는 만큼 새롭게 설명해야 하는 천체와 현상도 늘 거예요. 행성 X로 대표되는 TNO 연구는 앞으로도 태양계의 형성과 진화를 설명하는 창이 되어줄 겁니다”

 

 

용어 설명
 세드나족(Sednoid) : 근일점 거리가 50AU보다 크고, 궤도 장반경이 150AU보다 큰 TNO. 비슷한 소천체 중 처음으로 발견된 ‘세드나(Sedna)’에서 이름을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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