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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 일부의 과학무시현상과 과학몰이해가 어우러져 몬도가네식 식습관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 국민처럼 몬도가네식 탐식(貪食)을 하는민족은 이 지구상에 없다. 몸에 좋다고만 하면 지렁이까지 먹을 정도이니, 이쯤되면 건강맹신주의는 이미 도를 지나치고 있다. 그 앞뒤를 가리지 않는 보신신앙 탓에 가장 수난을 겪고 있는 것은 애꿎은 동물들이다.

이제는 심산유곡에 가도 뱀이나 개구리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고 보면, 그 피해는 생태계 전반에 미치고 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쓸개즙을 빼내기 위해 곰에게 끔찍한 가혹행위를 서슴지 않는 장면이 TV화면을 통해 방영돼 수많은 사람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국회에까지 그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됐으나 따지고 보면 이런 일은 결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지금도 어떤 곳에서는 그보다 더 잔혹한 동물학대행위가 자행되고 있을 것이 뻔하다. 아마도 이번 곰파문이 가라앉으면 또 다른 어떤 희생동물이 곰의 고통을 이어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의 사회풍조가 잔인한 행위에 대해서만 비난을 집중시키고 있을 뿐이지 여건만 되면 거액을 들여서라도 이른바 스태미너식을 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줄을 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위 몸보신식품이 값비싸게 팔리고 너나없이 입맛을 다시게 된 배경에는 우리의 가난하고 영양이 부족했던 과거가 오버랩되고 있다는 다소 동정이 가는 원인분석도 있다. 잘 못먹고 굶주려서 해친 건강을 뭔가 신비한 효능을 빌려 회복 하겠다는 바램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굳이 그런 것들을 먹지 않아도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런 험오식품을 많이 찾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의 비과학성 때문이다. 또 관련 학자들의 직무유기(?)에도 그 책임의 일부를 돌릴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국민은 큰 돈을주고 산 식품이 어떤 성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왜 약효를 갖게 되는가를 알지 못한다. 엄밀히 얘기하면 아예 알려고 하지도 않고 그저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따라 먹는다. 그 식품을 먹고 나서 가끔 효과를 봤다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위약효과(placebo)일 가능성이 크다. 비싼 약을 먹었다는 심리적 위안이 잠시 몸에 힘이 솟게 할 뿐이라는 얘기다. 하기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자랑하는 서양인들도 과거에는 위약으로 처방된 악어의 똥, 돼지 이빨, 당나귀의 발굽, 파리의 기름기, 독사, 개미의 기름, 인간의 땀, 지렁이, 늑대, 거미, 깃털 등을 먹고 심리적 안정을 보였으니, 가짜약도 단기간에는 천하의 영약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그 효과가 오래가는 법은 없고, 부작용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이번 곰사건과 같이 일부러 개복수술을 한 경우에는 수술부위가 곪아 농이 흘러 내릴 수도 있고, 곰의 체내에 항생제가 다량 축적돼 있을 소지가 크다. 현재 소나 돼지고기에 대해서는 얼마나 항생제가 체내에 잔류하고 있나를 간혹 점검하고 있으며, 그 잔류정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면 폐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곰과 개에게는 그런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으므로 생식자는 사람에게 투약하거나 주사하는 양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쏟아 붓는' 엄청난 양의 '저급' 항생제를 상당량 전달받게 돼 있다. 어쩌면 곰으로부터 이행된 다량의 항생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감수한 사람이 병원에 가서는 되도록 항생제 주사를 맞지 않으려고 노력할지도 모른다.

어떤 동물이건 그 동물 특유의 병이 있고 기생충이 있다. 간혹 동물의 질환들은 사람에게 전파되기도 하는데 이를 일컬어 인수(人獸)공통전염병이라고 한다. 이 병들은 의과대학에서 자세히 다뤄지지 않고 있어 의사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적지 않은 사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수공통전염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88올림픽 직전 보신탕집을 일시에 경영난에 빠지게 했던 개의 브루셀라 병도 그런 병의 한 예지만 사실은 개의 브루셀라는 인수공통전염병 중에서는 C급 정도에 해당한다.

이렇게 기생충 전염병 항생제 바이러스 세균 등 온갖 나쁜 것이 모두 전이될 수 있는데도 끝까지 몬도가네식을 고집한다면 그것은 과학과 의학에 대한 몰이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만약 우리가 계속해서 식품위생학자의 한결같은 충고를 거부 한다면 과학을 홀대하는 대가는 우리 몸이 지불하게 돼 있다.

아무튼 앞으로도 당분간 몬도가네식 식습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가하게 손가락질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국민 상당수가 즐기는 것이라면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부터라도 관련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 사실 그동안 이런 연구를 본격적으로 수행할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문제점을 지적하면 사방에서 협박이 날아오기 일쑤였고 관계기관에서도 "일부러 골치아픈 일을 만들지 말자'는 식으로 연구활동에 대한 지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실례로 개의 브루셀라 병을 터뜨린 이모교수에게 온갖 위협이 가해졌다는 것은 유명한 얘기고, 어떤 동물의 항생제잔류치를 조사한 위생학자가 끝내 그 결과를 발표하지도 못했다는 것은 이 분야의 현실을 잘 대변해 준다.

아무튼 곰학대현장의 고발로 야기된 동물보호에 대한 관심이 지난 날처럼 일과성으로 그치지 말고 앞으로는 그들의 숨죽인 신음소리에 늘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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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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