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오염수를 정화, 희석해 방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처리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쿠리온과 사리라는 장치로 방사성 핵종인 스트론튬(Sr)과 세슘(Cs)을 제거한다. 그 다음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를 이용해 방사성 핵종 62종을 추가로 거른다. 걸러 낸 오염수는 방사성 핵종의 농도를 측정하는 측정〕확인용 설비로 보내, 측정 결과가 기준치 이하면 희석 후 방류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시 알프스를 거치게 한다.
하지만 이처럼 체계적인 정화 계획을 듣고도 불안은 가시질 않는다. 2013년 알프스로 오염수 처리를 시작한 이래 몇 차례 고장이 발생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알프스 설비에 장착된 오염수를 보관하는 탱크 중 일부의 바닥에 진흙과 비슷한 상태의 침전물이 쌓여 있는 것이 확인됐지만 도쿄전력이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일본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2021년 공개된 영상에서는 원자로 내부가 파손된 모습도 등장했다. 일본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 발표한 정화 계획을 과연 믿을 수 있는가 의심스러운 이유다.
알프스에서 방사성 핵종을 거르는 필터를 제 때 교환하는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알프스는 이온교환수지필터로 이온을 교환해 핵종을 흡착해내는데, 필터를 주기적으로 교환하지 않으면 정화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황유훈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이온교환수지필터나 흡착제는 기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오염물질의 최대 용량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전력은 자체 분석 결과 정화 성능이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필터를 교체하고, 다 쓴 필터는 폐기물로 처리한다고 밝혔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필터, 오작동, 침전물 등 여러가지 이유로 정화 처리 속도가 늦어질 수는 있어도,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오염수가 원전 밖으로 방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조형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설사 오염수 저장탱크에 침전물이 가라앉아 스트론튬과 세슘이 덜 걸러진 채로 측정〕확인용 설비에 들어갔다 해도, (방류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재정화 필요수로 분류돼 희석〕방출 설비로 보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알프스 처리 과정을 거친 처리수 중, 방류 기준을 충족하는 양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국내 검증기관에서는 이런 재정화 필요수가 충분히 재정화되는지 확인해야할 것”이라며 “만약 방류가 시작된다면 국가, 민간 차원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팩트체크
❶오염수 처리 시설은 ‘루프(loop)’ 구조로 설계돼 기준을 만족할 때까지 반복 정화한다. 때문에 위험한 오염수가 중간에 방출될 가능성은 낮다.
❷도쿄전력은 알프스의 흡착 필터가 수명을 다하면 교체해 폐기물로 처리하고 있다. 필터를 제 때 교환하는지 여부를 잘 감시할 필요가 있다.
❸현재 방류 기준을 만족하는 처리수의 양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를 장기적으로 방출하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