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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에서 가장 온도가 높고 중력이 강한 태양. 여기에 차갑고 부서지기 쉬운 혜성이 돌진하는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을까.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태양관측위성 SDO(Solar Dynamics Observatory)가 작년 7월 태양에 접근했던 혜성이 소멸하는 현장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혜성이 태양 표면을 가로지르고 있는 순간을 관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관측 결과는 ‘사이언스’ 1월 20일자에 실렸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는 우주에 떠다니고 있는 먼지와 가스구름에서 만들어졌다. 약 46억 년 전 이런 물질이 수축해 서로 합쳐진 뒤 점점 자라 ‘미행성(planetesimal)’이라고 불리는 행성의 씨앗이 됐다. 미행성이 뭉쳐 만들어진 것이 행성이다. 그런데 행성이 되기에는 양이 부족한 경우가 있었다. 이런 미행성이 그대로 남은 것이 오늘날의 혜성이다. 혜성은 태양계 형성 당시의 정보를 보존하고 있는 타임캡슐인 셈이다.

혜성의 크기는 대략 수백m부터 수십km까지 다양하다. 혜성이 태양 가까이에 접근하면 열 때문에 휘발성 성분(주로 얼음)이 녹아서 웅장하고 아름다운 꼬리가 길게 이어진다. 최근에는 생명과 관련 있는 유기물이 혜성에 풍부하다는 사실까지 알려져, 혜성이 지구의 생명과 물의 기원이 아닐까 주목하는 연구자도 많다.

혜성은 ‘폭신폭신한 눈뭉치’

혜성은 역사적으로 불길한 전조로 생각돼 왔다. 갑작스럽게 출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8세기 초에 고전역학이 체계화되면서 혜성도 행성처럼 태양 주위를 도는 천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1980년대에 접어들자 탐사기나 지상망원경, 우주망원경 기술이 발달했고, 혜성에 대한 지식도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혜성이 대단히 잘 붕괴한다는 사실(연약함)이 제기됐다.

혜성은 태양계가 만들어지던 초기에 먼지와 얼음이 가볍게 뭉쳐서 만들어진 천체다. 따라서 결합력이 다른 천체에 비해 대단히 약하다. 혜성의 강도는 푹신푹신한 눈 결정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혜성이 여러 개로 갈라지는 현상이 자주 관측돼 왔다. 1994년 목성에 충돌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슈메이커-레비9 혜성’은 목성의 중력(엄밀히 이야기하면 조석력) 영향으로 여러 개의 파편으로 나뉘었다. 혜성이 목성의 중력으로도 부서진다면, 태양 가까이에 접근하면 더 쉽게 부서질 것이다.


[1994년 목성과 충돌한 슈메이커-레비9 혜성은 충돌 직전 목성의 기조력 때문에 산산조각이 난 뒤 차례로 목성과 충돌했다.]



혜성 가운데에는 태양 가까운 곳을 통과하는 천체가 많이 존재한다. 이런 혜성을 ‘선그레이징 혜성’이라고 부른다. 선그레이징 혜성 가운데에는 거의 같은 궤도를 도는 혜성 그룹이 있는데 이를 ‘크로이츠군(群) 선그레이징 혜성’이라고 한다. 여기에 속하는 혜성은 현재까지 약 1000개 이상이 발견됐다. 크로이츠군 천체는 한 개의 거대한 혜성(추정 지름 10~50km)이 태양의 중력에 의해 산산조각나 만들어진 파편으로 추정된다. 크로이츠군은 태양에 가까이 다가가기 때문에 열에 의해 분출물이 많이 나온다. 이 때문에 거대혜성이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1965년 관측된 이케야-세키 혜성이나 작년 12월 태양에 접근해 통과한 뒤 대혜성이 된 러브조이 혜성 등이 그 예다. 최근 태양관측위성 SOHO(Solar and Heliospheric Obser-vatory)는 관측 이미지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사용해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선그레이징 혜성을 많이 발견하고 있다.

SOHO에 실린 태양관측장치(코로나그래프)에는 중앙부분에 차광판이 붙어 있어 태양 자체의 빛을 막을 수 있다. 원래는 태양 주위에 아른아른하게 빛나는 고층 대기 코로나를 분석하기 위한 장치지만, 태양에 가깝게 접근하는 혜성을 발견하는 데 아주 적합하다. 하지만 이 차광판 때문에 SOHO가 관측해온 혜성은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상태에 국한돼 있었고, 태양에 가장 접근한 때의 모양은 관측할 수가 없었다.





‘혜성의 최후’ 그 극적인 순간

이번에 SDO는 C/2011 N3라는 이름의 혜성이 태양 코로나를 통과하는 순간의 모습을 자외선으로 포착했다. 화상을 보면, 차가운 혜성의 핵 속 물질이 급격히 가열돼 밝은 태양을 배경으로 했음에도 빛나고 있다(96쪽 아래 사진). 연구팀은 “혜성 자체나 코마는 보이지 않고 고리만이 화상에 비친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100만t 이상의 혜성 물질이 가스가 돼 태양 대기와 섞였고, 일부는 태양풍이 돼 다시 행성간물질로 돌아갔다. SOHO가 며칠에 한 번씩 태양에 돌입해 소멸하는 혜성을 관측하고 있다는 점으로 추정하면, 상당한 양의 혜성 물질이 태양 대기와 섞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 일부는 태양풍으로 행성간물질이 되고, 그 중 일부는 지구궤도까지 확산됐을 것이다.

연구팀은 선그레이징 혜성 관측이 태양 코로나 연구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열된 혜성물질은 이온화된다. 이온화된 물질은 태양의 자기장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혜성이 태양에 돌입하고 있는 모습을 조사하면 태양의 자기장 구조를 조사할 수 있다.

작년 12월 러브조이 혜성이 태양에 접근했을 때다. 러브조이 혜성은 태양 통과 뒤 대혜성이 됐다. 이번 C/2011 N3 혜성은 태양표면에서 사라져 버렸지만, 러브조이 혜성은 태양 근처의 작렬하는 환경을 극복하고 살아 돌아왔다. 이 혜성이 태양의 중력장에서 붕괴되지 않은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었다. 또 태양으로부터 열을 받은 뒤에도 혜성에 얼음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도 눈길이 갔다. 필자와 같은 태양계 연구자들은 혜성 탐사를 통해 표면의 모습을 상세히 관찰하고 특성을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SDO가 관측한 이번 결과는 새로운 수수께끼를 던져주는 것 같다.

2012년 3월 과학동아 정보

  • 에디터·번역 윤신영 | 본문 글 이시구로 마사테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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