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내가 만난 노벨상 수상자]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학자

필자는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2008부터 2013년까지 근무했다. 필자의 연구 주제는 ‘miRNA’와 ‘siRNA’ 등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RNA였다.


2008년 다우드나 교수의 연구실에서 RNA 연구를 시작할 당시, 다우드나 교수는 이미 크리스퍼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크리스퍼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 중요성에 대해 대해 누구보다 많은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그리곤 결국 2012년에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와 함께 크리스퍼-캐스9을 유전자 가위로 활용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왜 박테리아는 바이러스의 DNA를 저장할까’ ‘왜 기존 유전자 가위는 상용화되기 어려울까’ 등 그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을 좋아했다.


실험에 대해 의논할 때는 기술적인 어려움보다는 해당 연구가 가지는 의미에 초점을 맞춰 질문했다. 이런 방식은 연구 주제를 결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가령 ‘왜 이 연구를 해야하는가’로 연구의 중요성을 판단했다. ‘왜 특정 실험을 포함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연구 과정을 설계하고 ‘해당 연구가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완성된 연구에서 의미를 찾아냈다.
다우드나 교수의 연구에 대한 태도와 접근방식은 필자를 비롯한 많은 연구자에게 본보기가 됐다. 그는 창의적이고 지적이며, 도전을두려워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 분야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 혁신의 상징이었다.


일례로 필자가 다우드나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그는 이미 잘 알려진 RNA 연구의 전문가였다. 하지만 새로운 분야인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척해냈다.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를 꿈꾸는 과학동아 독자들에게도 항상 큰 꿈을 가지고 도전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만약 다우드나 교수가 기존 연구 분야에만 집중하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했다면 크리스퍼-캐스9를 만든 위대한 연구는 다른 이들의 몫이었을 것이다. 남들이 준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질문하길 바란다. 질문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이호영. 서울대 화학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테리아를 이용한 천연물 합성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2008~2013년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현재는 미국 생명공학기업인 제넨텍에서 면역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연구에 힘쓰고 있다. hoyoungL@gmail.com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