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3'이란 영화에서 처럼 우주선 내에서는 중력의 영향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지상에서와는 다른 현상을 볼 수 있다. 어떻게 무중력 상태가 생기는 지. 무중력 상태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자.
무중력 상태에 대하여
우리는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 내부가 무중력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무중력 상태를 인공위성에 타고 있는 사람이 “g=0”인 상태에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무중력 상태란 중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없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사실 인공위성은 중력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상태가 아니라, 궤도를 그리면서 돌고 있는 것도 중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중력이 작용하지 않으면 인공위성은 행성 사이의 공간으로 날아가 버릴 것이다. 그러나 인공위성 안에 있는 우주인은 “무게가 전혀 없는”상태에서 둥둥 떠다니기 때문에 혼동이 생긴 것이다.
커다란 포탄이 있어서 사람이 탄 채로 발사되었다면 그 안에 있는 사람은 무중력 상태를 느끼게 된다. 포탄이나 사람이 모두 같이 운동하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우주인들에 대한 무중력 상태 체험 훈련을 할 때, 비행기로 무중력 상태를 만든다. 비행기를 발사된 포탄과 똑같이 날아가게 하면 그안에 탄 사람은 무중력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 아폴로 13호의 촬영도 이 비행기 안에서 한 것이다.
엘리베이터의 줄이 끊어지면
2백m높이의 63빌딩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갑자기 줄이 끊어졌다고 생각해 보자 {실제로는 안전장치가 잘 갖추어져 있어 위험하지 않지만 여기서는그것이 없다고 가정하자.}. 이 때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모든 물체는 엘리베이터와 함께 떨어진다. 발밑에 체중계가 있다면, 체중계에 힘을 작용하지 않게 되므로 체중계의 눈금은 0이다. 동전을 떨어뜨려도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7초 정도의 짧은 순간이지만 무중력 상태가 만들어진다.
인공위성의 원리를 이야기할 때 “지구로 영원히 낙하하고 있는 중”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이 말은 인공위성이 앞으로 운동하고 있기 때문에 지구로 떨어지면서 움직이는 길이 원운동에 꼭 맞는다는 뜻이다. 인공위성이 이보다 속력이 느리면 지구로 점점 다가가서 떨어져 버릴 것이며 속력이 약간 빠르면 타원 궤도를 그리게 된다. 이 인공위성에 탄 사람도 인공위성과 똑같이 영원히 지구로 낙하하고 있는 중이므로 낙하하는 엘리베이터나 발사된 포탄에서와 마찬가지로 무중력 상태를 느낄 것이다.
인공위성 속의 물리
①인공위성 안에서는 중력이 물체를 바닥에 잡아 두지 않으므로 마찰력이 없다. 무중력 상태는 아주 좋은 공기 테이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주인이 승무원 실의 한 가운데에 정지해 있다면 그는 천장이나 마루 바닥 또는 다른 어떤 벽으로도 이동해 갈 수 없다. 다른 승무원이 와서 밀어 줄 때까지 그곳에 정지해 있어야 한다. 움직이고 있던 음식물은 벽에 닿거나 사람의 입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계속 운동한다. 친구의 어깨를 뚝 치기만 해도 자신과 친구는 떠서 운동하게 된다.
②우리는 서랍을 열 때 받는 반작용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발바닥이 고정되지 않은 우주인이 서랍을 당기면 서랍은 열리지 않고 오히려 우주인이 서랍 쪽으로 끌려간다. 또 우주인이 나사를 잠그기 위해 드라이브를 돌리면 나사가 돌아가는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③무중력상태에서는 터지지 않는 비누방울과 물방울을 볼 수 있다. 표면장력은 지구 중력에 비해 미약한 힘이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표면장력의 효과가 뚜렷하지 않아 우유를 엎지르면 낮은 곳으로 흘러내린다. 그러나 무중력 상태에서 우유를 엎지르면 흘러내리지 않고 방 한가운데에 구를 만든다.
④무중력 상태에서는 무게가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유체의 압력도 없고 그래서 부력이나 침전 현상도 생기지 않는다. 코르크 마개가 물속에 잠기지도 않고, 거품이 위로 올라오지도 않는다. 사이다 같은 탄산 음료에는 탄산가스가 그대로 머물러 있어서, 마시기에 별로 좋지 않는 상태가 된다. 또한 초코렛 우유에서 초코렛이 우유 아래로 가라앉아 층을 만들지도 않는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대류가 일어나지 않는다. 공기 층의 무게가 없기 때문에 뜨거운 공기는 올라가지 않는다. 열을 받으면 물론 팽창하지만 그곳에 그냥 머물러 있다.
생리적인 영향
①우주인의 얼굴이 붓는다. 지구에서는 중력의 영향으로 인체에 들어 있는 액체가 발 쪽에 많이 모여 있다가 궤도에서는 유체들의 평형 상태가 달라지므로 위로 올라가게 된다.
②우주인의 키가 2.5cm정도 커진다. 관절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관절의 간격이 벌어진다. 물론 지구로 다시 돌아오면 키는 원래 상태로 되돌아간다.
③심장 근육이 혈액을 펌프질하는데 힘이 적게 들게 된다. 다리로부터 혈액이 심장으로 되돌아오기도 쉽고 머리로 혈액을 내기도 쉬워진다. 이것은 우주에서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으나, 긴 기간을 우주에서 생활하다가 지구로 되돌아 왔을 때 문제가 된다.
④생리학적으로 위와 아래를 구분할 수가 없게 된다. 자기 몸이 평형 상태에 있는지 혹은 회전하고 있는 지를 느끼는 감각기는 우리 귀의 안쪽(내이)에 있다. 그런데 이런 감각 기관은 중력에 의해 자극을 받는다. 예를 들어, 우리의 머리가 기울어지면 속귀에서는 머리가 기울어졌다는 신호를 뇌에 보낸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이런 감각기가 작용을 할 수 없고, 몸의 상태를 뇌에 전달할 아무런 생리학적 기관도 없다. 따라서 우주인들은 신체의 감각만으로는 위아래를 구별하지 못한다.
식사
우주비행 초창기에는 우주비행사들이 튜브안에 반죽형태의 음식을 입안에 짜넣어 식사를 해결해야만 했다. 우주왕복선 시대에 들어와서는 스테이크나 달걀 등 지상에서와 같은 음식을 쟁반위에 차려놓고 포크나 숟가락으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조심스럽게 먹어야 달걀과 스테이크가 날라 다니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첨단 산업
최초의 우주제품은 1980년대 우주왕복선에서 액체 플라스틱으로 만든 아주 미세한 공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중력의 영향이 없어서 완벽한 '구'가 된다. 바늘끝만한 크기의 이 공들은 현미경 위에 나란히 놓아 크기를 재는 기준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미세한 구멍이 뚫린 필터를 시험하는데 쓰이는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이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