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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내에 거대한 용이 산다

빛으로도 7년 걸리는 몸뚱어리

은하수의 우리말인 미리내는 용을 뜻하는 ‘미르’와 강물을 뜻하는 ‘내’가 합쳐진 말이다. 전설에 따르면 하늘나라 강물인 은하수 속에 용이 산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올해는 병술년으로 ‘개의 해’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그 해의 띠에 얽힌 동물을 이야기한다.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그런데 열두 띠 동물 중에서 존재하지 않는 동물이 있다. 바로 용이다.

용이 지구에 없다면 혹시 우주에 살고 있지 않을까. 전설에 따르면 큰 구렁이 이무기가 천년을 묵으면 용이 돼 구름을 타고 승천한다고 한다. 하늘로 올라간 용이 밤하늘 어딘가를 누비고 있을 것만 같다.

시커먼 용이 은하수의 붉은 물 속에서 힘차게 헤엄치고 있는 모습이 칠레에 있는 구경 8.2m짜리 제미니망원경에 포착돼 지난해 8월 공개됐다. 머리에는 뿔 같은 게 달려 있고 삐죽삐죽 뻗어 나온 비늘이 수없이 많다. 몸뚱이는 뱀처럼 길게 구불거려 전체 모습이 꼭 용을 빼닮았다. 어떻게 용이 우주의 커다란 강에서 노닐게 된 걸까.

그 이유를 용을 닮은 별자리인 용자리에 내려오는 얘기에서 찾아보자.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님프 헤스페리데스의 동산에는 황금 사과가 열리는 나무를 지키는 거대한 용 라돈이 살고 있었다. 영웅 헤라클레스가 자유를 얻기 위한 12가지 고역 가운데 11번째 임무가 바로 이 황금 사과를 따오는 일이었다. 헤라클레스는 라돈의 머리를 무참하게 베고서 임무를 완수했고 이 용은 하늘로 올라가 별자리가 됐다고 한다.

그런데 황금 사과를 지키던 용 라돈의 머리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였다고 전해진다. 몸뚱이는 용자리가 되고 혹시 영웅에게 잘린 머리 하나는 피를 흘리며 은하수에 빠진 것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밤하늘에는 헤라클레스 발 아래 용자리가 있고 그 근처에 은하수가 흐른다. 검은 용이 헤엄치는 은하수도 핏빛이다.

용을 닮은 천체는 NGC6559라 불리며 지구에서 궁수자리 방향으로 5000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검은 용의 길이는 대략 7광년이라고 추정된다. 빛으로 가도 주둥이에서 꼬리까지 7년이나 걸리는 용이 어떻게 태어났을까.

NGC6559는 별들이 태어나는 영역으로 유명하다. 용을 빼닮은 검은 구조는 주변 빛을 흡수하는 차가운 먼지가 우연히 만든 모양이다. 용이 누비고 다니는 은하수가 핏빛인 이유는? 근처의 별들에서 나온 자외선이 수소가스를 달아오르게 하고 들뜬 수소가스는 주변으로 붉은빛을 뿜어내는 것이다.

검은 용 둘레로 뿔처럼 뾰족하거나 비늘처럼 복잡하게 보이는 구조는 검은 구름 근처의 가스와 먼지, 그리고 주변 별빛이 오묘하게 빚어낸 작품이다. 이런 종류의 구름은 별이나 행성이 탄생할 보금자리가 된다.

은하수에 용이 산다는 게 빈말이 아니었나 보다.
 

7광년 길이의 검은 용이 핏빛 은하수(미리내)에서 힘차게 헤엄치는 것처럼 보이는 NGC6559. 차가운 먼지와 수소가스. 그리고 주변 별빛의 합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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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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