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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친당 기호4 쌤킴] 백년대계 지름길은 과학 공교육 강화

과학쓰앵님을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 조사방법

질 좋은 과학교육은 다가올 미래 사회를 이끄는 인재를 양성하고 나아가 국민의 과학 감수성을 높이는 토양이 된다. 그리고 이런 교육이 백년대계가 되려면 교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과학동아는 3월 9~11일 과학교사 78명을 대상으로 현행 과학교육에 대한 의견을 묻는 e메일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또 과학교육 현장의 얘기를 심도 있게 파악하기 위해 과학교사 4명을 추가로 섭외해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룹 인터뷰는 더욱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하도록 대면 방식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방을 활용했다. 마지막으로 과학교사 한 명을 직접 만나 집중 인터뷰도 진행했다. 인터뷰이의 이름은 요청에 따라 기사에 밝히지 않았다.  

 

과학실험 제대로 하려면? “학급당 20명 아래로” 


2019년 11월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어 역대 11월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도 역대 최저인 0.92명을 기록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전체 인구 규모가 쪼그라드는 ‘인구절벽’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인구절벽 문제는 대학의 정원 감축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KESS)에 따르면 2019년 4월 기준 전체 학급 수는 중학교 5만1534개, 고등학교 5만7654개이며, 학생 수는 중학교 129만4559명, 고등학교 141만1027명이다. 단순 계산하면 학급당 학생 수가 중학교는 약 25명, 고등학교는 약 24명이다. 


전체 학생 수는 앞으로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학급당 학생 수도 줄어들고, 이에 따라 교사 1인당 학생 수도 축소돼 이론적으로 수업의 질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교육 현장도 이런 예상에 동의하고 있을까. 현장에선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학급 수도 같이 줄어 정작 학급당 학생 수는 비슷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16년째 과학교사로 있는 A 씨는 “처음 부임했던 일반고에서는 학급 당 학생 수가 30명 수준이었다”면서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지금 근무하는 일반고도 한 학급이 31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역별로 학급당 학생 수에 격차가 크다는 의견도 있었다. 2015년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일반고에서 물리교사로 교직을 시작한 B 씨는 “당시 부임한 학교는 총 8개 학급에 학급당 학생 수는 27명이었다”며 “서울 강남구에 부임한 동료 교사는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 이상이라며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흔히 학교에서 한 학급을 줄이면 교사는 2명을 줄인다고 한다. B 씨는 “최근 몇 년에 걸쳐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대 초반으로 감소했는데, 이에 따라 전체 학급 수도 줄었다”며 “문제는 교원 수도 같이 줄여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교사가 2명에서 1명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물리 수업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수업 준비조차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학교에서 교사는 학생 한 명마다 관심을 갖고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애쓴다. 이런 교육이 가능하기 위한 학급당 최대 학생 수는 몇 명일까. B 씨는 “단순 강의식 수업이라면 30명도 지도할 수 있지만, 실험이나 토론, 현장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려면 8~16명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A 씨도 “20명 이상이면 학생을 개별적으로 파악하고 지도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통합과학을 가르치는 중학교 과학교사의 경우에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전공별 과학교사가 부족한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인근 학교와 특정 과목의 과학교사를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 


A 씨는 “학생들이 질적으로 우수한 과학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학급 당 학생 수, 학교별 과학교사 수 등이 적절하게 운영돼야 한다”며 “인구절벽이 현실화되는 만큼 학생 수를 고려해 교사의 수요와 공급에서 최적의 조합을 지금부터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중점고, 과학교육의 질 높여”


2019년 기준 전국에서 과학중점고로 지정돼 운영되는 고등학교는 총 124개다. 올해 1월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 주최로 열린 ‘2019년 과학교육 종합 성과발표회’에서는 과학중점고의 이공계 대학 진학률이 공개됐다. 2012년 과학중점고 첫 지정 당시 100개교에서 총 1만3932명이 이공계로 진학했고, 2018년에는 이 수가 1만7639명으로 약 27% 증가했다. 


이에 대해 인천의 과학중점고에서 6년째 과학교사로 있는 C 씨는 “과학교육에 쓸 수 있는 예산의 차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일반고나 과학중점고, 과학고 모두 과학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나 과정은 교사의 자율에 맡긴다. 


차이라면 과학교육에 배정되는 학교별 예산이다. C씨는 “과학중점고는 일반고보다 연간 예산이 약 10배 많은 1억 원 수준이고, 과학고는 그보다 8~10배 이상”이라며 “예산이 풍족하면 전공별 과학교사를 확보할 수 있어 수업의 질과 능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실험기구도 구입할 수 있어 수업 내용이 풍성해지고, 이는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 


대신 예산 집행에 대한 책임은 있다. 과학중점고의 경우 과학교사들은 과학교육의 신장을 위해 매년 주제를 정한 뒤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 C 씨는 “현장학습을 진행하면 그만큼 챙길 업무가 많아져 힘들기도 하지만,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과학교육의 질이 높아지는 건 분명하다”며 “예산 부족으로 하고 싶은 수업을 못 하는 것보다는 훨씬 행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성 강화 프로그램 마련되길”


과학교사들은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자기계발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도 표출했다. 특히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원했다.  


가령 과학교사로 근무한 지 2~3년 그리고 4~5년이 되면 국가에서 집합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선배 과학교사들의 강의를 듣고 수업의 노하우를 참고하라는 취지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대체로 만족했다. 문제는 이후 진행되는 학술대회나 포럼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경상남도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D 과학교사는 “해외체험 프로그램이 포상으로 주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순번제처럼 순서를 정해 관성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다”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사에게 기회가 제공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일반중학교 과학교사인 E 씨는 “우수 과학교사 선발제 등을 마련해 과학교육과 문화를 나누는 미국과학진흥회(AAAS) 연례회의나 국제우주대회(IAC) 등과 같은 과학계 주요 행사에 참여하는 기회도 마련되면 좋겠다”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교사는 더 넓은 시각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고 이를 학생 지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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