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 기지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는데 ‘빙하탐험대’ 활동으로 극지연구소를 방문해 연구 경험을 듣고 실험실도 직접 봐 막막함이 해소됐어요.”
극지연구자가 꿈인 빙하탐험대 빙하팀 박우현 대원(경산중 2)은 9월 24일, 꿈에 그리던 극지연구소를 방문했다. 관심 분야를 실제로 연구하는 연구자를 만나고 구체적인 극지 연구 프로젝트도 접한 박 대원은 “그간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몰랐는데, 조금 알 것 같다”며 웃었다.
빙하탐험대는 과학동아와 극지연구소와 함께 진행하는 주니어 극지연구 프로젝트다. 극지연구자와 팀을 이뤄 실제 과학 연구 현장도 체험하고, 프로젝트를 통해 실험도 해볼 수 있다. 8월 모집을 했으며,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쳐 뽑힌 17명의 청소년 대원들이 9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은 탐험대의 첫 공식 모임이었다. 대원들은 이날 연구원과 함께 연구소를 탐방했다. 빙하탐험대는 ‘미생물’ ‘빙하’ ‘얼음 화학’ 세 팀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날은 미생물과 빙하 팀이 연구소를 방문했다.
극지 연구자들의 경험을 들으며 연구를 상상해보다
대원들은 남ᆞ북극의 기지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상황실과 극지연구소의 전시관까지 둘러본 뒤 각 팀의 연구원과 탐험을 시작했다. 빙하로 지구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연구를 해 온 한창희 빙하환경연구본부 연구원은 “빙하는 과거의 대기 성분, 기온, 바람 세기가 층층이 쌓여 있는 ‘지구의 일기장’과 같다”며 “지금까지 남극에서 채취한 빙하에서 뽑아낸 가장 오래된 정보는 80만 년 전의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예측하고, 현 상황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과거의 기후를 모른다면 ‘기후변화’라는 말도 성립할 수 없다”며 “과학자들이 자연적인 기후 패턴을 파악한 덕분에 현재 인류가 야기한 기후변화를 증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생물 팀을 이끈 이영미 생명과학본부 연구원은 익숙하고도 낯선 지의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의류는 조류와 균류의 공생체로 바위나 나무껍질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지의류는 남극이나 사막과 같은 극한 기후에서도 생존한다”며 “지의류가 사는 생태를 이해하고 지의류에서 조류 또는 균류를 분리하는 연구, 반대로 조류와 균류를 결합시키는 연구 등을 하며 지의류를 차근차근 알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생물 팀은 ‘색은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지’ ‘나이를 알 수 있는지’ ‘조류와 균류가 지의류로 공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익숙치 않은 지의류에 대해 이 연구원에게 끊임없이 질문 했다. 이 연구원은 “모두 중요한 질문이지만, 대부분은 아직 과학자들이 밝혀내지 못한 주제”라며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 여러분들이 미스터리를 풀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의를 들은 미생물 팀 이지현 대원(평내고 2)은 “연구원님의 설명을 듣고 생명력이 강한 지의류를 여러 분야에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약간의 온기도, 한 톨의 먼지도 허용치 않는 극지 연구 실험실
짧은 휴식시간을 가진 뒤 실험실 투어가 이어졌다. 빙하 팀은 냉동실험실과 청정실험실을 방문했다. 두 실험실 모두 출입하려면 실험실에 맞는 옷을 입어야 했다. 빙하를 얼음 상태로 연구하는 냉동실험실에서는 두툼한 외투를, 표본을 채취해 구성 원소를 분석하는 청정실험실에서는 불순물이 섞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방진복을 입었다.
한 연구원은 “극지연구소의 청정연구실은 미량원소 분석 시 1ft3(세제곱피트ᆞ약 28L)의 정육면체에 0.5μm(마이크로미터. 1 μm는 100만 분의 1m) 크기의 먼지가 100개 이하인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최대한 적은 빙하 시료로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미생물 팀은 극지에서 채취한 미생물들이 보관돼 있는 저장고에서 실험실 투어를 시작했다. 영하 80℃의 저장고에는 미생물들이 담겨 있는 작은 튜브들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이 연구원은 “지의류를 포함해 극지에서 가져온 생물들은 분석에 필요한 소량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이렇게 보관해 둔다”며 “가깝거나 먼 미래에 이 생물이 어떻게 필요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험실 투어까지 끝마치고 두 팀은 다음 미션을 준비했다. 빙하 팀은 집 주변에서 먼지를 채집하는 미션을, 미생물 팀은 직접 지의류를 발견해보는 미션을 받았다. 빙하탐험대는 11월 말까지 이어진다. 각 팀별 멘토가 이끄는 집중 과정과 대원 스스로 진행하는 탐험을 통해 극지에 한 발 다가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