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화를 활용하듯이 모든 가정에 컴퓨터를 한대씩 갖고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시기가 곧 올 것입니다"
6공화국의 조각이 한창일 때 매스컴의 관심밖(?)이었던 부서중의 하나가 체신부였다. 이는 정보통신 정책이 중요치 않아서가 아니라,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80년대 들어 체신부의 실무를 전담하다 시피한 기술행정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명장관(48)은, 세간의 상식으로 보면 어쨌든 육군사관학교를 다녔고 5공화국 탄생의 교두보였던 '국보위'에 몸담았다는 조건으로 명분에서 밀리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있었으나, 핸디캡을 극복하고 6공화국 '정보통신'호의 조타수 역할을 다시 맡게 되었다. 그에게는 몇 공화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분야의 방향잡이로서의 역할이 의미를 가지는 듯하다.
'전화 1천만회선 공급'에서 '컴퓨터단말기 1천만대 보급'으로 명실상부한 정보통신 선진국 진입을 소리높여 외치고 있는 체신부의 책임자를 만나보았다.
―정보통신 관련 사업중 6공화국 초기에 중점적으로 시행할 부문은 어떤것입니까?
"외국의 시장개방 압력과 관련된 부가가치통신망(VAN)사업의 민영화겠지요. 현재 민간사업자가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방향에서 법제도를 정비하고 있읍니다. 기존통신사업자와의 관계 및 영역구분을 확실히 하기위해 6월 중 전담반을 구성, 조사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문제가 명확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진 외국업자들을 맞을 수는 없지요.
또한 정보통신서비스를 하루빨리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데이타베이스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식기를 갖추고 있어도 먹을 것이 없으면 소용없지요. 정보제공자를 조직화시키기 위해 정책적으로 유인하고,단말기보급계획과 병행 추진하는 방안을 강구 중입니다."
●―10년 이내에 1가구 1단말기 시대
―우리나라에서도 곧 한집에 한대씩의 컴퓨터단말기를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컴퓨터단말기 1천만대 보급의 구체적 계획은 어떻습니까.
"전화 1천만회선 공급으로 이제 기본적인 음성통신서비스는 충족되었읍니다. 이제는 다양하고 편리한 컴퓨터통신서비스를 실시해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컴퓨터단말기가 대량으로 보급돼야겠지요. 2천년대초까지 1천만대를 각 가정에 보급할 계획입니다.
1단계인 92년까지 1백만대, 97년까지 2백만대, 2002년까지 3백만대, 2007년까지 4백만대를 보급, 한 가정에 한대꼴로 컴퓨터를 갖게 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읍니다. 또한 단말기를 용도에 따라 기능이 다른 여러 종류로 개발 보급하기 위해 정보검색을 위한 기본기능만 부여한 단말기는 통신사업자가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토록 하고, PC기능을 갖춘 지능형단말기는 구매 혹은 임차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가 확보토록 할 예정입니다."
오장관은 어떤 정책이든 최종수혜자의 입장에 서서 입안하고 집행하려고 노력한다고한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어떠한 방법으로 결과를 얻느냐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시작한 '정보문화운동'도 이러한 배경이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정보문화운동'을 범국민적 운동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것이 우리나라 정보통신 리더그룹의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운동은 굳건한 철학이 밑바탕 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상례입니다. 기본철학 필요성 실천방안 등을 말씀해주시지요.
"철학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관념상의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에너지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의 정보통신 분야를 집중 육성하여 선진국으로의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읍니까.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정보화사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정보처리 및 활용능력을 높이기 위한 문화운동이 필요한 것이지요.
정보문화 확산운동은 그 성격이나, 지속적으로 전개돼야 한다는 점에서 민간 주도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사업내용은 각종 교육계몽과 함께 전시 시범 실습장이 항상 국민들 가까이에 있을 수 있도록 하는것이 되겠지요."
●―만화 소설도 적극적으로 활용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주시지요.
"정보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사회 각계 저명인들의 참여하에 발족 예정인 정보문화협회가 앞으로 계몽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입니다. 구체적 사업내용을 보면, 우선 정보문화 관련행사를 종합적으로 연계 개최, 집중적인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매년 6월을 정보문화의 달로 하여 전국적인 축제를 개최하도록 할 예정입닌다. 그리고 인쇄매체로는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았던 만화 전단 소설 등도 활용해볼 생각입니다."
컴퓨터마인드 확산을 정보문화 정착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논문 수필 등의 현상공모, 퍼즐퀴즈공모, 이미지광고, 사회 각계 인사의 의견광고 등 다양한 메뉴를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지방에서 정보문화가 낙후된다면 현대사회에서 도농격차 이상의 의미를 가지므로 지방 특히 농촌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 컴퓨터사랑방모임, 대학생 컴퓨터서클 등의 자생적 조직을 활성화 시키기 위한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문을 연 데이콤플라자와 같은 '참여하는 상설전시장'을 지방에 확산시킬 계획은 없읍니까?
"우리 국민은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키보드에 대한 거부감 내지 공포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고 국민들이 흥미를 가질수 있는 시범실습장을 전국적으로 설치할 계획입니다.
우선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위해 서울대공원 내에 정보통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명해 주고 미래의 우주통신을 특수 영상기법으로 직접 조작 실습토록 하는 약 4천5백평 규모의 미래관을 금년중에 착공하여 90년에 개관할 예정입니다.
또한 실습장을 갖춘 지역정보문화센터를 89년까지 대구 광주 청주 춘천에, 90년까지 서울 부산 대전 전주 제주에 설립할 예정입니다. 이밖에도 통신진흥을 중심으로 각종 정보통신 및 컴퓨터전시장을 갖춘 '텔레빌딩'의 건설도 계획 중입니다."
●―ISDN의 의미
체신부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 중에는 현재 1단계 서비스를 개시하고 있는 행정전산망 사업, 고도정보화사회 실현의 기간조직이랄 수 있는 ISDN(종합정보통신망)의 실현 등 굵직굵직한 것들이 많다. 특히 전화망, 텔렉스망 등 기존 네트워크를 하나로 통합시킨 ISDN은 대부분의 국가들에 의해 통신망의 궁극적인 목표로 잡혀있는 바, 국가통신정책의 기조를 이룬다 하겠다.
―우리나라에서 ISDN을 실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읍니까?
"우리나라는 2천년대 초까지 ISDN을 구축한다는 목표 아래, 필수기술인 TDX-10 전전자교환기술, 광통신기술등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자체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읍니다.
이러한 ISDN의 의미는 무엇보다도 정보화사회에서 정보의 원할한 유통 및 이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공업사회에서 공산품과 재료 등을 원활하고 값싸게 수송할 수 있는 잘 짜여진 도로교통망이 필요한 것처럼, 점차 늘어나는 정보를 원활하게 유통시키고, 정보를 이용하고 싶을 때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싼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종합정보통신망이 절대 필요하지요."
문제는 약 2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앞으로 통신수요의 촉진, 통신산업의 민영화를 통해 효율적을 충당해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TDX-10개발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국내 전자교환기술은 85년 국내기술진에 의해 세계에서 10번째로 전전자교환기인 TDX-1을 상용화하면서 원천기술은 선진 수준에 접근하였다고 할 수 있지요. 현재 선진국의 통신기술개발 동향은 앞에서도 밝혔듯이 ISDN 실현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향해 교환기전전자화와 통신망 디지틀화를 급속도로 추진하고 있읍니다. 현재 ISDN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발표된 선진교환기들은 미국 AT&T의 5ESS를 비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지요. 우리도 이러한 국제 기술발전 추세에 부응하여 90년대 초까지 ISDN기능의 추가가 가능한 TDX-10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읍니다. TDX-10이 개발되면 교환기 기술분야는 명실공히 세계 선진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부할 수 있읍니다."
이 분야를 전공한 공학자답게 논리정연한 자신감을 보인다. 기술개발에 대한 연구개발비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연구개발에 대한 철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TDX-1 등 많은 기술개발 결실로 현실적 이득을 본 것이 사실이다.
체신부 나름대로의 우체국전산화 계획도 차분히 진행되고 있어 92년부터는 전국 어디에서나 우체국에 가면 물품도 주문하고 열차·항공권도 예약하고 각종 생활정보도 얻을 수 있게된다.
●―두려움의 탈피
―우리나라가 정보화사회로 진입하는데 가장 큰 난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보(Information)라는 단어가 국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요. 정보원을 연상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몇번 단어를 바꿔보려 했으나 실패했읍니다. 1920년 '칼차팩'의 희곡에서 로봇으로 단어가 일반인에게 처음 소개되었을 때, 인간의 신성한 노동을 빼앗는 악마의 모습으로 비춰졌지요. 어느정도 로봇에 친근감을 가지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읍니까.
또하나 인문사회과학 교수들과 토론을 해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정보화사회를 '오웰리아 소사이어티'와 동질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아요. 물론 소외나 인간성 상실 등 부정적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극단적으로 확대시키는 것은 손실이 크다고 봅니다. 여기에 기성세대 중 일부가 과학기술발달에 따른 부적응 때문에 두려움을 갖고 자신을 폐쇄화시키는 경향이 가장 큰 문제지요."
―평소에 주위에서 정보통신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고 충고해주는 친구들이나 조언자가 있읍니까.
"저는 그 문제에 관한 한 매우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전공이 이분야이므로 학계에 선후배, 업계에는 사장에서부터 밑의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계층에 친구들을 가지고 있읍니다. 기회가 있는 대로 많은 이야기를 듣지요."
―장관이라는 위치가 있어 아무래도 직접적인 표현을 통한 비판은 안할텐데…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저에게도 대충 운만 띄워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만한 능력은 있읍니다. 시간이 없어 만나지 못하는 친구 선후배들과 전화로 몇마디만 나누어도 '진심어린 충고'를 새겨들을 수 있읍니다."
인사관리에도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고 공통점을 찾아 원인분석을 한다는 오장관은 장관과 차관의 차이를 방향설정자와 실무책임자로 분명하게 구분한다.
―차관을 너무 오래한데다 전공까지 이 분야라서 밑에 사람들이 업무수행에 피곤함을 느끼지 않겠읍니까?
"그렇지 않을 겁니다. 제가 차관시절 했던 일은 지금 차관이 다하고 있고 일을 일단 맡기면 간여하지 않을려고 노력하지요. 물론 실무도 많이 알긴 알지만 모르는 척(?) 할 때도 간혹 있읍니다."
―'알고도 모르는 척'이 오장관께서 체신부직원들 간에 인기를 모으고 있는 비결입니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자기 자신한테는 후하고 남들한테는 각박한 것처럼 인기란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가서야 판명되는 것 아닙니까. 제가 그래도 모든 일을 상식선에서 처리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강의할 때 재미있는 예를 많이 드는편인데 특별히 비책이라도 있읍니까.
"비책은요. 많은 사람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평소 생각하던 바와 접목됐을 때 좋은 예가 나오지요. 사람을 많이 만나는 기자가 좋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과 유사합니다."
오장관은 평소 강의했던 자료를 중심으로 최근 '정보화사회 그 천의 얼굴'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컴퓨터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재미있는 예를 많이 들고있어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스스로 서평을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았다.
"정보화사회를 대중들에게 손쉽게 접근시키려는 의도로 책을 냈읍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읽히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서평을 하라니 쑥스러운 점도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정보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본질적인 측면의 설명이 부족했고 마지막장인 '한국 정보화사회 어디까지 왔나'가 충실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를 보완해서 알기 쉬운 그림과 해설을 곁들인 어린이용 증보판을 낼 계획입니다."
자의든 타의든 이제 정보통신분야의 명실상부한 책임자가 된 오장관이, 이제 막 '제3의 물결'에 휩싸이게 될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방향지워 나갈지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