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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군이 활동하는 시대에는 우주를 마음대로 활보하고 다닐 수 있을까. 우주공간은 지상과 달리 공기가 없어서 비행체가 공기 저항을 받지 않고 빠르게 날 수 있다. 이런 우주공간에 가기 위해서는 이른바 소리 속도(약 330m/s)보다 다섯 배 이상 빠른, 극초음속 영역을 지나야 한다. 실제로 지구 궤도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최소 초속 7.9km가 필요하다.
 

 

 

1967년, 극초음속 첫 도달

 

인류가 만든 비행체가 최초로 음속에 도전한 것은 1947년이다. 당시 미국의 벨항공기(Bell Aircraft·현재 벨헬리콥터의 전신)가 만든 시험기(XS-1)가 음속을 돌파했다. 라이트 형제가 유인동력비행에 성공했을 때가 1903년임을 감안하면, 40여 년 만에 음속 비행에 성공했다는 것이 놀랍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20년 뒤 극초음속을 돌파했다는 점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비행사였던 로버트 화이트와 조셉 워커는 로켓 엔진을 장착한 X-15 시험기를 타고 1967년 마하6.7(음속의 6.7배)에 도달했다. 이 임무에 성공한 뒤 NASA는 유인우주 비행 프로젝트인 ‘머큐리’를 추진했다.


또한 극초음속 영역에서의 공력가열현상(비행체 주변에서 충격파에 의해 공기가 압축하면서 기체가 뜨거워지는 현상)과 자세제어 등을 연구해 이후 우주왕복선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비행체가 마하5 이상이면 극초음속으로 구분한다. 극초음속 비행의 경우 현재 기술로는 비행체가 어떤 경로로 날아갈지 예측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요격도 불가능하다. 우주군과 극초음속기를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인류가 극초음속에 도달한 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극초음속기는 실현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몇 가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객기는 소닉붐, 미사일은 5000도 이상 고온 견뎌야

 

일반 여객기는 마하1보다 느린 속도(아음속)로 비행한다. 이보다 빠른 전투기는 속도가 마하1보다 크다(초음속). 비행체의 속도가 초음속에 도달하면 충격파가 발생하면서 항공기에 조파항력(기체가 초음속으로 날 때 앞부분에 충격파가 생겨 압력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항력)이 생긴다. 조파항력을 줄이려면 전투기처럼 기체의 앞부분 끝이 뾰족하고 날개가 얇아야 한다.   


1970년대 파리~뉴욕, 런던~뉴욕을 왕복했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도 일반 여객기와 달리 주둥이가 뾰족한 모양이었다. 1976년 운행을 시작한 콩코드는 2003년 운항을 중단했다. 여객기에 가해지는 충격파 앞뒤의 압력차에 의해 생기는 굉음(소닉붐)으로 운행에 제약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도 소닉붐은 기술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그래서 초음속 비행은 일정 고도 이상에서만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현재 여러 나라들이 초음속 여객기를 부활시키기 위해, 그리고 이보다 훨씬 빠른 극초음속기를 개발하기 위해 소닉붐을 줄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 


아직까지 극초음속 비행기는 생소하지만 미사일 분야에서는 이미 극초음속을 넘나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북한의 화성-14 개발이 확인되면서 대중에게도 그 개념이 알려졌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대해 해외 여러 전문가들은 사정거리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재진입 기술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재진입 기술이란 로켓이 지구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탄두에 가해지는 극심한 열을 견디게 하는 기술이다.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의 속도는 마하20을 웃돈다. 이때 발생하는 온도는 5000도 이상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이런 고온을 견딜 수 있는 재료와 기술이 확보된 상태에서 개발이 가능하다. 특히 초음속보다 속도가 훨씬 빠른 극초음속에서는 그만큼 열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재진입 기술 확보는 더욱 어렵다.
 

 

 

산화제로 공기 사용하는 스크램제트엔진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러시아, 중국, 호주, 인도, 유럽, 일본 등은 기존 로켓을 대체해 저비용으로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극초음속 장거리 순항비행체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 이는 서울에서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2시간 내에 갈 수 있을 만큼 매우 빠르다. 즉, 수천km를 수 분 안에, 지구상 어느 곳이든 한두 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속도다. 물류를 수송하는 혁신적인 방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방어가 거의 불가한 차세대 유도무기가 될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비행하려면 기존 항공기와는 다른 새로운 엔진이 필요하다. 일반 항공기에 달린 엔진은 ‘터보제트엔진’이다. 대기권에서 고도 9~10km까지 비행하면서 엔진으로 들어온 공기를 고압으로 압축시킨 다음 연소기에서 분사시킨 연료와 섞어 연소시키고, 이때 발생한 가스를 노즐로 배출하면서 추력을 얻는 원리다. 하지만 터보제트엔진은 압축기의 운용한계 때문에 아무리 속도를 내봤자 마하3을 넘지 못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램제트엔진’을 개발했다. 이 엔진은 터보제트엔진처럼 기계적 압축기가 달려 있지 않은 대신, 초음속에서 발생하는 충격파를 이용해 압축된 공기를 얻는다. 초음속에 도달했을 때 충격파가 발생하면서 공기 압력이 증가하는 현상을 이용하는 셈이다. 램제트엔진을 단 비행체는 마하3~5로 날 수 있다.  


그런데 비행체가 마하5 이상의 극초음속에 도달하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진다. 비행체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연소기 내에서는 아음속 이하이기 때문에 연소기가 너무 뜨거워져 운용한계를 넘게 된다. 그래서 1963년 NASA 전문가들은 연소기 내에서의 속도도 초음속인 극초음속용 엔진인 ‘스크램제트엔진’을 제안했다.

 


스크램제트엔진은 이론상 터보제트엔진에 비해 추력을 100배 이상 낼 수 있고, 속도는 마하15까지 낼 수 있다.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는 로켓은 로켓엔진을 달고 있는데, 로켓엔진은 연료 외에도 연료를 태울 수 있는 산화제를 실어야 해 기체가 무척 거대해진다. 한국의 ‘나로호’와 ‘누리호’를 비롯해 미국과 러시아 등 현재 대부분의 로켓이 이 방식이다.


반면 스크램제트엔진은 공기를 산화제로 사용할 수 있어 기체 크기를 줄일 수 있다. 공기가 비교적 넓은 입구를 통해 엔진 속으로 들어오면 1500도 이상의 고온고압 상태에서 좁은 연소실로 들어간다. 여기서 연료를 태우면서 발생한 가스가 다시 넓은 공간으로 나가면서 팽창돼 추력이 발생한다. 


현재 극초음속 비행체는 주로 순항미사일이나 정찰기 등 군사용으로 개발되고 있다. 미국은 2004년 수소를 연료로 하는 ‘X-43’ 시험기를 개발해 마하10으로 약 10초간 비행하는 데 성공시켰고, 2013년에는 케로신을 연료로 하는 ‘X-51A 웨이브라이더’가 마하5.1로 210초 동안 날았다. 두 시험기 모두 스크램제트엔진을 달았으며, 미 공군 폭격기(B-52)에 실려 공중 발사됐다.


러시아는 최근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인 ‘지르콘’의 실전 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도 ‘WU-14’를 극초음속 미사일로 실전배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는 국방과학기술 그룹이 미 공군연구소와 함께 2010년부터 스크램제트엔진과 비행체를 결합해 비행시험에 성공했다. 극초음속 비행체는 비행체가 스크램제트엔진의 일부분이 되기 때문에 비행체와 엔진을 결합하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일본과 영국, 인도 등도 스크램제트엔진을 개발해 비행체에 달아 비행시험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건국대, KAIST, 부산대, 서울대, 한국항공대 등이 스크램제트엔진을 연구하고 있다. 아직까지 스크램제트엔진 개발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시험 장치를 구축하고 극초음속 비행에 필요한 여러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엔진 ‘3종 세트’ 장착한 차세대 엔진

 

스크램제트엔진을 단 것만으로도 마하5 이상의 극초음속 비행을 할 수 있지만, 우주군이 이를 활용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스크램제트엔진은 공기를 산화제로 사용하기 때문에 공기가 희박한 우주로는 나가기가 어렵다. 


우주에서도 비행이 가능하려면 연료 외에 연료를 태울 수 있는 산화제를 사용하는 로켓엔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스크램제트엔진 대신 로켓엔진을 쓰더라도 한계는 있다. 로켓엔진은 음속의 20~30배에 이르는 속도를 낼 수 있지만 산화제를 실어야 하는 만큼 기체가 거대하고 무거워진다. 항공기나 전투기로 활용하기에는 연료 효율이 매우 낮은 셈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종류의 엔진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연구 중이다. 가령 터보제트엔진과 램제트엔진, 스크램제트엔진을 모두 가진 복합추진시스템이 있다면 활주로를 이륙해 저속에서부터 극초음속 영역까지 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터빈 기반 통합 사이클(TBCC) 엔진’이라고 부른다. 터보제트엔진으로는 이륙부터 마하3까지 속도를 내고, 이후에는 램제트엔진과 스크램제트엔진을 이용해 대기권 내에서 마하5 이상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면 된다. 


또 다른 종류로 ‘로켓 기반 통합 사이클(RBCC) 엔진’이 있는데, 이는 로켓엔진과 램제트엔진, 스크램제트엔진을 통합해 지상의 활주로에서 우주까지 가는 방식이다. 극초음속 비행을 가능하게 해 줄 엔진으로 이 두 방안이 현재 여러 나라에서 연구 개발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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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변영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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