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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위성항법시스템 개발 각축 

 

1957년 옛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발사하자 전 세계가 놀랐다. 당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전문가들은 스푸트니크가 보내는 신호를 분석하다가 ‘도플러 효과’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도플러 효과란 물체로부터 신호를 받을 때 주파수가 달라지는 현상으로, 다가오는 물체는 주파수가 커지고 멀어지는 물체는 주파수가 낮아진다. 즉 주파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면 물체가 어떻게 이동하는지 알 수 있다. 


MIT 전문가들은 도플러 효과를 활용하면 위성으로부터 수신한 신호를 이용해 지상에 있는 수신기의 위치를 역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러한 아이디어로부터 미 해군은 1959년 최초의 위성항법시스템인 ‘트랜싯(TRANSIT)’을 개발했다.


트랜싯은 10개의 위성으로 이뤄져 지구 전체에 위성항법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지만, 위치 정보를 계산하는 데 수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트랜싯을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추가 연구로 개발한 첫 번째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위성을 1978년 발사했으며, 1989년 전체 시스템을 완성해 위성항법 시대의 문을 열었다. 


위성항법시스템은 원래 군사적인 용도로 탄생했다. 하지만 1983년 항로를 이탈해 옛 소련 영공을 침범한 대한항공 여객기(KAL 007편)가 격추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민간에서도 위성항법정보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위치 정보가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위성항법시스템을 사용한다. 자동차에 장착된 차량용 내비게이션부터 항공기 이착륙 시스템, 최근에는 건물이 얼마나 변형됐는지 측정하는 데에도 사용한다. 


위성항법시스템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사회가 문제없이 돌아가게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불가결한 인프라가 됐다. 위성항법시스템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타국의 위성항법 시스템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우주 선진국들은 앞다퉈 자국의 위성항법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위성 4기 있으면 위치 정보 확인

 

위성항법시스템은 여러 대의 항법위성이 보내는 신호(전파)를 수신해 지상에 있는 사용자(위성항법 수신기)의 위치를 결정하는 기술이다. 항법위성이 신호를 보낸 시간과, 지상에서 신호를 받은 시간을 알면 시간차에 따른 빛의 이동거리를 계산해 위성과 사용자 간의 거리를 알 수 있다. 


만약 동시에 세 기 이상의 위성을 관측할 수 있고 해당 위성들과 사용자 사이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면 각 위성을 중심으로 원을 그릴 수 있다. 각 원은 1개의 교점을 갖게 되며, 이 교점이 사용자 위치다. 이때 사용자의 시계 오차(시각의 편향)를 극복하기 위해 위성 1기가 더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위성의 수가 증가하고 사방으로 고르게 분포된 경우 사용자의 위치 정확도가 높아진다. 


위성항법시스템은 서비스 대상으로 하고 있는 영역에서 모든 사용자가 4기 이상의 위성을 관측할 수 있어야 위치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설계 단계에서 분석을 통해 최소 위성 수를 결정한다. 위성 4기만 있으면 위치를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위성을 유지하는 이유이다. 


사용자의 위치는 기본적으로 위성과의 거리 측정치에 의존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시간을 정확히 재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항법위성에는 고성능 원자시계가 탑재된다. 항법위성에 탑재된 시계가 1나노초(ns·1나노초는 10억 분의 1초) 틀릴 때마다 사용자의 위치는 약 30cm씩 오차가 발생한다. 
 

 

 

일본과 인도, 위성 7기로 구축 중 

 

위성항법시스템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면서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도구가 됐다. 유럽연합(EU)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6~7%가 위성항법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성항법정보가 국가적 인프라로서 중요해진 만큼, 미국의 GPS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유럽을 비롯해 러시아, 일본 등은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현재 위성항법시스템 개발이 완료된 국가는 GPS를 보유한 미국과 ‘글로나스(GLONASS)’를 보유한 러시아로, 각각 위성 24기를 이용해 위성항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위성 30기로 이뤄진 ‘갈릴레오’를, 중국은 35기로 이뤄진 ‘베이더우(北斗)’를 구축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위성항법시스템 구축을 시작한 나라는 인도와 일본이다. 인도는 위성 7기로 구성된 ‘NAVIC’을, 일본도 위성 7기로 구성된 ‘준텐초(QZSS)’를 개발하고 있다. 위성항법시스템을 운영 중인 국가는 위성 고장이나 수명이 다한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위성항법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최소 위성 개수보다 많은 위성을 운용해야 한다.  


이들 위성항법시스템이 위성항법정보를 제공하는 범위는 다르다. GPS와 갈릴레오, 글로나스, 베이더우는 수십 대의 중궤도 위성이 고도 약 2만km에서 공전하며 지구 전역을 훑어 전 세계에 위성항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전역 위성항법시스템(GNSS)’이라고 한다. 


반면 인도와 일본은 이들 국가와 비교해 영토가 비교적 작거나 활동 범위가 제한적이다. 그래서 NAVIC과 준텐초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위성을 고도 약 3만5000km에 띄워, 원하는 지역에 위성을 머물게 하는 ‘지역 위성항법시스템(RNSS)’에 해당한다.  


위성항법은 기본적으로 1970년대에 완성된 기술이며, 개발에 10년 이상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재의 최신 기술을 반영하기 어렵다. 더욱이 위성항법시스템을 중단 없이 운용하는 과정에는 다수의 위성과 지상 시스템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시스템 전체를 새로운 기술로 바꾸는 일은 새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위성항법시스템을 운영하는 국가들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기존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미국의 GPS는 최신의 기술을 반영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위성과 지상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특히 위성항법시스템의 생존력을 높여 지상 시스템과 접속이 끊기더라도 약 30일 동안 자체적으로 운영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러시아의 글로나스는 신호 체계를 바꿔 전체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2034년 구축 예정   

 

현재 새롭게 개발 중인 위성항법시스템은 기존 위성항법시스템의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새로운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준텐초는 자국 영토 범위 내에서는 센티미터(cm) 수준의 세밀한 위치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갈릴레오는 선별된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국가 운영과 관련된 민감한 부분에서 신뢰도를 높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항법 신호에 메시지를 탑재할 수 있도록 해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도 개발 중이다. 가령 지진이나 해일 등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일본은 위치 정보에 재난 정보를 추가해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국가에서 알리는 긴급 메시지는 기술적인 이유로 이동통신 사용자만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위성항법시스템을 이용하면 이동통신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위성항법 수신기가 내장된 단말기만 가지고 있으면 무료로 재난 정보를 받을 수 있다. 활용 범위가 훨씬 넓은 셈이다. 갈릴레오도 기존의 위성 기반 긴급구난 서비스(Cospas-Sarsat)와 연동해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구조신호 접수 확인 서비스(Acknowledge)를 제공할 예정이다. 


위성항법시스템 개발이 모두 완료되면 향후 이를 이용하는 환경도 달라질 전망이다. GPS에만 의존할 때에는 한 번에 10기 이하의 위성만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글로나스와 갈릴레오, 베이더우, 그리고 앞으로 구축될 준텐초 등을 활용하면 한 번에 위성 수십 기를 동시에 관측할 수 있어 정확도를 월등히 높일 수 있다. 


또한 높은 건물 때문에 항법신호가 차단돼 정상적인 위치 제공이 어려웠던 도심에서 위치 정보를 안정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위성항법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보상해 주는 ‘SBAS(위성 기반 보강 시스템)’의 증가도 위성항법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한몫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독자 기술로 위성항법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까. 현재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독자적으로 운용이 가능한 지역 위성항법시스템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은 정지궤도 위성 3기와 경사궤도 위성 4기로 구성된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일대에 위성항법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위성항법시스템은 막대한 예산과 10년 이상의 개발 기간이 소요되는 국가적인 사업이 될 전망이다. 계획대로라면 2027년 첫 위성 발사 이후 2034년까지 모든 위성의 발사가 마무리 된다. 서비스는 2035년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위성이 우리 삶에 등장하게 될 멀지 않은 미래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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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천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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