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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세계는 지금 우주 요격 기술 경쟁 중

미국의 우주군 창설 계획은 최근 급부상한 중국과 러시아의 우주요격기술 (위성, 탄도미사일 등)이 자국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우주 장악력이 국방 경쟁에서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주전(戰)에 대비하려면 우주무기체계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정찰, 통신, 항행, 측지 등에서 위성을 활용해 정보를 획득하고 전략 및 전술을 지원해왔다. 우주 군사화가 이미 시작된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10~20년 뒤에는 우주에 있는 적의 위성을 파괴하거나, 우주에 직접 무기를 배치하는 ‘우주 무기화’가 진행될 전망이다. 우주는 새로운 전략적 고지가 됐다.

 

 

 

우주비행 중 탄도미사일 직접 타격

 

강대국들은 우주를 장악하기 위해 우주 개발과 함께 우주에 있는 적대국의 전략자산인 위성이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우주요격기술 개발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탄도미사일은 발사되면 상공을 가로질러 높이 상승하다가(상승단계) 대기권 밖 우주공간으로 나가 계속 비행해 최정점을 찍는다(중간단계). 이후 다시 대기권에 진입해 지상에 있는 목표지점으로 탄착한다(종말단계). 


현재 몇 개 국가에서는 탄도미사일이 중간단계로 비행할 때 요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의 ‘SM-3’ ‘지상발사요격무기(GBI)’, 러시아의 ‘A-235’ ‘S-500’, 중국의 ‘HQ-19’ ‘SC-19’ ‘DN 시리즈’, 그리고 이스라엘의 ‘애로우-3’ 등이다.


탄도미사일의 중간단계에서는 미사일 사거리에 따라 수 분~수십 분 수준으로 비행시간이 길기 때문에 그만큼 미사일의 위치를 탐지해 추적하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요격을 할 수 있는 시간 또한 길기 때문에, 만약 실패하더라도 다시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 상승단계나 종말단계에 비해 중간단계에서 요격을 하면 생화학탄두나 핵탄두를 사용해도 방어지점에는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큰 장점도 있다. 


하지만 탄도미사일을 우주공간에서 요격하려면 매우 강력한 레이더와 고성능 요격미사일이 필요하다. 또한 우주에는 공기가 없기 때문에 폭발시켰을 때 폭풍 효과가 없고, 고속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경우 폭발이 후방에서 일어나므로 파편에 의한 요격이 어렵다. 


그래서 중간단계 요격 체계의 경우 고속으로 탄도미사일에 직접 충돌해 파괴하는 운동에너지 방식(히트투킬·Hit-To-Kill)을 사용한다. 이 요격체계는 우주공간에서 미사일과 분리된 뒤 적외선 탐색기로 탄도미사일을 추적하고 궤도 및 자세제어용 로켓을 이용해 탄도미사일에 충돌시켜 요격한다.


이런 요격체계를 EKV(Exoatmospheric Kill Vehicle·외기권 파괴 미사일) 혹은  KKV(Kinetic
Kill Vehicle·탄두 운동에너지미사일) 등으로 부른다. 이 요격체계는 저궤도위성을 요격하는 위성요격무기와도 원리가 유사하다. 그래서 위성요격무기로도 개량할 수 있다. 


이렇게 직접 충돌해 요격하는 방식 외에도 미국은 1980년대 레이저를 이용한 요격체계 개념을 발표했다. 지상 레이저 기지에서 레이저를 발사하면 위성으로 이 레이저를 반사시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무산됐다.

 

 

 

'킬러위성’ 보내고 ‘보디가드 위성’으로 막고

 

전시 상황에서 무기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위성이다. 통신위성과 조기경보위성, 감시정찰위성 등은 이미 정보전에서 핵심이 됐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위성을 직접적으로 공격해 요격하는 위성요격무기(ASAT·Anti-SATellite Weapons)가 등장했다. 


위성요격무기 중 하나는 ‘킬러위성’이다. 킬러위성은 미사일이나 레이저 무기를 장착한 위성이 직접 임무 운용 중인 상대편의 위성을 파괴한다. 세계 최초의 킬러위성은 1987년 러시아가 미국의 위성을 요격하기 위해 만든 ‘폴리우스(Polyus)’다. 폴리우스는 1MW(메가와트)급 출력의 이산화탄소 레이저포와 8개의 위성격추용 핵기뢰를 장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로켓의 엔진 제어 실패로 궤도에 진입하는 데 실패했다.  


미국은 킬러위성을 만드는 대신, 위성요격 미사일을 개발했다. F-15 전투기에서 발사해 저궤도위성에 충돌시키는 운동에너지 무기방식인 ‘ASM-135’가 위성요격 미사일이다. 미국은 ASM-135 개발 이후에도 하늘에서 직접 미사일을 쏴 위성을 요격하는 공-대-우주(Air-to-Space) 요격체계를 집중적으로 개발 중이다.


한편 미국은 지상에서 고출력 레이저를 쏴 탄도미사일과 위성을 요격하는 지향성에너지 무기 ‘MIRACL(Mid-InfraRed Advanced Chemical Laser)’을 개발하기도 했다. 지향성에너지 무기는 열선, 레이저, 전자류, 입자류 등이 광속이나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직진하면서 큰 에너지를 운반하는 무기다. 


레이저는 태양광과 달리 직진하기 때문에 우주공간에서 산란을 일으키지 않아 에너지를 멀리까지 운반할 수 있다. 그래서 레이저를 위성의 특정 부분에 집중시킨 뒤 큰 에너지로 정밀 타격시켜 손상을 입힐 수 있다. MIRACL은 1977년 시험을 통해 저궤도에 있는 미국 공군 위성을 일시적으로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2000년대 들어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자기장이나 전기장을 이용해서도 위성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핵폭탄 등이 폭발했을 때 자기장과 전기장이 빠르게 변화해 전기 및 전자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전자기펄스(EMP·Electro Magnetic Pulse) 무기다. EMP 무기는 위성을 파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방사능으로 인해 지속적인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무기는 광범위한 피해가 예상되는 데다 우주공간을 평화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유엔의 우주조약에 위배돼 곧 폐기됐다.


이외에도 소형 위성으로 적의 위성을 따라가 자폭해 파괴시키거나(우주 기뢰), 반대로 주요 위성 주위에 소형 위성들을 배치해 유사시 위성을 교란시키거나 육탄으로 방어하는 ‘보디가드 위성’도 있다. 위성을 요격하려는 기술과 방어하려는 기술이 창과 방패처럼 경쟁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中, 위성 요격 미사일 발사 성공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어느 정도 수준의 우주요격기술을 갖고 있을까. 러시아는 1950년대부터 우주방위프로그램을 운영해왔으며, 1960년대에 핵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이미 위성을 충분히 요격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핵을 폭파시킴으로써 표적 위성뿐 아니라 주변에 있는 모든 위성을 손실시킬 수 있어 위성요격무기로 인정받지 못했다. 


또한 러시아는 당시 위성 가까이에서 재래식 탄두를 터뜨리거나 직접 충돌하는 시험에도 성공했다. 1980년대에는 위성과 탄도미사일 모두 요격이 가능한 레이저시스템을 개발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1991년 미소 냉전이 종식되면서 러시아의 우주요격기술 개발도 멈췄다. 


러시아는 2014년 새로운 추력기를 시험한다면서 ‘코스모스-2499’ 위성을 발사했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기동으로 인해 킬러위성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2017년에는 기존의 위성을 점검하는 ‘코스모스-2519’ 위성을 발사했으나 역시 킬러위성으로 의심 받았다. 


이런 사찰위성은 다른 위성을 점검하기 위해 궤도를 변경할 수 있어 킬러위성과 구분이 어렵다. 심지어 러시아가 발사한 소형위성들은 지상에서 통제할 수 있는데다 궤도를 자유롭게 바꿔 자율 운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우주요격기술 개발을 늦게 시작했지만 최근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2007년에는 수명을 다한 자국의 기상위성 ‘펑윈(風雲)-1C’를 SC-19 미사일로 요격하는 시험을 진행했고, 우주공간에 수많은 우주쓰레기를 확산시켜 국제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동일한 SC-19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시험했고, 2013년 연구 목적으로 발사한 로켓이 실제로는 위성공격무기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올해 4월 중국은 운동에너지 방식을 사용한 위성요격 미사일(DN-2)을 개량한 DN-3를 시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DN-3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중간단계에서 요격했으며, 위성 요격도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도 2008년 공군이 3단계로 구성된 우주전력체계 구축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적 위성을 요격하기 위한 위성요격체계를 2040년까지 확보하고, 이후 지상기반 및 우주기반 레이저 무기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아직은 레이저 무기체계의 기초 기반기술을 연구하는 수준이다. 


세계 각국이 우주군 창설 등을 통해 우주 장악에 노력하고 있는 것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의 우주요격 관련 기술은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불안정한 안보 상황에 놓여 있는 만큼 우주가 군사적으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도 21세기의 전략적 고지인 우주를 장악해야 하며, 이를 위해 우주 산업을 육성해 미래 우주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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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장영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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