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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활동은 자연보호운동이다

대한조류협회

대한조류협회는 그동안의 활동상황이 매스컴에 자주 보도돼 널리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손꼽히는 일로는 서강대교 공사재개를 놓고 서울시와 공방을 벌여 이긴 것을 들 수 있다.

소음이 심한 도심에서도 온갖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대한조류협회(회장 송순창·54) 사무실이 그곳이다. 그러나 이 사무실 안의 새들은 그저 마냥 즐거워서 지저귀고 있는 게 아니다. 총상을 입었거나 농약 등에 중독돼 신음중인 새들이 전국에서 이곳에 보내져 치료받고 있는 것이다.

"1년에 30마리 이상이 여기서 치료받고 있는데, 치료비만도 월 6만원 정도 소요됩니다. 10년 전부터 치료받으러 오는 새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안타까운 것은 새들이 점점 멸종돼 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매과에 속하는 새호라기. 산이나 들에서 작은 새를 잡아 먹는다.


「새가 죽는 것은 자연의 일부가 파괴되는 것」

송순창 대한조류협회장은 우리나라 특산종인 크낙새가 3~4년 전에 이미 멸종됐으며 따오기도 이젠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는 수질오염으로 인해 앞으로 멸종되는 새들의 종류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보다 근본적인 새들의 보호대책을 빨리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조류협회는 이처럼 멸종돼 가는 동식물을 보호하고 파괴돼 가는 지구촌 환경을 지키기 위해 설립됐다. 지난 79년 현 회장 송순창씨를 중심으로 교직자 18명이 모여 만든 이 모임은 그동안 회원이 꾸준히 증가해 현재 3천명을 넘어섰다.

"산야에 날아드는 조류를 보호하고자 만든 국내 최초의 민간 조류보호 단체라는 데 긍지를 느낍니다."

사실 대한조류협회는 그동안의 활약상이 매스컴에 자주 보도돼 많이 알려져 있다. 그만큼 일을 많이 한 셈인데, 그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일은 서강대교의 공사재개를 놓고 서울시와 공방을 벌인 것.

"교량건설을 포기하고 밤섬 밑으로 터널을 뚫거나, 꼭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면 여의도에서 밤섬을 거치지 않고 당인리발전소쪽으로 우회해야 합니다."

그는 밤섬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10년동안 투쟁한 끝에 미비하나마 승리를 쟁취했다. 서울시가 애초 책정된 예산에 6억원을 더 들여 다리 위에 돔을 씌우는 공사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는 영종도공항 건설도 못마땅해 하고 있다. 거기에는 2만여 마리의 수금류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영종도 공항건설도 충분히 반대할 수 있다며 자신에 차 있다.

"생태계에 대한 애정이 곧 인간에 대한 사랑입니다. 생태계의 원모습을 다시 찾아줌으로써 사람도 살 수 있습니다."

그는 정부기관의 자연보호운동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휴지 안버리기나 휴지줍기 운동은 자연보호라기보다 공중도덕 차원의 일이라는 것.

"전시행정을 지양해야 합니다. 많은 인원과 돈을 들여 산에 새집을 달아놓는 것도 보기에 민망합니다. 새집이 있다고 해서 아무새나 들어가 사는 게 아닙니다. 제각기 규격이 있지요 또 산에 먹이를 뿌려주는 것도 그냥 뿌리기만 하면 안됩니다. 먹이를 망사에 넣어 나무에 매달아 주어야 다른 해충들이 먹지 못합니다."

그는 해충을 잡기 위해 산에 비행기로 약을 뿌리는 것이야말로 위험한 발상이라고 한다. 작은 박새 한 마리는 1년에 송충이 12만5천마리나 잡아 먹고, 상모솔새는 6만9천마리, 쇠박새는 11만3천마리를 잡아 먹는다는 것.

"하늘을 나는 한 마리의 새는 곧 자연의 일부이며 이 새가 죽는 것은 자연의 일부가 파괴되는 것을 뜻합니다."
그는 이처럼 자연을 위탁대상으로 보지 말고 생명원천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큰소쩍새. 5월에 건너와서 8~9월에 돌아가는데, 숲속에서 단독으로 살고 둥지를 짓지 않는다.


일본 야조회와 철새보호협정체결

대학생 교사 외에 회사원들이 주류 회원인 대한조류협회는 매년 6~8회 정도 야생조류를 직접 탐조하는 활동을 벌인다. 망원경과 카메라, 간단한 필기도구만을 준비해 새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 마음껏 새들을 관찰하고, 그 사항을 기록하는 탐조활동은 자연에 대한 산 교육이며 자연보호운동이 되고 있어 많은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강원도 철원과 강화도 을숙도 밤섬 등의 철새도래지가 이들이 찾는 단골장소다. 그 가운데 을숙도하구둑은 세계에서도 훌륭한 철새도래지로 명성이 높아 지금까지 이 모임에서는 하구둑공사 반대운동을 해오고 있다.

탐조활동 외에도 이들이 벌이는 활동은 다양하다. 적설기와 결빙기에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조류서식을 위한 인공새집을 달아주며 약물에 중독된 야생조류를 데려다 치료해 준다. 또 야생조수류를 불법으로 남획한 사람이나 박제한 사람,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자연경관을 파괴한 사람을 고발한다. 한강밤섬을 지키는 것도 이들이 펴는 연례활동 가운데 하나다.

특히 한강 철새도래지인 밤섬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금마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탐조장비를 판매하거나 야생조류 사진전시회, 사랑의 깃 모으기운동 전개 등이 그것. 사랑의 깃 모으기운동은 새의 깃이 담긴 배지 목걸이 마스코트 T셔츠 등을 팔아 그 이익금으로 밤섬을 지키는 것을 말한다. 그밖에 새의 사진을 담은 그림엽서와 연하장을 만들기도 한다.

이 모임은 앞으로 생태계 잡지를 만들어 조류 곤충 식물 자연환경에 대한 관찰사항을 게재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탐조결과는 매월 발간되는 '녹색의 대안'이란 녹색당의 기관지에 발표해 왔다.

"이젠 탐조활동을 외국에도 나가서 할 계획입니다. 철새들에게는 국경이 없기 때문이죠. 올해 안으로 가까운 일본 대만에 나가 해외탐조를 벌여 철새들의 생태를 파악하고자 합니다."

대한조류협회는 두루미와 같은 철새의 보호야말로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되는게 아니라 범세계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고 지난 87년 일본야조회 나가사키지부와 철새보호협정을 체결했다. 또 유럽의 베네룩스 3국과 이탈리아 노르웨이 프랑스 등 7개국과도 유대를 가지면서 정보교환에 힘을 쏟고 있다.
 

크낙새.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유명한 새이나 이젠 그 모습을 볼 수 없어 멸종된 것으로 보인다.


「녹색당」만들어 생태계 보호할 계획

특히 송순창 회장은 유럽 각국에서 자연보호 기수역할을 하고 있는 녹색당의 활동을 살펴본 후 대한조류협회에서도 정당적인 차원에서 자연보호를 펼칠 수 있는 가칭 '녹색당'창당준비에 한창이다.

"유럽 각국의 녹색당은 오래 전부터 병들어 가는 지구를 소생시키기 위해 '생명의 녹색'을 대안으로 제안하고 이를 실천하고자 정당적인 차원에서 일어선 환경보호단체인데, 그들의 공통이념은 환경보전 반핵 반전입니다."

이처럼 정당까지 만들어가며 새와 일생을 같이 하기로 한 송순창 회장이 새와 인연을 맺은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그는 이화여고 교사(독일어)로 있을 때 한 학부형으로부터 금화조 한 쌍을 선물로 받고 새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내게 새가 없었으면 자살했을 것입니다. 인생에서 위기를 맞아 방황할 때 새는 내게 그 기간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고려대 2학년때 유신헌법 반대투쟁을 벌여 퇴학당하고 외국어대 독일어과를 졸업한 그는 교사시절 학생들에게 소위 '의식화교육'을 한 죄로 교단에서 쫓겨 났다. 지난 80년에 해금통지서를 받을 때까지 10년 동안 그는 집에 있는 금화조를 키우면서 경희대 원병오 교수를 만나 새는 물론 자연생태계에 대해 눈을 떴다.

"새에 애착을 갖다 보니 새의 먹이사슬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고, 새의 먹이는 곧 자연생태계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자연히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새와 함께 생활해 오면서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3백80종의 새 가운데 약 2백종을 봤다. 그동안 제일 기뻤던 일로는 못 보던 새를 발견했을 때로 꼽는다.

"어느 해 장마철에 강원도 철원 북방 민통선 안에서 오색 딱따구리를 발견한 것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미새가 죽고 새끼만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데려와 키웠던 일은 차라리 영광이었습니다."

그는 한 달여 전에 익명의 독지가로부터 5백mm 망원렌즈(시가 3백만원 상당)를 전달받고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이에 한층 용기를 얻은 그는 전천후 탐조차와 늪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장비를 구입해 보다 차원 높은 탐조활동을 전개, 이 땅에서 더 이상 새들이 멸종되는 것을 막는 데 힘쓸 작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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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 김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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