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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핵생물에도 생체시계 있다

일본 곤도 다가오 박사팀 연구결과


원핵생물 에너비너의 24시간 주기 발광운동
 

동식물을 막론하고 생물에는 약24시간 주기로 자율적으로 진동하는 현상, 즉 '개일성(槪日性) 리듬'이 있다. 가령 어둠 속에서도 함수초는 24시간 주기로 잎을 열고 닫고, 인간도 약25시간 주기로 수면을 취한다는 점이 알려져 있다. 이 리듬은 생물의 몸 안에 미지의 진동(생체시계)이 있어 여기 맞춰 생물이 활동하는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과거 생체시계는 진핵생물에만 있다고 여겨졌다. 진핵생물의 특징인 세포핵의 존재, 발달된 생체막 시스템, 세포내 기관의 존재 등이 불가결하다고 생각된 것. 그런데 이 가설에 수정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닛케이 사이언스'에 따르면 핵이 없는 원핵생물인 애너비너(미생물의 일종)에도 이 리듬이 있다는 사실이 일본 오카자키의 기초생물학 연구소 곤도 다카오(近藤孝男) 박사팀에 의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이 리듬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단을 찾던 연구진은 발광세균의 루시퍼라제라 불리는 발광유전자에 착안했다. 애너비너는 유전자 도입이 쉬운 종인 시네코코카스를 택했다.

이 애너비너는 광합성으로 생활하므로 생체시계가 있다면 광합성에 작용할 것이 기대됐다. 그래서 광합성에서 가장 중요한 작용을 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의 곁에 발광유전자를 연결했다. 혹 광합성에 리듬이 있다면 그 리듬에 맞추어 발광유전자가 움직이고 애너비너가 빛을 발하는 시스템이다.

실험 결과 빛을 지속적으로 조사하는 항상조건에서도 애너비너는 약24시간 주기로 빛났다. 배양온도를 바꿔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등 생체시계의 존재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곤도 박사팀은 이 방법을 더욱 발전시켜 애너비너의 증식군의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제는 많은 콜로니를 자동관측 분석하는 시스템의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것이 실현되면 생체시계유전자의 돌연변이체 분리나 생체시계에 관계하는 유전자의 클로닝 등이 쉬워지고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분자유전학적 연구작업이 대폭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애너비너의 리듬은 고등동물의 그것과 기본적인 성질(항상조건 아래에서의 리듬의 지속, 명암에 의한 시계의 재조정 등)은 거의 비슷했다. 혹 이 성질이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면 생체시계는 애너비너와 고등동물의 진화과정에서의 분기점 이전에서 발생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생체시계의 진화 연구라는 측면에서도 흥미를 모으고 있다.

1993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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