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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코,입 심기] 내가 보이나요,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2018년 7월 8일, 인공망막 삽입
‘너의 눈 코 입 날 만지던 네 손길 작은 손톱까지 다 여전히 널 느낄 수 있지만 꺼진 불꽃처럼 타들어가 버린 우리 사랑모두 다 너무 아프지만 이젠 널 추억이라 부를게’
노동요인 가수 태양의 ‘눈코입’이 오늘따라 구슬프게 들린다. 그의 반짝이던 눈이 지금은 꼭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나오는 괴물의 눈 같다. 오늘은 절대 미루지 말고 그를 위해
준비한 아주 특수한 인공망막을 삽입해야겠다.

 

 

 

 

● 새로운 방식의 인공망막 속속 선보여

 

혈액이 순환하지 않는 각막은 다른 장기에 비해 이식하기가 쉽다. 하지만 각막 이식은 각막에 발생한 혼탁에 의해 시력이 손상된 경우에만 가능하다. 망막색소변성증이나 황반변성 같이
망막에 이상이 생긴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다.

 

이럴 때 손상된 망막을 대체하는 것이 인공망막이다. 인간의 망막에는 빛을 전기 신호로 바꿔서 대뇌 시각피질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광수용체 세포가 있다. 이들 세포가 손상되면 빛이 망막에 들어와도 전기 신호가 생성되지 않고 뇌가 빛을 볼 수 없다. 인공망막은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광수용체 대신에 전류를 흘려준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윤영희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팀이 망막색소변성으로 시력을 잃은 54세 환자에게 인공망막 ‘아르거스2(Argus-2)’를 삽입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세컨드 사이트 메디컬 프로덕츠 사가 개발한 아르거스2는 안경에 부착하는 소형카메라, 비디오 처리장치, 환자의 망막에 삽입하는 전극판 등 세 가지로 이뤄져 있다. 전극판에는 총 60개의 전극이 있다. 볼 수 있는 영상이 최대 60화소인 셈이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1000만 화소가 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적지만 이것 만으로도 사물의 형체를 대략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독일의 레티나 임플란트는 전극이 1500개인 인공망막을 개발하고 2013년 유럽연합(EU)의 CE마크 인증을 받았다.

 

한편 일본 오카야마대 연구팀은 지난 6월 새로운 방식의 인공망막인 ‘오유렙(OUReP)’을 황반변성으로 시력을 잃은 원숭이에 삽입하는 데 성공했다. 오유렙은 얇은 폴리에틸렌 필름에 빛에 반응하는 특수 색소를 입힌 장치다. 망막 바로 그 아래층에 끼워 넣기만 하면 색소가 빛에 반응해 그 아래에 깔린 시신경을 직접 자극할 수 있다. 외부 광원이나 배터리, 카메라가 필요 없다는 게 큰 장점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센서시스템 연구센터,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서울대 등 공동연구팀이 망막 내 구성 단백질인 광수용체를 인공적으로 제작해 사람의 시각 기능과 유사하게 빛을 인지할 수 있는 ‘인공광수용체’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4종류의 광수용체 단백질을 생산한 뒤 그래핀 소재에 결합했다. 인공 광수용체는 가시광선에 인간과 유사한 스펙트럼으로 반응했고 붉은색, 초록색, 파란색 빛의 명암을 인지했다. 연구결과는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5월 18일자에 실렸다.doi: 10.1002/adma.201706764

 

 

#2018년 7월 10일, 전자코·전자혀 장착
그의 코와 혀는 앞으로 전자코와 전자혀가 대신할 것이다. 그는 내가 만든 음식을 참 맛없게 먹었더랬다. 국이 싱겁다느니, 간이 안 맞다느니. 아무래도 코와 혀의 민감도가 떨어져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 그를 위해 단백질 수용체와 그래핀을 결합해 1만 배 더 정확한 냄새, 맛 센서를 개발했다. 다시는 음식 투정 못 할 것이다.

 

 

● 사람보다 1만 배 민감한 ‘전자혀’

 

후각과 미각은 시각, 청각, 촉각과 달리 화학적이다. 즉 화학분자들을 인지한다. 이를 위해 코와 혀에는 냄새 분자와 맛 분자를 인식하는 수용체가 있다. 냄새와 맛 분자가 수용체단백질과 결합하면 세포 안으로 칼슘이온(Ca2+)이 들어오고, 전류의 변화가 생겨 뇌로 전달돼 냄새나 맛을 느낀다.

 

과학자들은 이런 수용체를 나노튜브나 그래핀과 결합해 인공 감각기관을 구현하고 있다. 박태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팀은 단맛과 감칠맛 수용체 단백질을 그래핀에 고정한 ‘바이오 전자혀’를 ‘ACS 나노’ 2016년 6월 21일자에 공개했다.doi : 10.1021/acsnano.6b02547

 

 

실험결과 바이오 전자혀는 설탕, 사카린, 아스파탐, MSG등의 맛의 차이를 인간의 혀와 똑같이 구분해냈다. 게다가 인간의 혀로 감지할 수 있는 농도의 1만 분의 1 수준의 낮은 농도에서도 맛을 감별했다.

 

박 교수팀은 이듬해 부패할 때 나는 냄새를 감지할 수 있는‘바이오 전자코’도 구현했다. 연구팀은 제브라피시에서 썩는냄새인 ‘카다베린’ 냄새 분자와 결합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추출한 뒤, 대장균 유전자에 끼워 넣어 카다베린 수용체 단백질을 대량 생산했다. 그리고 이것을 탄소나노튜브 센서와 결합시켰다. 연어와 소고기 즙으로 실험한 결과 바이오 전자코는 액체에 녹아있는 카다베린을 100조 분의 1몰 정도의 아주 낮은 농도까지 감지해냈다.

 

 

● 3D 바이오 프린팅으로 만든 인공 귀


멀지 않은 미래에는 3D 프린터로 찍어낸 실제 크기의 귀를 사람 몸에 이식할 수 있지 않을까. 강현욱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교수 등 공동연구팀은 연골 세포를 귀 모양으로 3D 프린팅해 동물실험까지 성공했다.doi : 10.1038/nbt.3413

 

 

연구팀은 하이드로겔에 연골 세포를 섞은 바이오 잉크로 3차원 구조의 귀 조직을 찍어냈다. 이때 물리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져 세포가 죽지 않도록 프린팅하는 헤드 모듈을 개발하고, 귀의 형태를 단단하게 유지하기 위해 바이오 잉크에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추가했다.

 

그리고는 생쥐에게 이식했다. 2개월 뒤 이식한 귀는 연골 조직이 모두 정상이었다. 주변에는 혈관도 새로 자라났다. 강교수는 “3D 프린팅한 귀 형상이 생체 내에서 살아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지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들은 일정한 공간에 규칙을 가지고 배열되며 이들의 모양새는 장기가 제 기능을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3차원의 복잡한 장기 구조를 모방할 수 있는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은 심장, 신장과 같은 다른 장기로도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다. 실제로 전 세계 많은 연구팀이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로 인공 장기를 개발하고 있다.

 

강 교수는 그러나 넘어야 할 중요한 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혈관’이다. 연골 조직을 제외한 대부분의 장기가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혈관이 없으면 아무리 3D 프린팅이 잘 된 장기라도 살아남을 수 없다.

 

이 같은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6년 미국항공 우 주국 (NASA)은 ‘센테니얼 챌린지’의 과제 중 하나로 ‘혈관 조직 챌린지(Vascular Tissue Challenge)’를 시작했다. 미션은 체외 실험실 환경에서 두께 1cm가 넘는 인간의 혈관 조직을 만들고, 생체 내에서 30일 동안 신진대사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목표를 달성한 세 팀에게 상금 5억 원을 나눠준다. 마감 기한은 2019년 9월 3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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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기획·글] 이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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