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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과 다리 만들기] 팔 이식, 전자의수 무엇을 원해요

그의 사지는 적당히 균형 잡혀 있었다.
그의 모습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재료들을 엄선했는데. 누가 이 모습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_소설 ‘프랑켄슈타인’

 

 

 

‘복합조직’ 이식 어려운 이유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지금으로부터 이미 200년 전에 팔과 다리 등을 이어 붙여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괴물을 창조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팔 이식조차 불과 50년 전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팔 이식에 최초로 성공한 건 1999년으로 각막(1905년)이나 신장(1954년)보다도 훨씬 늦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팔이 골수, 피부, 뼈, 신경, 혈관, 근육, 인대, 관절, 손톱 등 10개가 넘는 다양한 세포가 섞여 있는 ‘복합조직’이기 때문이다. 신장이나 폐 같은 한 종류의 세포로 이뤄진 장기(단일조직)는 동맥과 정맥을 연결하면 혈액이 순환하면서 조직이 살 수 있다. 그러나 팔이나 다리같은 외부 신체는 피부, 뼈, 신경, 혈관, 근육, 관절 등을 일일이 따로 이어야 한다. 미세혈관의 두께는 1~2mm에 불과하다. 숙련된 외과의사 스무 명이 달라붙어야 하는 수술이다.


두 번째 걸림돌은 면역거부반응이다. 팔을 구성하고 있는 피부는 우리 몸에서 면역거부반응이 가장 강한 장기다. 만약 다른 사람의 팔을 이식하는 경우라면 넓은 면적의 피부 때문에라도 면역억제제를 세게 써야 하는데 이것이 환자의 면역반응을 과하게 낮춰 죽음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있었다.
다행히 1990년대 초반 복합조직인 팔의 면역거부반응이 신장과 유사한 수준으로 의외로(?) 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지만 면역거부반응은 여전히 복합조직 이식의 가장 큰 숙제다. 수술 후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한다는 점은 환자에게 큰 부담을 준다.


때문에 현재 팔 공여자의 골수를 미리 이식해 수여자의 면역체계를 바꾸거나, 동물을 이용해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킬 만한 요소를 세포 수준에서 아예 없애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최초 팔 이식 성공


팔 이식을 처음으로 성공한 것은 1999년 1월이다. 미국의 손 수술 전문 병원인 클라이넛 수부외과센터 의료진이 최초로 37세 남성에게 왼손을 이식했다. 이후 전세계적으로 70건 가량의 팔 이식이 이뤄졌다. 한국은 2010년 팔 이식이 ‘신의료기술’로 등록된 후, 2017년 2월 처음으로 성공했다.

 

우상현 대구 W병원장과 영남대병원 의료진은 40대 뇌사자가 기증한 팔을 30대 남성에게 이식했다. 이식 부위는 왼손 끝부터 손목 아래 5cm까지였다. 이 환자는 무사히 회복해 같은 해 7월 프로야구에서 시구자로 나섰다.

 

2017년 2월 왼팔을 이식받은 손진욱 씨가 같은 해 7월 프로야구 경기에서 시구를 하는 모습.

 

 

수술을 집도한 우 원장은 “수술 후 2년째인데, 팔에 땀이 나고 감각도 60~70% 돌아왔다”며 “땀이 난다는 것은 신경 재생이 이뤄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섬세한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말초신경이 기능을 잘 회복해야 한다. 그러나 신경은 근육(힘)과 달리 100% 회복이 어렵다.


그는 “면역억제제의 효능이 지금보다 더 개선되면 복합조직 이식 수술도 더 큰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표하며 손과 팔도 이식할 수 있는 대상에 포함시키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오는 8월 9일부터 시행된다.

 

 

머리 이식하는 ‘헤븐 프로젝트’


복합조직 이식의 ‘끝판왕’은 머리다. 머리에는 각종 조직뿐 아니라 중추신경이 연결된다. 이탈리아의 신경외과 의사인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와 런샤오핑 중국 하얼빈의대 신경외과 교수팀은 머리 아래로 전신이 마비된 장애인의 머리와 뇌사자의 몸을 연결하려는 ‘헤븐 프로젝트(Heaven Project)’를 계획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김시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교수도 참여하고 있다. 카나베로 박사는 2017년 11월 세계 최초로 시신의 머리를 접합하는 실험을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신의 머리를 자른 뒤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이라는 생물학적 접착제를 이용해 다른 시신의 몸에 붙였다는 것이다. 카나베로 박사는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신경 전기자극을 통해 수술이 성공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말초신경과 달리 머리와 연결되는 중추신경은 재생할 수 없다는 게 의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물리적으로 연결한 것만으로 이식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전세계는 생명과학 연구가 자유롭고 영장류 동물실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중국에서 앞으로 어떤 연구결과가 나올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36가지 동작하는 바이오닉 팔


인간의 손에는 29개의 뼈와, 29개의 관절, 34개의 근육, 123개의 인대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또 그 사이사이에 수백개의 이름 없는 신경이 얽혀 있다. 이들은 뇌와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는다.

 

과학자들은 이런 팔을 대신할 바이오닉 팔을 개발해왔다. 뇌는 팔이 없어도 ‘동작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는데, 팔뚝까지 전해지는 이런 신호(표면 근전도)를 전극으로 읽어 전자의수를 움직이는 원리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게다가 아주 미약한 근육의 신호를 분석해 다양한 동작과 정확하게 매칭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보철전문기업인 오서(OSSUR·영국의 터치바이오닉스를 인수함)가 개발한 전자의수 ‘아이림 퀀텀(i-limb quantum)’은 36가지 움직임이 가능하다.

 

 

전자의수가 앞으로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위치’다. 현재는 팔이 팔꿈치 위쪽에서 절단된 경우 정확도가 떨어진다. 팔꿈치 윗부분은 팔꿈치의 각도를 조절하는 신호와 손가락을 움직이는 신호가 섞여 있어 원하는 특정 신호만 가려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팔의 잘린 부분에 있는 신경 하나하나에 전극을 꽂아 신경 신호를 직접 받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전자의수에 통증을 감지하는 전자피부를 씌운 모습. 전자피부 속 두 가지 압전소자가 촉각과 통각 수용체 역할을 대신한다.

 

 

전자의수, 촉감까지 느낀다


한편 미국 존스홉킨스대, 싱가포르국립대 등 공동연구팀은 최근 압력을 감지하는 전자피부를 전자의수에 씌워 촉감까지 느껴지는 전자의수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환상사지(phantom limb·팔이나 다리를 잃고도 여전히 팔이나 다리에서 감각을 느끼는 현상)를 호소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남아있는 팔의 어떤 부위를 자극할 때 어떤 촉감이 느껴지는지 파악했다. 한 예로 환자는 팔죽지 앞쪽의 정중신경 말단을 10~20Hz의 진동수로 자극할 때 환상 속 엄지와 검지에서 통증을 느꼈다.


연구팀은 촉각과 통각수용체 역할을 할 두 가지 압전소자를 전자피부에 넣고 이를 전자의수 손가락 끝에 붙였다. 그리고 전자피부에 촉각 또는 통각이 가해질 때 팔죽지의 특정 부위에 전기 자극이 가해지도록 만들었다. 가령 전자피부 엄지와 검지에 뾰족한 물체를 잡은 것과 유사한 압력이 느껴지면 정중신경 말단을 10~20Hz의 진동수로 자극했다.


루크 오스본 존스홉킨스대 의대 연구원은 “현재 개발된 인공 보철물에는 통증을 느끼는 기능이 없다”며 “통증은 불쾌하지만 몸의 보호를 위해 필수적인 감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로보틱스’ 6월 20일자에 실렸다.

 

 

생각대로 움직이는 바이오닉 다리


팔에 비하면 다리의 임무는 간단하다. ‘잘 걷기'가 사실상 전부다. 이는 무릎이나 발목처럼 비교적 적은 수의 관절만 조절하면 가능하다. 이미 시중에는 첨단 기술이 접목된 의족이 많다.


한 예로 오서는 근육에 삽입한 근전도 센서의 신호를 전자의족 ‘프로프리오 풋(Proprio Foot)’에 무선으로 전송해 ‘자리에서 일어나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바이오닉 다리를 임상실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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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기획·글] 이영혜 기자
  • 만화

    황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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