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심장, 3D 프린터로 만든다
인공심장 이식은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08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이후 전세계적으로 1만3000명이 수술을 받았다. 인공심장은 심장 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임시로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 심장 이식 대기 환자는 총 529명이다. 한국은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 이영탁, 전은석 교수팀이 2013년 2월 처음으로 인공심장(체내형 심실 보조장치)을 수술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의 인공심장은 몸속에서 혈류를 만들어내는 내부 장치(가령 혈액펌프)와 이러한 장치를 조절하고 전원을 공급하는 외부 장치로 구성된다. 긴 연결호스와 조절장치를 항상 몸에 지녀야 해 거추장스럽다. 그런데 앞으로는 재질과 모양이 다양해질 전망이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연구팀은 3D 프린터와 실리콘을 사용해 진짜 심장처럼 부드럽게 뛰는 인공심장을 만들어냈다. 무게가 390g이고 부피가 679m³인 이 인공심장은 인간의 심장과 마찬가지로 우심실과 좌심실을 가진다. 연구팀은 두 심실에 공기를 가해 심실이 팽창 수축하는 힘으로 혈액을 펌프질하도록 설계했다. 작동방식 역시 인간의 심장과 동일하다.
단점은 내구성이다. 박동수가 3000회(약 45분)를 넘어가면 재료에 변형이 생기며 성능이 저하된다. 연구를 주도한 니콜라스 코르스 ETH 화학생명공학연구소 박사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는 연구”였다며 “사람의 심장과 크기, 모양, 기능면에서 최대한 유사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인공장기’ 2017년 7월 10일자에 실렸다.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OHSU) 연구팀은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인공심장을 개발 중이다. 이들은 인공심장을 복잡한 심실 구조 대신 관 형태로 설계했다. 티타늄 재질의 관 속 실린더가 앞뒤로 움직이면서 혈액을 뿜고, 또 빨아들이는 원리다. 연구를 이끈 산지브 카울 박사는 “기계 부품이 많을수록 오작동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며 내구성과 견고성을 강조했다.
돼지 심장 가진 원숭이 945일간 생존
다른 동물의 장기를 활용하는 ‘이종(異種) 장기’는 인공장기를 만드는 방법 중 가장 실용적인 방법이다. 특히 돼지는 임신기간이 100일 정도로 짧고 수개월 만에 장기가 크게 자라 가능성이 높다. 단 하나, 면역거부반응만 해결한다면 말이다.
돼지의 심장을 인간에게 이식할 경우 심장세포 표면에 있는 ‘알파 1,3-갈락토오스(알파갈)’ 성분에 인간의 면역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즉시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또 수십~수백일 뒤에는 온 몸의 혈관이 조금씩 망가지는 혈관성 거부반응 등 다양한 거부반응이 생길 수 있다.
과학자들은 돼지의 심장세포에 알파갈이 없도록 돼지의 유전자를 교정하거나,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돼지의 유전자에 인체의 면역거부반응을 억제하는 인간 유전자를 끼워 넣는 등의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팀은 형질을 전환한 돼지의 심장을 개코원숭이에 이식한 실험 결과를 2016년 4월 ‘네이처’에 발표했다. 심장을 이식받은 개코원숭이는 945일간 생존했다. 국내에서도 건국대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공동연구팀이 알파갈에 관련된 유전자를 제거하고 면역거부반응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삽입한 형질전환 돼지 ‘믿음이’를 개발해 2016년 그 심장을 원숭이에 이식했다. 원숭이는 51일 동안 생존했다.
미래에는 환자의 몸에서 떼어 낸 세포로 직접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장기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쓰여진 20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오가노이드(organoid)’ 연구가 전세계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외부 환경에서 배양해 키운 ‘미니 장기’로 세포가 스스로 3차원 구조체를 형성한다. 현재 미니 심장, 미니 장, 미니 위, 미니 간 등 10종류가 넘는 신체 주요 장기가 수 mm 수준의 오가노이드로 개발됐거나, 현재 개발 중이다. 이들 오가노이드는 우선 약물의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는 플랫폼으로 쓰일 전망이다.
생식기 이식 통째로 성공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연구진은 지난 4월 남성의 성기를 통째로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2016년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도 음경암으로 음경을 잃은 남성에게 성기를 이식하는 수술이 진행됐으나, 당시에는 음경만 이식했다. 음경과 음낭 조직 전체를 이식하는 수술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성기를 이식받은 환자는 이라크에서 전투 중 지뢰를 밟아 무릎 아래와 성기 주위조직을 잃은 젊은 군인이었다.
2016년 발표된 보고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미국 남성들의 비뇨생식기 부상 역학조사’에 따르면 2001~2013년 미국 군인 남성 중 1367명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성기 주위에 부상을 입었다. 부상당한 남성의 94%는 35세 이하였다.
존스홉킨스대 의대 연구팀은 음경과 음낭, 복벽이 한 데 붙은 덩어리를 수여자에게 접합했다. 덩어리의 크기는 가로세로가 약 25cm이고 무게는 2kg 가량 됐다. 음경 역시 복합조직이라 동맥과 정맥, 신경, 피부, 요도, 혈관 등을 각각 연결하는데 14시간이 걸렸다. 기증자의 유전물질이 수여자에게 전해질 것을 우려해 고환은 이식하지 않았다.
재건 수술 담당인 성형외과의 앤드류 리 교수는 “환자의 비뇨기 기능이나 성기능 회복이 희망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다른 남성들도 음경 이식 수술을 위한 심사절차를 밟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2월에는 미국에서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는 여성이 이식받은 자궁으로 남자 아이를 출산해 화제가 됐다. 자궁이식 수술은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 여러 나라가 시도했지만 출산까지 성공한 건 그간 스웨덴이 유일했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팔과 다리 만들기] 팔 이식, 전자의수 무엇을 원해요
[심장과 생식기 연결하기] 당신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겠어
[눈,코,입 심기] 내가 보이나요,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