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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공동구매, 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 명분, 글로벌 제약사를 통해 3400만 명분의 백신을 선구매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보건복지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에 근접했다고 평가받는 백신 후보물질은 총 4종이다. 코로나19 발병이 시작된 지 약 1년 만에 출시된 백신 소식에 각국은 이를 확보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겨울이 찾아오면 다시 위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차 유행이 찾아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전 세계에서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 속속 3상 임상시험을 마치고 승인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자국민을 위해 백신을 선점하려는 각국 정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수억 명분의 백신 확보를 마쳤다. 한국 또한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이 주도하는 백신 분배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에 참여하는 동시에, 백신 개발사들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선두권 달리는 백신 4종 분석

 


현재 성공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는 백신 후보물질은 4종이다. 영국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생명공학사 바이오엔테크, 미국 생명공학사 모더나, 그리고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에서 개발한 백신이다. 백신 개발에는 보통 10년 이상이 필요하지만, 이번에는 사태가 급박한 만큼 1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4종의 백신 후보 중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AZD1222’와 존슨앤드존슨의 ‘Ad26.COV2.S’는 바이러스를 운반체(벡터)로 이용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이다. 아데노바이러스는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데노바이러스의 가장 큰 특징은 세포에 쉽게 침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덕분에 자신의 유전물질이 제거된 아데노바이러스는 각종 연구와 의약품에서 DNA나 RNA 등을 세포 내부로 침투시키는 운반체로 널리 사용된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은 아데노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일부 제거하고 이 자리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항원(스파이크 단백질) 부위의 유전자를 넣어 백신을 만들었다. 백신을 접종하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항원이 만들어지며 체내에 항원을 인식하는 항체가 만들어져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항원 유전자를 직접 삽입하는 RNA백신을 개발했다. 바이러스의 항원을 만드는 유전자를 그대로 세포 내부로 주입하는 방식이다.


RNA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이론상 안전성이 높다는 것이다. 독감 백신, 소아마비 백신 등 전통적인 백신은 바이러스 자체를 죽이거나 불활성화시켜 접종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경우 극히 일부지만 바이러스의 병원성이 회복되며 부작용이 나타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RNA를 이용한다면 바이러스 단백질 조각인 항원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이런 부작용의 발생할 가능성이 작다.


이들 백신 후보물질은 모두 3상 임상시험을 끝냈거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기준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는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고 모더나는 3상 임상시험을 끝낸 뒤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 상황이다. 존슨앤드존슨은 임상시험 종료를 앞두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11일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화이자 백신에 대해 긴급사용을 허가해 접종이 시작됐다. 영국과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는 공식 승인되기도 한 상황이다. 미국 정보는 같은 달 18일 모더나의 백신에 대해서도 긴급사용 승인을 했다. 이외에도 중국 제약회사 시노팜과 캔시노 등에서 개발한 백신 후보물질과 러시아 가말레야 연구소에서 개발한 백신이 해당 국가에서 제한적 승인을 받아 접종을 시작했다. 하지만 임상시험 절차를 제대로 따르지 않았거나,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국제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백신 임상시험 결과 살펴보니


지난해 12월 8일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의학학술지 ‘랜싯’에 3상 임상시험 결과를 가장 먼저 발표했다. 연구팀은 영국에서 표준농도(바이러스 입자 500억개)와 저농도(표준농도의 절반)로 나눠 임상시험 참가자에게 2회 접종했다. 그 결과 백신의 예방효과는 최대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3상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우려했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높은 농도를 접종할수록 예방효과가 높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표준농도로 2회 접종받은 참가자의 효능이 약 60.3%로 나타난 반면, 저농도와 표준농도로 각각 1회씩 접종받은 참가자의 효능은 90%로 높게 나타났다. doi: 10.1016/S0140-6736(20)32661-1


논문이 발표된 이후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에 삽입된 항원 유전자가 발현되기 전, 운반체로 사용된 아데노바이러스가 면역체계에 우선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송대섭 고려대 약학과 교수는 “백신은 저농도에서는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고농도로 접종하면, 운반체로 사용된 바이러스가 항원을 만들기 전 면역시스템의 공격을 받아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임상시험 참가자의 규모가 작다는 점, 연령대가 제한적이라는 점 등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화이자 백신의 3상 임상시험 결과는 12월 10일 미국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됐다. 총 4만3548명이 참가한 임상시험 결과 화이자의 백신은 약 95%가량의 예방 효율을 보였다. 화이자의 백신 또한 아스트라제네카와 마찬가지로 2회 접종을 했다. doi: 10.1056/NEJMoa2034577


3상 임상시험을 마친 모더나는 아직 시험 결과를 논문으로는 발표하지 않았지만, 중간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예방 효율이 약 94.1%라고 밝혔다. 존슨앤드존슨은 아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만큼 공개된 정보는 없다.

 

 

한국의 백신 조달 계획


한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3일 아스트라제네카와 1000만 명분의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지만, 국내 업체인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일부 물량을 생산하는 만큼 백신 확보가 가능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는 “한국에서 생산된 물량은 한국에 우선적으로 공급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내에서 생산된 백신을 공급받는 것은 단순히 백신 확보 자체의 측면에서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생산된 백신을 들여오면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화이자와 모더나에서 개발한 백신은 모두 RNA 백신인 만큼 보관온도가 중요하다. 물리적으로 불안정한 구조를 가진 RNA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 백신을 유통할 때는 일반적으로 RNA를 보관하는 온도인 영하 70~영하 20℃를 유지해야 한다.


송 교수는 “국내에서 유통되든, 해외에서 유통되든 백신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온도를 비롯해 다양한 요소가 고려돼야 한다”며 “실제로 보관온도가 4℃로 냉장보관이 가능한 홍역 백신도 유통상의 문제로 아프리카 지역에는 보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다양한 형식의 백신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이다.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과 RNA 백신 모두 지금까지 상용화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방식이다. 임상3상 결과를 바탕으로 보면 두 방식의 백신 모두 매우 안전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혹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다양한 백신을 확보한 경우가 대처하기 더 유리하다.  


지난해 12월 18일, 정부는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을 통해 2020년 내에는 존슨앤드존슨, 화이자와 구매 계약을, 1월 중에는 모더나와 구매 계약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송 교수는 “최대한 많은 양의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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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병철 기자
  • 디자인

    유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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