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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혈연관계가 뜬다

싸이월드의 인맥쌓기 열풍 진단

 

학연이나 지연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인맥이 중요시된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같은 인맥쌓기가 화두로 등장했다.


회사원 임씨는 몇달 전 싸이월드에 가입했다. 미니홈피를 만들어보라는 가까운 후배의 성화에 못이겨 한 것이었다. 인터넷 초기에 너도나도 홈페이지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미니홈피의 열기도 금세 시들해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임씨는 요즘 미니홈피에 푹 빠져있다. 일촌맺기라는 기능에 반한 것이다. 가입을 추천한 후배의 미니홈피와 일촌 관계를 맺고 나니, 서로의 근황을 쉽게 주고받을 수 있었다. 차츰 미니홈피에 재미가 붙자 일촌의 수도 점점 불어났다. 얼굴 모르는 친구까지 생겨 눈덩이처럼 인맥이 불어나고 있다. 그러자 자신의 미니홈피를 방문하는 일촌들을 위해 미니홈피를 꾸미는데 열을 올렸다. 임씨는 사이버 속 혈연관계에 몰입해가는 중이다.

나로부터 출발한 인맥
 

그동안 인터넷 커뮤니티 사용자에서 각광을 받았던 클럽이나 카페 서비스는 모두가 한 구호를 외치듯 집단 차원에서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채팅으로 홀로 된 기분을 이곳에서 풀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서비스의 화두는 ‘인맥 만들기’ 다. 싸이월드를 대표로 세이클럽, 버디버디, MSN 등 다양한 커뮤니티 서비스가 사람 간의 관계를 엮어가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면 누구나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내는지가 중요한 자산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인터넷은 이런 욕구를 충족해줄 수 있는 장으로서 변모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인터넷으로 어떻게 인맥을 구축할 수 있을까.

먼저 싸이월드에 대해 알아보자. 싸이월드는 1999년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춘 클럽 서비스로 시작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 커뮤니티사업팀의 김기덕 대리는 “싸이월드는 애초부터 인맥에 기반해 기획됐다”면서 “학연이나 지연이 중시되는 한국적 특성이 인맥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바탕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싸이월드는 현실세계에서 친구를 만나고 여럿이 함께 하는 친목활동을 인터넷 가상사회에 실현한 온라인 커뮤니티로 시작했던 것이다.

그때 사람을 찾고 찾은 사람들끼리 클럽을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1촌, 2촌, 3촌과 같은 촌수개념을 도입했다. 싸이월드의 촌수개념은 사회적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혈연관계를 응용한 것이다. 이처럼 인맥에 강점을 두고 출발했지만 ‘다음’ 의 성장과 ‘프리챌’ 의 급부상으로 오랫동안 마이너로 있어야 했다.

그러나 ‘싸이폐인’ ‘싸이질’ 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흔히 블로그로 불리는 미니홈피가 2001년 9월 시작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니홈피는 기존의 클럽이 집단을 중시한 것과 달리 개인에 초점을 맞춘다. 미니홈피에는 개인이 자기자신을 표현하기 쉽도록 여러 수단들을 제공했다. 사이버머니에 해당하는 ‘도토리’ 를 주고 꾸미는 미니룸이 그 중 하나. 미니룸은 미니홈피의 얼굴이 된다.

이와 함께 미니홈피에서 개인 정체성의 표현방식은 이미지 중심이다. 김기덕 대리는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트렌드가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바뀌었는데, 미니홈피는 바로 이 점에 잘 대응했다”며 성공요인을 설명했다. 실제로 미니홈피의 경우 사진첩이 가장 활성화돼 있다. 하루 페이지뷰의 80%가 사진첩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미니홈피의 이용자들은 사진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알리는데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인터넷 사용자들은 변덕이 죽 끓듯 카페나 클럽에서 미니홈피로 관심을 돌려버린 것일까?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사이버 속 나란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통해 진화하는 중”이라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동안의 변화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1990년대 중반 최고의 인터넷 서비스는 채팅이었다. 채팅은 새로운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두려움을 사라지게 해줬다. 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내맘대로 관계를 시작했다가 끊을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채팅에서 허무를 느꼈다. 어떤 이는 남자친구를 만들려고 하고 어떤 이는 심심해서 채팅을 하다보니 각자 따로 노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이 외로움을 벗어나고자 1990년대말 클럽이나 카페 같은 커뮤니티 서비스가 생겨났다. 네티즌은 이곳에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나 옛날 동창생을 만나면서 동질감을 느꼈다. 집단 속에서 외롭지 않은 나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나’ 가 없어보였다. 나의 부재는 나만을 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욕구를 낳게 했다. 나라는 존재를 드러내는 강한 수단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미니홈피는 나만을 위한 사적 공간을 제공해준 것이다. 황상민 교수는 “결국 개인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해온 셈”이라고 말한다.

관계 보여주는 지도 등장
 

정치인 가운데는 미니홈피를 개설해 자신의 정치적 활동을 알리는데 활용하고 있다.


개인화 추세 속 인맥 맺기? 어쩐지 상반되는 느낌이 든다. 왜 개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계맺기가 뜨는 것일까. 그것은 예전 홈페이지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과거에 사람들은 홈페이지를 만들어놨지만 결국 관리를 포기했다. 물론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면도 있었지만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나란 존재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찾기 때문에 나만 존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과거의 홈페이지와 달리 미니홈피처럼 최근 홈페이지 서비스는 개인의 정체성 강화와 함께 사람 간의 소통을 위한 여러 수단을 제공한다. 덕분에 정체성 강화가 오히려 사람 간의 관계를 형성하거나 돈독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싸이월드의 대표적인 인맥 구축 수단이 미니홈피의 일촌맺기다. 이외에도 미니홈피에는 일촌평, 파도타기와 같은 기능을 제공해 자신을 중심으로 인적 네트워크가 쉽게 형성되고 확장되며 더 나아가 오랫동안 유지되도록 해준다.

싸이월드와는 다른 특성을 가진 커뮤니티 서비스에서는 또다른 모습의 인맥 형성 기능을 살펴볼 수 있다. 싸이월드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오위즈의 세이클럽이 한 예다. 여기에서도 미니홈피처럼 개인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사람들의 만남이 이뤄진다. 차이점은 인맥형성의 기반이 온라인에 있다는 것이다.

싸이월드는 애초에 친구를 찾아 클럽을 형성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기 때문에 오프라인의 인맥이 기본이다. 즉 오프라인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만남을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반면 세이클럽의 경우 온라인에서의 새로운 만남에 의미를 둔다. 그래서 싸이월드는 실명을 사용하고 세이클럽은 별칭, 즉 아이디가 쓰인다.

이 경우 홈피 간 관계는 어떻게 형성될까. 네오위즈 세이클럽홈피담당 송모헌 팀장은 “즐겨찾기라는 서비스를 통해서 이뤄진다”고 말한다. 인터넷을 항해하다 맘에 드는 홈페이지를 만나면 브라우저의 즐겨찾기에 등록한다. 바로 이 즐겨찾기를 홈피에 적용한 것이 세이클럽의 ‘홈피 즐겨찾기’ 다. 홈피 즐겨찾기에 등록해놓으면 쉽게 그 홈피를 방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홈피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자신에게 통보된다.

최근 세이클럽은 네트워크의 강화를 위해 홈피넷이라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홈피 간 관계가 좀더 수월하게 형성되도록 홈피 간의 관계가 어떤지를 지도처럼 보여주는 서비스다. 송모헌 팀장은 “홈피넷을 통해 관계가 좀더 쉽게 확장될 뿐 아니라 공고하게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즐겨찾기에 등록한 홈피의 주인은 모르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쉽게 다가가기란 무척 어색한 일이다. 그런데 홈피넷은 이 점을 쉽게 해줄 수 있다고 한다. 홈피넷은 자신이 즐겨찾기에 등록해놓은 홈피가 자신의 홈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만일 나의 즐겨찾기에 A와 B의 홈피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홈피넷은 A의 홈피가 B의 홈피를 즐겨찾기로 등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와 A는 B 홈피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에게 다가가기가 쉬워진다.

또한 홈피넷의 지도서비스는 홈피 간 연결에서 하나의 링이나 덩어리를 이루는 끈끈한 그룹을 보여줄 수 있다. 이를 통해 일대일로만 알고 지내던 관계가 하나의 소모임으로 발전할 수 있어 그들 간 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최근 커뮤니티 서비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으로는 서로 다른 커뮤니티 서비스 간 통합일 것이다. 예를 들어 싸이월드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메신저 서비스인 네이트온, 그리고 휴대전화의 문자서비스를 통합했다. 또 MSN은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미니홈피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시작했다. 이같은 통합은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미니홈피의 사용자는 자신의 미니홈피를 누가 방문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번 들락거려야 했다. 이런 불편은 메신저와 통합되면서 사라진다. 미니홈피의 변화가 메신저를 통해 통보되기 때문이다. 또 메신저에서는 서로 간의 안부를 일일이 말로만 물어야 했다. 그냥 어떻게 지내는지를 슬쩍 알기가 힘들다. 하지만 미니홈피와의 연계로 이 일이 가능하다.

휴대전화와의 통합은 실시간 업데이트를 가능하게 해준다. 언제어디서든지 카메라폰으로 금방 찍은 사진을 내 미니홈피에 바로 올릴 수 있고 지인의 미니홈피에 문자를 남길 수 있다. 이종 서비스의 통합은 따로 존재했던 미니홈피의 지인과 메신저의 지인을 묶어주며 언제어디서나 이들과 접촉할 수 있게 해준다.

사생활침해 소지의 우려

이같은 인맥관리나 구축 서비스가 활개를 치는 상황에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사생활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미니홈피에는 누구와 만나고 있는지, 누가 친구인지, 최근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 등 지극히 사적인 내용이 실린다. 결국 개인의 사생활이 인터넷이라는 망망대해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싸이월드의 경우 태어난 해와 이름만 알면 아는 사람의 미니홈피를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누구나 쉽게 미니홈피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올초 노무현대통령 며느리의 미니홈피가 문을 연지 불과 몇시간만에 폐쇄되기도 했다.

이같은 사생활공개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싸이월드는 비공개, 일촌공개, 전체공개로 노출수위 기준을 마련해놓았다. 이는 사용자에게 공개수위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빈 구멍은 있다. 자신은 일촌공개로 해놓은 정보를 일촌이 퍼가서 전체공개로 해놓게 된다면 결국 모두에게 노출되고 만다.

또다른 사생활침해 요인은 방문기록이 남는다는 점에 있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생활을 들여다보기를 즐긴다. 그것도 몰래 엿본다면 더욱 짜릿하다. 미니홈피는 이런 재미를 선사해준다.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줄 수 있다.

그러나 다녀간 기록이 남는다면 그건 낭패다. 실제로 자신의 미니홈피를 다녀간 사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벤트라는 기능은 원래 자신의 미니홈피 방문자 중 1천번째와 같은 특별한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 이벤트를 자신의 미니홈피를 다녀간 이를 밝혀내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물론 방문자가 로그인을 안했다면 드러나진 않는다.

인간은 과거 오랜세월 동안 진화해온 것처럼 사이버 속에서도 모습은 다르지만 진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황상민 교수는 “사이버 속 관계가 점점 끈끈해지면서 인맥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따르기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한다. 남녀가 사귀다보면 언제부턴가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길 기대하는 것처럼. 사이버에서 진화하는 인간은 점점 오프라인의 인간과 비슷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네트워크의 중심은 누구?
 

네트워크의 중심은 누구?


유명 연예인의 인맥이 이렇다고 가정해보자(실제상황은 아님). 그리고 다음의 문제를 풀어보자.
1. 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웃이 가장 많은 연예인은?
2. 이 안의 어디선가 소문이 발생했다. 이 경우 가장 빨리 소문을 접할 가능성이 높은 연예인은?
3. 외부의 누군가가 이 안의 1명에게 소문을 전해주려고 한다. 이 경우 어떤 사람에게 전해줘야 소문이 가장 빨리 퍼질까?
4. 여기에서 누군가가 1명 사라진다고 하자. 이 경우 누가 빠지면 서로 간의 의사소통이 단절될 가능성이 높을까?

정답은 ①이병헌 ②박수홍 ③김건모 ④박경림

이 문제는 국내 유일의 사회 네트워크 분석 전문 솔루션 개발회사 (주)사이람의 김기훈 사장이 낸 것이다. 그는 사회 네트워크 분석을 활용하면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 네트워크 분석은 사람 간의 관계를 비롯해 회사 조직 네트워크, 기업 간 네트워크 등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한국인은 3.6명만 거치면 모두 아는 사이라는 것도 이 분석을 통해 알게 됐다.

김 사장은 “사회 네트워크 분석이 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경제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는 중”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2.0’ 은 사회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사회 네트워크 어플리케이션을 2003년 최고의 신기술로 선정했을 정도다. 이 기술을 통해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기업 네트워크에 대한 컨설팅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막 시작단계다.

이런 분석이 이뤄지려면 관련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앞서야 한다. 사이람의 관심사가 바로 이것이다. 최근 이들은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자신들이 개발한 ‘넷마이너’ 라는 분석 솔루션이 미국에서 발간한 이 분야 소프트웨어 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던 것이다.

이외에도 사이람은 네트워크의 시각화 솔루션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네오위즈 세이클럽의 지도시스템도 사이람의 작품이다. 김 사장은 “네트워크의 시각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도 만만찮다. 관계를 단지 선으로 긋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관계의 시각화에는 복잡한 수학적 지식이 동원된다고 한다.

사이람은 사회학, 경제학은 물론 수학, 물리, 컴퓨터공학, 기계공학 전공자들로 구성돼 있다. 그만큼 사회네트워크 분석이 다양한 학문의 결합이 필요한 분야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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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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