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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장수 국가가 됐는데, 국민들의 반응은 어째 뜨뜻미지근하다. 국민들이 이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데 어떻게 장수를 할 수 있겠냐는 것.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우리나라의 노동 시간은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데다(201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29개 나라 중 최하위였다. 더구나 OECD가 발표한 ‘건강통계 2016’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5세 이상 국민 중 자신이 건강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2.5%에 그쳤다. 이런 우리나라가 어떻게 장수의 민족이 된 걸까. 기대수명 계산법의 맹점을 짚어보고, 전혀 다른 방식의 새로운 수명 예측법을 알아봤다.
한국인의 기대수명 수직 증가 추세, 지속될까
한국인 여성은 90세까지 살게 될 거라고 예측한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보건대학 바실리스 콘티스 연구원은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큰 폭으로 상승한 원인으로 ‘교육을 포함한 사회적 자본의 향상’과 ‘1차, 2차 의료 기관의 확산과 새로운 의학 기술의 빠른 성장’, ‘낮은 신체질량지수(BMI)와 혈압’, ‘여성의 낮은 흡연률’ 등을 꼽았다. 하지만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 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원인들도 있겠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한국 전쟁 이후 경제성장에 따라 급격히 높아진 생존률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학 기술의 발전이 더뎠던 1970년대, 우리나라의 평균 기대수명은 60대였지만, 그 시기 서양의 나라 중 대다수는 이미 70세를 넘긴 상황이었다. 기대수명이 늘어날 수 있는 여력 자체가 달랐던 셈이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이 상황을 시험에서 60점 받던 아이와 80점 받던 아이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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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서울 시립아동병원의 개원식.
비슷한 시기에 서울 시립자혜병원도 개원하는 등 국가적으로 의료시설을 늘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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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머리가 엉망인데. 그래도 벗어야겠지?”
장갑과 모자로 곱게 차리고 온 이영란 할머니는 촬영에 앞서 모자를 벗으며 수줍게 머리를 빗었다
할머니의 고운 미소는 순창의 어떤 꽃보다 아름다웠다
“둘 다 90점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같은 90점이지만 성장 폭은 60점 받던 아이가 크다. 이 성장세를 고려해 다음 시험에 두 아이가 받을 점수를 예측한다면, 당연히 60점이던 아이의 점수가 더 높게 나올 것이다. 기대수명 역시 마찬가지다. 통계의 맹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시대적 상황에 따른 급격한 경제성장 등 외부 요인들을 고려한 기대수명 수리모형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외부 요인을 분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적건강보험의 실행이 외부 요인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의 생존율이 증가한 것이 오로지 이 요인 덕분이라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DNA의 주름살 잰다?
이처럼 통계적으로 기대수명을 예측하는 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를 대신해 생물학적 정보로 수명을 예측하는 방법이 많은 연구자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2013년 10월 ‘게놈 바이올로지’에 놀라운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사람의 유전자가 나이를 기억한다는 것이다2). 후성유전학에서 주로 다루는 DNA 메틸화는 DNA 염기 중 시토신(C)에 메틸기(-CH3)가 붙는 현상으로,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화학적 변형이다(나이와 DNA 메틸화에 의한 유전자 발현의 억제, 질병과의 관련성은 3파트에서 다룬다).
DNA 메틸화는 주로 시토신과 구아닌(G)의 반복적인 서열이 존재하는 부위, CpG 섬(CpG island)에서 일어난다. 미국 UCLA 생물통계학과 스티브 호바스 교수는 1만3000개의 사람 조직 데이터를 수집해, 나이가 많아질수록 DNA 메틸화가 많이 일어나는 353개의 CpG 섬을 찾아냈다.
재미있는 점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세포도 나이에 대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50세인 사람의 피부 표피세포를 예로 들어보자. 피부 표피세포는 2~3주에 한 번씩 새로운 세포가 생성되기 때문에 시간을 기록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봤자 3주다. 하지만 생긴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세포도 이 사람이 50세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모든 세포들이 나이를 기억하고 있다.
연구팀이 찾아낸 부위의 DNA 메틸화 정도를 보면 역으로 나이를 추적할 수 있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 나이와 메틸화 정도 사이의 통계적 상관관계는 96%였다. 호바스 교수는 네이처 2014년 4월 8일자 기사에서 “바이오마커를 개발하는 사람들은 상관관계가 60~70% 정도면 강한 바이오마커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메틸화와 노화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노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던 텔로미어와 나이의 상관관계도 50% 이하다. 게놈 바이올로지에 논문을 게재하기 전, 이 상관관계가 너무 높다는 이유로 두 개의 저널에서 논문 게재를 거절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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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연령 가속현상
호바스 교수는 DNA 메틸화 부위를 찾던 중,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은 오차범위 안에서 나이를 예측할 수 있었지만, 생물학적 나이와 메틸화 정도로 예측한 나이(후성 나이)의 차이가 유독 많이 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예컨대 실제 나이는 30세인데 후성 나이는 50세인 경우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을 ‘연령 가속화(Age acceleration)’라고 이름 붙였다.
호바스 교수는 곧 연령 가속화가 빠른 이들의 수명이 짧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령 가속화와 사망률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후성 나이가 생물학적 나이보다 더 많은 사람 중 5%는 실제로 수명이 아주 짧다는 것을 밝혔다. 호바스 교수는 이 연구 결과를 2016년 9월 의학저널 ‘노화’에 발표3)하고, 논문에서 “연령 가속화는 성인의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원인”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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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적으로 산출한 2010년과 2030년의 나라별 기대수명이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한국의 기울기가 유난히 크다.
근대화 시기를 거치며 병원과 의료 시스템이 갑자기 늘면서 한국인의 수명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 여파가 아직까지 기대수명 계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DNA 메틸화가 식단, 스트레스 등과 마찬가지로 수명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흡연을 하는 두 명의 60세 남성이 똑같은 강도의 높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하자. 한 명은 연령 가속화 속도가 상위 5% 안에 포함되고, 다른 한 명은 평균치다. 이 경우 첫 번째 남성은 향후 10년간 사망할 확률이 75%로 높은 반면, 두 번째 남성은 60%로 낮다. 호바스 교수는 “영양적으로도 훌륭한 식단을 따르고 있고, 적당한 운동과 음주, 흡연을 하지 않는 사람이 일찍 사망하는 이유를 후성 나이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며 “개인의 수명을 예측하는 데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실제로 DNA 메틸화 부위를 분석해 13개 코호트의 기대수명을 예측했다. 코호트란 특정한 기간에 출생하거나, 조사하는 주제와 관련해 공동의 경험을 가진 인구의 집단이다. 이 코호트에는 미국국립보건원(NIH)이 폐경 후 여성의 건강상태를 조사한 ‘WHI(Women’s Health Initiative)’에 사용된 인구 코호트도 포함된다. 백인, 흑인, 히스패닉 등 세 인구집단은 포함돼 있었지만 아쉽게도 한국인이나 아시아계열이 포함된 코호트는 없었다. 호바스 교수는 과학동아 e메일 인터뷰에서 “노화 속도에서 동아시아인들과 백인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모집단이 작았기 때문에 좀 더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아시아인 코호트 정보가 필요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단점도 있다. 메틸화를 활용한 기대수명 측정은 일정 나이 이상인 사람들에 한해서 예측이 가능하다. 통계처럼 아직 태어나지 않은 2030년생의 기대수명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광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제어연구단 선임연구원은 “수명은 후천적 영향을 많이 받아 시시때때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통계적 방식보다는 메틸화 분석법이 훨씬 정확하게 기대수명을 예측할 수 있다”며 “메틸화 정도로 개인의 기대수명을 예측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등 활용 범위가 넓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실제로 DNA 메틸화 부위를 분석해 13개 코호트의 기대수명을 예측했다. 코호트란 특정한 기간에 출생하거나, 조사하는 주제와 관련해 공동의 경험을 가진 인구의 집단이다. 이 코호트에는 미국국립보건원(NIH)이 폐경 후 여성의 건강상태를 조사한 ‘WHI(Women’s Health Initiative)’에 사용된 인구 코호트도 포함된다. 백인, 흑인, 히스패닉 등 세 인구집단은 포함돼 있었지만 아쉽게도 한국인이나 아시아계열이 포함된 코호트는 없었다. 호바스 교수는 과학동아 e메일 인터뷰에서 “노화 속도에서 동아시아인들과 백인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모집단이 작았기 때문에 좀 더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아시아인 코호트 정보가 필요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단점도 있다. 메틸화를 활용한 기대수명 측정은 일정 나이 이상인 사람들에 한해서 예측이 가능하다. 통계처럼 아직 태어나지 않은 2030년생의 기대수명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광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제어연구단 선임연구원은 “수명은 후천적 영향을 많이 받아 시시때때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통계적 방식보다는 메틸화 분석법이 훨씬 정확하게 기대수명을 예측할 수 있다”며 “메틸화 정도로 개인의 기대수명을 예측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등 활용 범위가 넓을 것”이라고 말했다.
+ 더 읽을거리
1) doi:10.1016/S0140-6736(16)32381-9
2) doi:10.1186/gb-2013-14-10-r115
3) doi:10.18632/aging.101020
1) doi:10.1016/S0140-6736(16)32381-9
2) doi:10.1186/gb-2013-14-10-r115
3) doi:10.18632/aging.1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