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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할아버지, 어떻게 그렇게 건강하세요?

의학계에 큰 이변이 없다면 우리는 조만간 백세 시대를 맞이할 것이고, 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지난 수십 년간 과학자들의 연구로 노화에 관한 수많은 유전자와 작용 기작이 알려졌다. 그 결과 노화란 치료하거나 늦출 수 있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화에 대한 이해 없이는 암, 고혈압, 당뇨와 같이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노인성 질환에 대해 알 수 없다. 노화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작은 RNA : 근육 감소 문제 해결해
많은 노인들이 “죽을 때까지 내 다리로 걷고 싶다”고 말한다. 그만큼 ‘걷는 행위’가 노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근육량 감소는 노화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50대 후반부터 노화성 근감소증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하며, 65세 이상 인구 중 절반은 근감소증 환자로, 여러 질환 중 가장 유병률이 높다.

노년기의 근육 감소가 위험한 이유는 활동장애, 보행장애뿐만 아니라 당뇨, 고혈압, 심혈관 질환과 같은 2차 노인성 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근육은 체내 혈당을 낮추는 주요 기관으로, 음식을 먹으면 혈액에 높아진 혈당을 흡수했다가 공복 시에 이를 다시 내놓는 저수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때문에 적절한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은 노년기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필자가 속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노화제어 연구단에서는 노화성 근감소증을 제어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근육노화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많지만 필자가 주목한 것은 마이크로RNA(miRNA)다. miRNA는 약 22개의 리보핵산으로 구성된 작은 단일가닥 RNA분자다. miRNA는 전령RNA(mRNA)의 말단에 결합해, mRNA가 단백질을 만드는 것을 방해한다. 22개 정도의 짧은 가닥이기 때문에 miRNA는 일종의 ‘범용 조절자’로 작동할 수 있다. 즉, 하나로 여러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수십~수백 개까지 가능하다. 특정 miRNA의 변화만으로 다양한 단백질의 생성이 한꺼번에 조절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노화된 근육과 근육줄기세포에서 특정 miRNA들의 발현이 증가되거나 감소되는 것을 발견했다. 노화가 진행되면 근육줄기세포의 활성이 감소하는데, 여기에 miRNA를 인위적으로 주입했더니 근육줄기 세포의 활성이 다시 젊은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했다1). 이 연구결과는 근육노화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miRNA라는 것과, miRNA를 이용해 근육 상태를 다시 젊게 되돌릴 수 있다는 뜻이다(위 사진).

운동을 했을 때 발현하는 miRNA도 주요 관심사다. 최근 필자는 늙은 쥐를 트레드밀에서 한 달간 운동을 시킨 뒤 근육에서 발현하는 miRNA를 분석했다. 그 결과 늙은 쥐를 운동시켰을 때, 운동을 시키지 않은 젊은 쥐의 근육과 비슷한 발현 패턴을 보이는 miRNA를 발견했다. 추가 연구를 통해 작용 기작을 밝혀낸다면,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약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운동효과물질 : 운동하지 않아도 운동한 효과
운동하면 생겨나는 운동효과물질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남성은 40세, 여성은 폐경기 이후 노인성 비만이 시작된다. 노인성 비만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근육 감소로, 고혈압, 당뇨, 관절염의 원인이 된다.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그럴 수 없는 현대인이 더 많다는 게 문제다.

현재까지 보고된 운동효과물질은 주로 미토콘드리아의 생합성을 늘리거나, 미토콘드리아의 활성을 높이는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하는 것이다. 세포 호흡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의 활성이 늘어나면 그만큼 많은 생체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이는 개체의 운동능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단백질을 이용하면 운동을 하지 않아도 마치 운동을 한 효과를 내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다.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의 로날드 이반스 박사 연구팀은 2008년, 뛰어난 운동효과물질을 찾아냈다. AICAR와 GW156이라는 화학물질이 뇌 시상하부에서 각각 AMPK 단백질과 세포 핵에 존재하는 호르몬 수용체 PPAR-δ를 활성화시켜 운동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 단백질이 관여하는 신호전달체계는 근육의 구성과 제어에 관련 있는 많은 유전자의 활동을 제어해 전반적인 신체 활동에 관여한다. 특히 미토콘드리아의 생합성을 증가시킨다. 연구팀은 두 화학물질로 만든 약물을 투입하자 생쥐가 운동을 하지 않고도 정상 생쥐보다 운동 능력이 44%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2). 이 논문이 발표된 뒤 세계반도핑기구는 해당 약물을 바로 도핑 물질에 추가했다.

운동효과물질이 속속들이 밝혀지고있다.
그 중 미토콘드리아의 생합성을 증가시키는 AICAR, GW156로 만든 약물은 2009년 도핑물질로 추가됐다.


 
우르솔릭산 : 사과껍질에서 찾은 근육 생장 촉진 물질
합성물질이 아닌 천연물 중에도 이런 운동효과를 보이는 물질이 있다. 사과 껍질 속에 있는 우르솔릭산이다. 미국 아이오와대 의대 스티븐 쿤켈 교수팀은 우르솔릭산이 근육 성장을 촉진해 체지방과 혈당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를 ‘셀 메타볼리즘’에 발표했다3). 연구팀은 24시간 금식한 생쥐를 우르솔릭산을 주입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우르솔릭산을 먹은 쥐는 대조군보다 근육은 약 7~9%가 많아졌고, 혈당은 30% 가량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생명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운동효과 기전이 많이 규명되고, 운동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운동 능력을 잃은 노인들의 근감소증 치료와 꾸준한 운동이 어려운 현대인이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해서는 운동 없이도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는 약물의 개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개발이 완료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한 운동효과 약물은 전무한 실정이다. 연구자의 한 명으로서 분발을 다짐해 본다.


*이광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제어연구단 선임연구원으로 7년째 근무 중이다. 현재 혈액 속 miRNA가 근육노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 더 읽을거리
1) doi:10.1101/gad.263574.115
2) doi:10.1016/j.cell.2008.06.051
3) doi:10.1016/j.cmet.2011.0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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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광표 선임연구원
  • 사진

    남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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