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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전염과 면역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지난 해 10월 말 천안 봉강천에서 처음 발견된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겨울 내내 말썽이다. 11월 16일 충북 음성에서 가금류가 감염된 것이 처음 발견된 뒤, 충남과 충북은 물론 경기도와 전북, 전남, 경남 등 전국으로 거세게 퍼지고 있다. 1월 12일 현재까지 살처분된 닭과 오리 등 가금류가 3170만 마리를 넘어섰다. 역대 최대 규모로, 조류 인플루엔자 판데믹(대유행)이라 불러도 될 정도다. 이 날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도 안성시에 있는 안성천에서 야생조류의 배설물을 검사한 결과, 고병원성 AI인 H5N8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겨울 전국을 휩쓸고 있는 AI 바이러스를 철새가 들여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지난 연말 포천에서 발견된 고양이 사체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이러다가 사람에게도 전염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 고양이가 직접적으로 사람에게 조류인플루엔자를 전염시킨 사례는 없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매년 겨울이면 사람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때처럼 판데믹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언제, 어떻게 유행할지 모르므로 매년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WHO는 올 겨울 ‘플루 유행’를 어떻게 맞힐까
만약 2009년처럼 신종 인플루엔자가 나타난다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판데믹을 막으려면 초기에 감염자가 나타났을 때 빨리 적절히 중재를 해야 한다. 이때 유전적으로 어떤 유형의 바이러스가 창궐할지 미리 안다면 더욱 쉽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년도까지 각국에서 유행했던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다. 그리고 북반구는 매년 2월, 남반구는 매년 9월, 다가올 겨울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선정해 발표한다. 이때 H와 N으로 표현하는 바이러스 유형만 예측하는 게 아니라 소변이를 고려한 세부 스트레인(바이러스 주)도 예측한다.

그러면 여러 제약회사들이 이 바이러스 주를 토대로 백신을 만들어 유행 시기가 되기 전에 시판한다.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약 2~3주 전에 백신을 맞아야 예방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별 의학연구 수준에 따라 인플루엔자에 대한 데이터가 천차만별이다. 북반구에서는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서 전 해에 유행한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확보해 유전적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처럼 의학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 또 인플루엔자는 워낙 변이가 많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인플루엔자가 새롭게 유행할 위험성은 늘 있다.

실제로 지난 4~5년간 WHO는 특히 H3N2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예측하는 데 애를 먹었다.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H1N1에 비해 변이가 잦고 치사율이 높은 H3N2 바이러스는 예측하기가 더욱 어렵다. 예를 들면 WHO는 텍사스에서 처음 발견됐던(텍사스스트레인) H3N2 바이러스(A/Texas/50/2012)와 비슷한 주가 2014~2015년에 유행할 거라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스위스스트레인이 유행했다. 그래서 백신을 맞아도 예방 효과가 크지 않았다. 이번 겨울(2016~2017년)은 A형 H3N2 바이러스가 일찍이 12월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WHO가 예측했던 대로 홍콩스트레인과 비슷한 주로 밝혀졌다.



▲수리모델로 예측한 인플루엔자바이러스 진화= 독일 헬름홀츠 감염연구센터의 앨리스 맥하디 박사팀은 1992년부터 2007년까지 H3 아형 인플루엔자의 유전정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수리모델로 분석했다. 각 색깔은 연도를 나타내며 점은 바이러스 주다. 점 사이가 멀수록 유전적인 차이가 크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 모델을 이용해 바이러스가 변하는 패턴을 분석하고, 앞으로 나타날 바이러스를 예측하려고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인플루엔자를 예측하는 툴을 만들어 백신을 제작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인플루엔자 유형을 예측하는 기술이 부족하다. 게다가 경제성을 위해서는 북반구에서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뿐만 아니라 수출용으로 남반구에서 쓸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해야 하는데, 여건이 마땅치 않다.

문제는 올 겨울에 유행할 바이러스 주를 거의 정확하게 예측한다고 해서 독감을 100% 예방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백신을 맞았을 때 나타나는 효과가 다르다는 이유도 있지만, 백신을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일정 수 이상 인구가 맞아야 집단 내 전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 대응을 하지 못해 시기를 놓치거나 너무 적은 인원만 백신을 맞는다면 결국 독감이 유행하게 된다.


이종 간 전염 정확히 예측하려면 역학 연구 필요
국내외 전문가들은 수리모델을 활용해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전파하는지, 어느 시기에 어느 집단을 대상으로 대책(약물 치료나 격리 등)을 세워야 확산을 막을 수 있는지 예측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건국대 수학과 정은옥 교수와 이종걸 박사팀은 수도권에서 통근, 통학하는 인구 데이터를 이용해 ‘신종인플루엔자 확산모델’을 만들었다. 전염병에 걸릴 수 있는 감수성집단과 노출집단, 감염집단, 회복집단을 변수로 유행하는 패턴을 모형화한 SEIR모델을 활용한 것이다. SEIR모델로는 전염병이 유행하는 규모와 절정 시기, 종료 시기, 백신의 효과와 위험요인 등을 예측할 수 있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서 학교 또는 회사 등 매일 움직이는 경로가 일정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어느 한 지역에서 처음 나타난 인플루엔자가 수도권 내에서 어떻게 퍼지는지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다. 이것을 활용하면 대중교통 감소나 환자 격리, 휴교 같은 ‘비약물적 중재’와 타미플루 처방 같은 ‘약물적 중재’를 어느 시기에 해야 인플루엔자 전염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지 분석할 수 있다.

연구팀은 비약물적 중재에 대해 시뮬레이션 했다. 그 결과 어느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하느냐에 따라 확산 양상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각 방법을 쓸 때마다 인플루엔자 확산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구체적인 수치와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수리모델을 사용해 현재 전국 인구를 상대로 인플루엔자 확산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또 백신을 투여하는 시기와 연령 등을 넣으면 확산 패턴을 자동적으로 알려주는 임상용 플랫폼도 개발할 예정이다.

이 모델을 활용하면 기사 초반에 소개한 조류 인플루엔자 판데믹의 확산 경로도 예측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사람과 새 사이에서 전염이 일어난다고 가정하면 이종 간 전염 양상도 연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국내 데이터를 이용해 인플루엔자 확산 양상을 연구하는 데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인플루엔자가 변화무쌍한 만큼 각 나라의 기후나 계절, 인구, 숙주가 될 수 있는 동물 종과 개체 수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요인에 대해 좀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이고 동물의 이동에 대한 자료가 축적되면, 지금과 같이 가금류를 무조건 몰살시키는 비극도, 판데믹의 공포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인플루엔자가 얼마나 빨리 확산되는지, 전염을 멈추려면 언제 어느 집단을 대상으로 중재해야 할지 예측할 수 있을까. 건국대 수학과 정은옥 교수와 이종걸 박사팀은수도권에서 통근, 통학하는 인구 데이터를 이용해 수리모델을 만들었다. 인플루엔자 감염자가 과천에서 최초로 나타난 뒤, 2주, 4주, 6주… 20주 후 시간에 따라 어떻게 확산되는지 경로와 빠르기를 알 수 있다. 이 모델을 이용하면 약물적, 비약물적 중재를 어느 시기에 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인플루엔자 확산을 줄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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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인플루엔자
Part 1. 변종 플루 HXNX
Part 2. 변신의 귀재, 인플루엔자의 똑똑한 생존전략
Part 3. 전염과 면역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Part 4. ‘키메라 백신’으로 인플루엔자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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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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