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 냉전시대에 군사위성이 활보했다면 정보시대에는 통신방송위성이 핵심 무기다. 출정식을 치른 무궁화위성이 앞으로 어떻게 우주시대를 헤쳐 나갈지 살펴본다.
깜짝 놀랐다. 1995년 8월 5일 오전 7시10분 케이프 캐너베럴 발사장을 떠난 무궁화 1호가 발사된 지 63초 만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익히 위성 발사사고를 들어왔던 까닭에 조바심은 더했다. 작년 12월 PAS-3 통신위성을 운반하던 아리안 로켓이 3단 엔진 결함으로 궤도 진입에 실패했는가 하면, 올해 1월에는 중국의 장정 2E가, 3월에는 러시아의 SS-25가, 8월에는 록히드 마틴사의 소형 저궤도 위성 발사체 LLV1 이 사고를 일으켰다.
무궁화 1호는 허리케인으로 이틀이나 발사가 지연되는 등 발사 초기부터 애를 먹였다. 그러더니 발사 후 연소된 보조 로켓이 1단 로켓으로 부터 분리되지 않아 정상궤도보다 낮은 궤도에 오르고 만 것이다. 또 원지점 모터의 점화도 위성의 방향과 지상 안테나의 문제로 여러 차례 지연됐다. 이 결과 동경 110˚, 경사각도 0.04˚에 자리 잡은 무궁화 1호의 수명은 4년 4개월로 단축됐다. 애초 10년을 내다봤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어쩌면 이 정도도 행운인지 모르지만, 그동안 국민이 겪었던 정신적 피해는 참으로 컸다. 특히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든 까닭에 국민의 관심은 차츰 피해액으로 쏠렸다. 무궁화 1호에 들어간 비용은 위성 설계비와 제작 발사비용을 통틀어 1억3백91만 달러다. 이 비용을 보험사로부터 돌려받게 되자 그때서야 여론도 다소 수그러들었다.
무궁화1호를 발사했던 맥도널 더글러스는 총 계약금의 10%인 31억 원을 받지 못하는 것을 제외하면 더 이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우주 공간에서 위성체가 설계나 부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작사는 그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관례다. 심지어 발사 순간 발사체가 폭발한다고 해도 제작사와 발사서비스사는 면책을 누린다. 생각 같아서는 위성을 새로 만들어 달라고 해야 하지만 우주산업은 위험 요소가 많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2015년까지 무궁화6기 활보
무궁화 1호의 실패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되면서 소유권이 보험사로 넘어갔다. 남은 문제는 우리가 이 위성을 임대해 쓸 때 무궁화 1호라는 이름을 계속 쓸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다행스럽게도 소유권은 바뀌지만 무궁화 1호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을 것" 이라고 한국통신의 김홍모 위성사업본부 종합계획부장은 말한다. 그래서 무궁화 1호는 남은 수명 동안 미진하나마 한국의 통신방송 위성시대를 열어나가게 됐다.
현재 무궁화 1호는 위로와 격려를 받으며 방송통신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능시험 결과는 매우 좋아 내년 1월이면 데이터중계 원격의료 원격화상회의 위성방송 등 다양한 첨단 통신방송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이미 지상국 설비를 갖춘 위성통신은 그동안 임대해서 사용했던 인텔샛(INTEL-SAT)에서 무궁화위성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오는 12월23일에는 두 번째 통신방송위성인 무궁화 2호가 발사된다. 총비용은 1억2백61만 달러. 무궁화 2호는 무궁화 1호와 기본적으로 같은 시스템인데, 제작이 완료돼 발사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무궁화 1,2호가 가져오는 정보혁명은 국민 생활을 질적으로 바꾼다. TV와 CATV중계서비스는 고품질의 영상을 제공하고 난시청 지역을 해소한다. 그래서 TV가 잘 안보여 짜증나는 일이 사라지고 시골 구석에서도 좋은 화질의 영상을 볼 수 있게 된다. 위성방송 서비스는 산지나 어촌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 강의를 듣고 시험도 치를 수 있도록 해준다. 위성통신은 외국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지진이나 화재가 나도 중단 없는 통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이 뿐만 아니라 차안에는 전자지도가 생기고, 배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바다에서 항로를 안내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정보혁명은 앞으로 오는 정보시대를 표현한 것으로 무궁화위성이 그 일을 해내리라고 본다.
한국통신은 무궁화1호의 수명 단축으로 앞으로 발생할 정보서비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준비에 들어갔다. 무궁화3호의 발사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무궁화3호는 원래 예정보다 5년정도 앞당겨 1999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무궁화3호의 쓰임새에 대해선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10년 후로 미뤄놨던 발사계획을 5년 앞당긴다고 해서 무궁화1,2호 정도의 기능을 가진 위성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무궁화1,2호는 한반도와 연변, 중국 일본의 일부에서만 수신 가능한 국내용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통신방송 시장이 적기때문에 수신 지역을 넓히기 위해 앙각이 큰 위성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통신관련 기술의 발달로 중계기(현재 1,2 호는 통신용 12개와 방송용 3개임)가 늘어나고, 수명도 늘어난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점은 통신방송 시장의 변화를 읽는 것이다. 현재 한국통신이 전적으로 부담해 무궁화위성을 만들고 있으나 적자를 면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한국통신은 다른 대기업의 참여를 바라고 있으나 아직 선뜻 나서는 곳이 없다. 대기업들은 오히려 저궤도위성인 다목적위성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저궤도위성이 이동통신 등 그 수요가 커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통신방송위성인 무궁화위성은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것이다.
무궁화위성의 파수꾼, 위성관제소
무궁화1호가 말썽을 부렸을 때 이를 해결한 곳은 바로 위성관제소다. 현재 무궁화위성의 관제소는 2곳에 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것이 주관제소이고 대덕 연구단지에 있는 것이 부관제소다. 대덕 부관제소에서는 발사체의 결함으로 정지궤도에 오르지 못한 무궁화1호를 제대로 궤도상에 올리는데 한몫을 했다. 이와 달리 용인관제소는 정지궤도 상에 무사히 오른 무궁화1호를 조정해 계획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용인 주관제소에는 관제용 송수신안테나 위성관제 운용실 위성신호 감시실, 그리고 수신된 위성 신호를 분석해 그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관제 명령을 보내는 주컴퓨터 등이 있다. 무궁화위성을 관제하는 소프트웨어는 미국의 마틴 마리에타사가, 하드웨어는 영국의 마트라 마르코니사가 개발했다. 그리고 컴퓨터 시설의 설치는 LG정보통신이 맡아 완벽하게 해냈다.
용인 주관제소는 지상 3만6천㎞에 위치한 무궁화위성의 궤도와 성능, 자세유지, 중계기의 동작 상태를 살피기 위해 무궁화위성을 추적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무궁화위성이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일이다. 만약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교정하고 수명이 다한 위성은 우주공간으로 폐기하는 일도 이곳에서 하는 일의 일부다.
무궁화위성은 정지궤도의 한 지점에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 위치한 정지궤도는 달과 태양의 인력 방향과 지구 중력의 불균형으로 인해 그 위치가 변한다. 그래서 위성이 정지궤도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14일마다 동서 방향으로, 28일마다 남북 방향으로 궤도를 조정해야 한다. 또 위성과 통신하기 위해서는 위성의 전자빔(위성안테나)이 항상 일정한 지점(전북 무주구천동)을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위성의 자세를 제어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우주공간에서는 음지와 양지가 2백℃이상의 온도 차이가 나므로, 이와 같은 극한 상황에서 위성이 잘 동작하는지 그 상태를 감시해야 한다. 이런 일들을 하는 곳이 바로 용인 주관제소다.
용인주관제소의 관제시설은 다음에 발사할 것까지 고려해 4개 위성을 관제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현재 용인 주관제소에서는 무궁화1호의 궤도 내 시험 과정을 수행하고 있는데, 위성 발사 시 충격과 특수한 우주환경에서의 위성 부품들, 특히 중계기의 성능이 올바른가를 시험하고 있다.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일반인들을 위해 용인 주관제소가 마련한 무궁화위성 전시장도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다. 여기에는 세계의 주요 로켓모형도, 실물 크기의 무궁화위성체 모형, 무궁화위성 발사체인 델타 II7925 등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