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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인체 플랫폼화 기술, 어디까지 왔나



인공 망막

미국의 ‘세컨드 사이트 메디컬 프로덕트’사는 망막의 역할을 대신하는 '아르거스Ⅱ’를 개발했다. 선글라스에 달린 소형 카메라가 풍경을 촬영하면, 이 영상이 몸 외부에 휴대한 영상처리장치에서 적절한 전기신호로 변환돼 망막에 이식한 마이크로칩으로 무선 전송된다. 이 신호가 시신경을 자극한다. 유럽과 미국에서 각각 2011년, 2013년에 시판 승인을 받고 지금까지 10여 명의 시력을 회복시켰지만, 아직 해상도가 낮다는 문제가 있다.

차세대 인공 망막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일본 오카야마대 연구팀이 개발하는 인공망막 ‘오유렙UReP)’은 빛을 인지하는 광전자색소를 코팅한 얇은 필름으로, 망막에 이식하면 색소가 빛을 전기신호로 변환해 시신경을 자극한다. 카메라나 소형컴퓨터 등 외부기기가 불필요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현재 쥐 실험에만 성공한 상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실험은 미정이다.
 

슈퍼눈

미국 실리콘밸리의 바이오해킹그룹 ‘대중을 위한 과학’은 깜깜한 야간에 선명하게 볼수 있는 ‘클로린 e6’라는 점안액을 개발해 2015년 3월 직접 실험했다. 실험 참가자는 어둠 속에서 50m 밖 나무가 우거진 곳에 서 있는 사람을 알아봤다. 정확한 원리는 알려지지 않았다.

캐나다의 ‘오큐메틱스테크놀로지’사는 슈퍼시력을 만들 수 있는 생체렌즈를 개발했다. 지름 8mm의 투명한 렌즈이며, 가장자리를 둘러싼 1.17mm 두께의 고리 안에 삽입된 작은 알루미늄 거울이 눈으로 들어오는 빛을 4배 늘려준다. 회사는 건강한 시력(좌우 1.0)의 3배까지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직 동물실험조차 진행되지 않은 상태이며, 인위적으로 많은 양의 빛을 쪼이기 때문에 안구에 악영향을 줄 거라는 지적이 있다.
 

인공 와우

귀에 장착한 마이크로폰에 들어온 소리가 몸 바깥(혹은 귀 뒤)에 휴대한 음성처리장치에서 적절한 전기신호로 변조돼 귀 안에 이식한 다채널 전극에 무선 전송된다. 여기서 나온 전기 신호가 청신경을 자극한다. 1990년대에 이미 제품화됐고, 이를 이용해 2012년까지 전세계에서 30만 명 이상이 청력을 되찾았다. 단, 1만5000개의 유모세포를 불과 20여 개의 채널로 대체했기 때문에 아직 정밀도가 떨어진다.

외부 기기가 필요 없는 차세대 인공 와우 개발도 활발하다. 한국기계연구원과 서울대 공동 연구팀은 2014년 달팽이관 원리를 그대로 모사한 ‘생체모사 무전원 인공기저막 소자’를 개발했다. 외부 음성처리장치 대신 서로 길이와 두께가 다른 유연한 압전소자 여러 개의 물리적 변화를 이용했다. 현재 쥐 실험만 진행 중이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실험은 미정이다.
 

인공 기관지

다른 사람의 기증이 필요 없는 인공생체 이식의 길은 2011년 처음 열렸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알렉산더 세이펄리언 박사는 기관지암에 걸린 스웨덴 환자의 기도를 3차원 입체영상으로 촬영한 뒤, 인체 친화적 플라스틱으로 복제품을 만들었다. 스웨덴 병원에서는 이 모형을 환자의 줄기세포가 담긴 용액에 넣고 배양물질을 투입했다. 그 결과, 줄기세포가 기관 조직으로 발달했다. 의료진은 인공기관을 환자의 기관이 있던 자리에 이식했다. 최근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과 줄기세포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기관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환자 맞춤형 인공생체를 만드는 시도가 활발하다.
 

인공 심장

펌프와 압축공기 등 기계 장치를 이용한 인공심장은 50여 년 전부터 개발이 진행돼 왔다. 초기 인공심장은 피부를 관통하는 선을 통해 몸 밖의 외부기기와 연결해야만 했다. 인체 내부에 완전히 이식할 수 있는 3세대 인공심장은 미국 ‘아비오메드’사에서 개발한 ‘아비오코(AbioCor)’가 가장 유명하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10여 명의 환자에게 임상시험용으로 수술됐지만, 합병증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수술을 받을 만큼 생존 연장 혜택이 크지 않아 2016년 현재 아비오 메드사는 추가 제품 개발을 포기한 상태다.
 

인공 혈액

적혈구를 대신해 산소를 운반하는 인공 분자. 멸균 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적고, 최대 3년까지 실온에서 보관할 수 있다. ABO 항원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없어 혈액형에 관계없이 수혈할 수 있다. 아직 시판 승인을 받은 제품은 없으며(아프리카 일부에서 제한적 사용), 시판되더라도 적혈구의 산소 운반 기능만을 대체할 뿐 혈액응고인자와 혈소판이 하는 지혈작용은 할 수 없다. 인공혈액은 1200mL 이하의 출혈이 있을 때 응급 치료에만 이용될 전망이다.

전자 의수

근육에 흐르는 전기 신호(표면 근전도)로 사용자의 의도를 알아내 로봇 손에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 2007년에 나온 영국 스코틀랜드 ‘터치 바이오닉스’사의 ‘아이 림’은 다섯 손가락을 모두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전자 의수로 꼽힌다. 비바이오닉(Bebionic), 오토복(Ottobock) 등 다양한 전자 의수가 출시됐지만,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비싼 가격이 흠이다. 표면 근전도로 알아낼 수 있는 동작 수가 10여 개에 불과하다는 근본적인 한계도 있다. 최근에는 근육 대신 신경 다발에서 직접 전기 신호를 받으려는 연구가 시작됐다.

인공 신장

미국 UC샌프란시스코와 밴더빌트대 공동연구팀은 몸 안에 이식해 혈액 노폐물을 거를 수 있는 인공 신장을 개발 중이다. 실리콘나노필터가 피의 노폐물을 걸러내면, 공여자의 신장 세포가 든 생물 반응기가 물을 재흡수한다. 예비 실험 결과 면역거부반응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현재 60일 정도인 생물반응기 내 신장 세포의 생존 기간을 늘리고 필터가 장기간 막히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 현재 커피 컵만 한 프로토타입이 공개됐고, 2020년 임상시험이 목표다.
 

전자 의족

MIT 미디어랩 생체기계학 연구그룹의 휴 허 교수는 비장애인의 보행 패턴을 정확하게 모사한 전자 의족을 개발해 보스톤 마라톤 대회 폭탄테러로 다리를 잃은 미국의 무용가 에이드리언 해슬렛-데이비스를 1년만에 무대로 복귀시키는 데 성공했다(2014년 3월 TED 강연). ‘바이옴(BiOM)’이라는 이 최첨단 전자 의족은 지금까지 1000여 명의 절단장애인에게 적용됐다. 에이드리언에게 적용된 무용가 전용 의족의 가격은 25만 달러(약 2억9000만 원)로 알려졌다.
 
미국의 무용가 에이드리언 해슬렛-데이비스는 사고 1년여 만에 전자 의족을 착용하고 공연하는 데 성공했다.

전자 피부

청각, 후각, 촉각을 감지할 수 있는 전자피부가 개발돼 있다. 고현협 UNIST 에너지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촉각뿐만 아니라 소리도 인식하는 전자피부를 최근 개발했다. 아직은 아날로그 신호를 수집만 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1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 일러스트

    박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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