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PART 3. 빙하시대의 거대동물들

거대동물의 대표주자 매머드

생물이 탄생한 이래 지구에서 가장 추운 시기였던 빙하시대는 독특한 동물상이 발달했다. 거대동물 특히 대형 포유류의 번영과 몰락을 통해 당시의 풍경을 살펴보자.


거대동물의 대표주자 매머드

현재 지구에서 가장 덩치가 큰 육상동 물은 코끼리다. 신생대를 통틀어 번성했 던 코끼리를 지금 우리는 그리 쉽게 볼 수 없다. 대부분 사라지고 단 2종인 아프 리카코끼리와 아시아코끼리만 남아 명 맥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코끼리가 빙하기를 끝으로 지구 에서 사라진 매머드의 후손이라고 생각 한다. 하지만 매머드는 코끼리의 조상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친척일 뿐이다. 매머 드의 조직과 DNA 연구 결과를 보면 아 프리카코끼리와 아시아코끼리가 유전적 으로 가까운 정도보다, 매머드와 아프리카코끼리 혹은 매머드와 아시아코끼리 가 더 유전적으로 가깝다.

매머드가 진화한 과정은 빙하시대 특 유의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코끼리 류 동물이 지구에 처음 등장했을 때 몸 집이 그리 크지 않았다. 메리테리움이라 불리는 이들의 조상은 몸길이가 1~3m 로 돼지와 비슷했으며 코도 짧았다. 코 끼리류는 호주와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 든 대륙에서 살았다. 이후 아프리카매머 드가 등장했다. 약 450만~180만 년 전에 살았는데, 털이 별로 없고 머리에는 혹 처럼 생긴 구조와 나선형으로 휜 상아가 나 있었다. 250만~75만 년 전에는 남반 구매머드(Mammuthus meridionalis ) 가 나타났다.

어깨높이가 4m에 달하고, 무게가 10t이나 됐다. 이들은 아프리카 에서 유럽과 아시아까지 서식범위가 넓 었고, 약 170만 년 전에는 얼어붙은 베링 해협을 건너 북미 대륙까지 진출했다. 온 난하고 푸른 사바나 지대에서 살던 이 들은 추운 빙하기가 찾아와 유럽 전 지 역이 스텝 지대로 바뀌자 점차 사라지고 말았다. 그 틈을 메운 것은 스텝매머드 (Mammuthus trogontherii )였다. 이들 은 진정한 거대동물이었다. 어깨높이는 4~5m에 이르렀고 무게는 20t에 달했다.

흔히 ‘매머드’라고 하면 떠올리는 털매머드(Mammuthus primigenius )는 가 장 최근인 45만~1만1000년 전에 살았 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매머드 계 통에서는 아담한 축에 속해서 어깨 높이 2.7m에 몸무게 4~6t에 불과(?)했다. 크 기는 작았지만, 대신 추위에 적응한 독 특한 몸이 발달해 빙하시대를 견뎠다. 2cm의 두꺼운 피부와 8cm에 달하는 피 하지방, 그리고 긴 털이다. 특히 거칠고 긴 바깥쪽 털은 지름이 0.5mm로 사람 머리털보다 약 3~6배 굵었다. 길이는 부 위에 따라 달랐는데, 배와 등쪽에 난 털 은 최대 90cm에 이르렀다.


매머드인듯 매머드 아닌 매머드 같은
마스토돈은 털매머드와 자주 혼동되 는 코끼리과 동물이다. 겉모습은 털매머 드와 비슷하지만 전혀 가깝지 않다. 생김 새는 오히려 현생 아시아코끼리와 더 닮 았다. 신생대 플라이오세 후기(375만 년전)에 등장했고, 플라이스토세 후기까지 북미와 중미 대륙에서 살다가 약 1만500년 전에 완전히 멸종했다. 마스토돈은 털매머드와 먹이가 달랐다. 현생 코끼리처럼 땅 가까이 자라는 키가 작은 식물(풀)을 통째로 뜯어먹기도 했고, 키가 큰 식물의 잎, 가지 등을 따먹기도 했다. 침엽수림의 잔가지와 솔방울, 잎을 주로 많이 먹었던 흔적을 보면, 둘 중에서는 높은 식물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 털매머드는 주로 키 작은 풀을 뜯어 먹었다. 마스토돈은 털매머드보다 다리가 훨씬 짧고 몸통이 길었다. 어깨높이와 몸무게는 털매머드와 비슷했는데, 대신 두개골이 낮고 길었으며 이빨 표면에 식물의 잎이나 나무줄기를 씹어 먹기에 적합한 둥근 돌기 모양의 구조가 나 있었다. 이는 풀을 갈아먹기 좋은 털매머드의 이빨과 다른 특징이다.
 

지금은 볼 수 없는 털코뿔소는 육중한 몸과 긴 뿔을 자랑했다. 매머드처럼 스텝 지역의 풀을 먹었다.


뿔이 멋진 동물과 육식동물들
플라이스토세 후기에 유라시아 북부 스텝 지역에는 털코뿔소가 살았다. 풀을 먹고 살았기 때문에 넓은 평원지역이나 완전히 열린 삼림지대를 선호한 것이다. 영양가 많은 풀이 널린 스텝 지역은 매머드와 마찬가지로 털코뿔소에게도 천국이었다. 털코뿔소는 현생 코뿔소보다 몸집이 훨씬 육중했다. 굵고 긴 털이 온 몸을 덮었으며, 짧고 굵은 다리, 커다란 뿔을 갖고 있었다. 뿔은 최대 1.5~2m 정도까지 자랐는데 땅을 덮은 눈을 치우고 먹이를 찾을 때 주로 사용했다. 동굴벽화에 두 마리의 털코뿔소가 서로 싸우고 있는 장면이 나온 것으로 보아 영역 경쟁을 할 때 무기로도 사용했을 것이다.  

메갈로케로스는 지구에 살았던 가장 큰 사슴이었다. 키가 2.1m였는데, 머리 위에서 양쪽으로 벌어진 뿔의 폭이 2.7~3.6m였다. 거대한 뿔은 오직 수컷에게만 있어, 짝짓기 시기에 수컷끼리 서로 전투를 벌이거나 암컷에게 과시하는 용도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빙하시대에는 초식동물만 컸던 게 아니다. 덩치 큰 초식동물의 전성기는 곧 이들을 포식할 육식동물의 전성기기도 했다. 250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 미국과 남미대륙의 대초지에는 거대 육식동물인 스밀로돈이 살았다.

 

『빙하시대에는 다양한 대형 동물이 스텝과 삼림지대를 누볐다.
이들이 보여주는 생태계 질서는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호랑이나 사자처럼 현생 고양이과에 속했는데, 고양이과 그 어떤 동물보다도 크고 강력한 몸집과 앞다리, 송곳니를 지녔다. 스밀로돈은 이 무기로 땅나무늘보, 낙타, 말, 들소 등 대형 초식동물을 공격했다. 특히 최대 길이가 28cm나 되는 송곳니의 양날에는 톱니모양 구조가 있어서 먹잇감을 제압하고 목이나 가슴을 공격해 숨통을 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무리한 힘을 가하면 부러질 수 있어 그리 자주 쓰지는 못했다. 대신 먹잇감의 가장 부드러운 부위를 자르거나 공격할 때 사용했다.

침엽수림이 우거진 숲 속이나 넓은 초원에서 살던 동물도 있다. 몸길이가 3.5m인 동굴사자다. 동굴사자는 역사상 가장 큰 사자로, 현생 사자보다 8~10% 이상 컸다. 사슴, 들소, 새끼 매머드, 그리고 사람을 사냥했다. 인간이 그린 동굴벽화에도 동굴사자의 그림이 남아 있는데, 숱이 무성한 갈기는 없었다.

다이어늑대는 약 24만~1만 년 전에 살았다. 처음에는 북미대륙에 나타났다가 남미대륙으로 이동해, 볼리비아 남부까지 살았다. 전체 몸길이 약 1.5m, 무게 50~70kg으로 개과 육식동물 가운데 가장 크다. 회색늑대 등 현생 종보다 두개골이 더 크고 넓었으며 다리는 짧고 강력했다. 또 훨씬 더 크고 무시무시한 힘을 지닌 이빨로 포획한 동물의 뼈를 씹어서 깨뜨려 버렸다.
 

‘검치호랑이’ 또는 ‘검치고양이’로 불리는 육식동물의 대표 스밀로돈은 120°까지 벌어지는 입과 긴 송곳니가 인상적이다.
 


 메가테리움은 지금은 비슷한 동물조차 만날 수 없는 독특한 동물이다. 키가 6m까지 자랐고 발톱이 컸다.​


느린 놈 신기한 놈 무서운 놈
빙하시대라고 모두 눈에 덮여 있거나 초원이었던 것은 아니다. 비교적 따뜻한 시기나 지역도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산 동물 중에도 거대하고 특이한 것들이 있었다. 190만~1만 년 전 사이에 살았던 메가테리움은 거대한 몸집에 매우 느리게 움직이던 동물이다. 못처럼 생긴 이빨을 지녔으며, 나무 위의 잎이나 꽃, 잔가지를 먹을 때에는 꼬리를 이용해 균형을 잡으며 뒷다리로 섰다. 각 발가락에는 갈고리 같은 발톱이 세 개씩 있었다.

최대 6m에 달하는 몸길이와 3~4t에 이르는 무게는 거의 코끼리와 맞먹었고, 천적은 없었다. 특히 70cm나 되는 거대한 발톱은 휘두르면 어떤 육식동물이라도 물리칠 정도였다. 배설물 화석을 분석한 결과 최소 70여 가지 식물을 먹었으며, 가뭄으로 먹을 만한 식물이 없어지면 다른 동물의 사체에서 고기를 떼어 먹기도 했다. 나름 환경에 잘 적응했기에 오랜 기간 생존했지만, 빙하시대가 끝날 무렵에는 사라지고 말았다.

글립토돈은 빙하기에 살았던 포유동물 중 가장 신기하게 생겼다. 특이한 갑옷구조 때문이다. 빈치상목에 속하는 글립토돈은 현존하는 개미핥기, 나무늘보, 아르마딜로, 그리고 멸종한 땅늘보 등과 가까운 동물이었다. 수입 자동차 ‘비틀’과 크기가 거의 비슷할 정도로 거대했으며, 단단한 스쿠트(scute, 등껍데기)형태로 된 구조가 1800개가 넘었다. 스쿠트 한 개의 두께는 약 2.5cm 정도로 매우 견고했다. 꼬리도 스쿠트로 덮여 있어서 천적들과 싸울 때 무기가 됐다.

마지막 동물은 기이한 새다. 아마도 이렇게 큰 새가 지구에 실제로 존재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400만~180만 년 전 사이에 북미대륙에서 살았던 티타니스는 키가 2.5m나 되고 무게도 150kg이나 나가는 괴조였다. 체형도 중생대의 거대 육식공룡과 비슷해, 큰 두개골과 부리만 언뜻 보면 티라노사우루스의 두개골처럼 보인다. 비록 날 수는 없었지만, 엄청난 크기만으로 지상을 압도해 ‘공포새(Terror bird)’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티타니스는 최대 시속 40~60km로 달릴 수 있었으며, 손도끼처럼 날카롭고 무시무시한 부리와 긴 발톱을 사용해 작은 말, 토끼, 설치류, 파충류, 그리고 다른 새를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대부분의 조류는 하늘을 날기 위해 골격 속이 비어있고 무게도 가볍다. 하지만 티타니스는 오히려 뼈가 굵고 튼튼해서, 마치 거대한 포유동물의 뼈를 연상시킨다.


지금은 볼 수 없는 동물을 위하여
지금까지 소개한 동물은 가깝게는 불 과 1만 년 전까지 살다 사라진 동물이다. 비슷한 친척 종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 지만, 모습만 봐도 몹시 기이하게 느껴질 정도로 낯선 것들도 있다. 이들은 모두 변덕스럽고 추운 빙하시대의 혹독한 환 경에 나름 적응해 번성했다. 하지만 이 들의 시대는 갔다. 대신 다른 동물의 시 대가 왔는데, 바로 이들 거대 포유류의 틈바구니에 숨어 살다 전세를 역전한 또다른 포유류, 인류다.


임종덕_dinostudy@outlook.com
국립문화재연구소 천연기념물센터 학예연구관으로 동물과 지질분야 천연기념물 연구와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미국에서 자연사 박물관학과 척추고생물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공룡과 매머드 등의 전문가로 꼽힌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매머드왕국의 최후
PART 1. “2015년, 지금은 빙하시대”
PART 2. 빙하동물의 천국, 매머드 스텝
PART 3. 빙하시대의 거대동물들
PART 4. 추위가 불러온 '인간성'의 폭발
PART 5. 무엇이 매머드 왕국을 무너뜨렸나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5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지구과학
  • 역사·고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