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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빙하동물의 천국, 매머드 스텝

식물, 지구의 ‘풍경’을 바꾸다




 

빙하시대의 춥고 건조한 기후는 지구의 식물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식생의 변화는 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식물, 지구의 ‘풍경’을 바꾸다
빙하기와 간빙기는 상대적인 개념이 다. 지구적인 관점에서 빙하기는 빙하가 간빙기 때보다 더 확장되고, 지구의 표 면 온도가 더 낮고 건조해지는 시기다. 빙 하의 확장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이뤄진다. 고위도에서 저위도로 이뤄지는 확장과,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 뤄지는 확장이다. 고도에 따른 확장은 꼭 고위도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필 자가 연구 중인 하와이는 열대와 가까운 저위도에 위치한 섬이지만 산에 빙하가 확장한 흔적이 남아 있다.


빙하기와 간빙기에는 빙하에 따라 식 생도 확장하거나 후퇴한다. 대표적인 식 생 변화는 나무가 살 수 있는 한계 즉, 산 림한계선의 이동이다. 나무는 풀이나 선 태류(이끼)보다 추위를 잘 견디지 못한 다. 식물 체내에서 수분을 이동시키는 게 물관인데, 키가 큰 나무는 물관 안의 수 분이 뿌리에서 잎에 도달하기 전에 얼 어버릴 확률이 높다. 따라서 빙하가 확 장되면 산림한계선은 저위도로 후퇴한 다. 유럽의 경우 현재는 산림한계선이 스 칸디나비아 반도 거의 북쪽 끝을 지나 고 있다. 하지만 최후빙하전성기(약 2만 5000~1만5000년 전) 때에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부유럽 이남만 겨 우 나무가 자랄 수 있었다. 북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현재는 캐나다 최북단의 툰드라 지역을 제외하면 나무가 살 수 있 지만, 이 때는 산림한계선이 뉴욕 이남으 로 내려가 있었다.


빙하시대에는 식물이 살 수 없는 빙하지 대를 시작으로 극지사막, 스텝툰드라, 관목툰드라, 타이가(침엽수림), 냉·온대림, 온대림, 열대림이 차례로 나타난다. 이런 분포는 간빙기 때도 마찬가지지만, 빙하기 때는 극지사막 이하 나머지 지역이 저위 도, 저지대로 밀려난다는 점이 다르다.

 





 

빙하기에도 살아남은 아마존 열대우림


지구가 전반적으로 추웠던 빙하기에도 열대우림은 있었을까. 빙하기가 돼 고위도의 식생이 저위도로 내려왔다면, 저위도 열대우림도 줄어들었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상당수 열대우림은 빙하시대가 한창일 때도 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아마존 열대우림은 백악기 말부터 존재했다. 2005년 영국지리학자협회보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우림은 상당히 따뜻했던 신생대 전반기까지(3400만 년 전까지) 남미의 거의 대부분으로 확장돼 있었고, 이후 추워지면서 점차 면적이 줄어들어 지금의 아마존 유역 부근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빙하기가 한창이던 때에도 지금의 80%는 유지했다. 열대우림은 생물다양성을 유지시켰고, 건조한 빙하기에 물을 저장하고 대기 중에 순환시켰다. 

 

빙하기 동물은 무얼 먹고 살았나


이 가운데 우리의 흥미를 가장 끄는 곳 은 스텝 지역이다. 스텝은 건조한 초원지 대의 식생대다. 오늘날에는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이 분명하게 대비되는 거대한 대륙의 중앙에 있는데, 유라시아에서는 스텝이라고 부르고 북아메리카에서는 프 레리라고 부른다. 스텝은 빙하기 때 특히 발달했다. 빙하가 많아지면서 해수면이 낮아졌고 육지는 넓어졌으며 지구 전체가 춥고 건조해졌기 때문이다.


스텝 지역은 저위도의 해안과 저지대까지 확장됐다. 특히 최후빙하전성기에는 유럽-아시아- 베링지역-북미까지 연결되는 거대한 스 텝이 탄생했다. 일명 ‘매머드 스텝’이다. 매머드 스텝은 당시 지구에서 가장 큰 식생지대였다. 동서로는 스페인부터 캐 나다까지, 위도로는 극지방부터 중국까 지 걸쳐 있었다. 광활한 초원지대로, 큰 키나무(교목)가 없고 작은키나무(관목) 도 별로 없는 목초지였다. 스텝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습한 스텝(유라시아 북서쪽, 북위 62도 부근)과 건조한 스텝(시베리 아 중부와 몽골 부근)이 있었다. 습한 스 텝에서는 매머드가 살았고 건조한 곳에 서는 코뿔소가 많이 살았다.

당시 매머드 스텝에서는 털매머드, 스 텝 바이슨, 털코뿔소, 말 등이 살았는데, 이빨 화석을 통해 이들이 먹은 식물을 추 정해 볼 수 있다. 그 결과를 보면 매머드 와 바이슨, 코뿔소는 식사의 거의 대부분 을 벼과의 초본(풀, grass)으로 충당했다. 차이가 있다면, 매머드는 코뿔소에 비해 덜 건조한 스텝 지역의 광엽 초본(forb)과 관목 등을 더 많이 먹었다. 반면 얼룩말 이나 임팔라 등은 관목을 주로 먹었다. 매 머드 스텝은 이렇게 다양한 동물의 식성 을 만족시키는 천국이었다. 현재 매머드 스텝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그 흔적을 짐작해 볼 수 있는 곳 이 있다. 러시아의 브란겔랴(Wrangel) 섬이 이 빙하기 거대 식생의 마지막 흔 적으로 꼽히고 있다. 이곳은 지금도 매 머드의 상아 화석 등이 발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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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빙하시대의 거대동물들
PART 4. 추위가 불러온 '인간성'의 폭발
PART 5. 무엇이 매머드 왕국을 무너뜨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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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수현 위스콘신-메디슨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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