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은 일찍부터 우량종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됐다(체내수정). 그러다 인간에게 인공수정을 실시한 것은 1875년 영국에서 요도파열증으로 생식능력을 잃은 남자와 그 부인 사이에서 임신이 발생한 경우가 처음. 남편의 정자를 부인의 몸안에서 인공적으로 수정시켰다. 한편 비(非)배우자 간 인공수정은 1884년 미국에서 질병으로 정자생산이 불가능한 남편의 부인에게 다른 남자의 정자를 주입, 임신시킨 것이 그 시작이다.
2차대전이 끝난 뒤 인공수정은 여러 나라에서 보편화됐다. 미국에서는 연간 15-20만명의 아기가 인공수정으로 태어난다고 보고되며, 그 가운데 적어도 3분의 1가량이 비배우자간 인공수정에 의한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에서도 1950년대부터 시행, 지금까지 1만건이 넘는 인공수정이 행해졌다고 한다.
배우자간 인공수정은 현재까지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별다른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비배우자간 인공수정이다.
정서혼란, 가문파괴 등 야기
비배우자간 인공수정과 관련,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당사자들의 감정 및 정서적 문제다. 남편의 경우 비록 비배우간 인공수정에 합의했다 해도 깊은 감정 속에는 "이 아이는 내 자식이 아니다"는 생각이 계속 따라 다녀 가정불화와 파탄의 원인이 되고 있다. 부인의 경우 결코 '외도'가 아닌데도 무언가 죄책감을 느낀다는 보고가 있다. 또 자녀에게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신이 비배우자간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받는 충격과 좌절은 대단히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부인의 생식기능 이상으로 아기를 가질 수 없자 남편 정자를 인공수정받아 아기를 낳아 주는 대리모(代理母)가 최근 하나의 직업으로까지 등장했다. 이 '현대판 씨받이' 현상에 따른 정서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부부와 자녀의 감정은 비단 인공수정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다. 입양을 했을 때도 비슷한 심리반응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수정으로 그런 문제가 생긴 것이기는 하지만 이를 인공수정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그것은 오히려 가족관계에 대한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인식과 현대적인 가족의 재형성이 가능할 때 풀릴 문제일 것이다.
정서반응보다 사회적으로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따로 있다. 우생학적으로보다 건강하고 지적 수준이 높은 후세를 얻고 불구·기형·무능의 가능성이 있는 자녀를 배제하기 위해 '능력 있는' 비배우자와의 인공수정을 당연시하고 보편화하는 경향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 정자은행(또는 앞으로 난자은행)등이 새로운 투자기업으로 각광받을 전망마저 보인다. 그 결과 가정과 출산, 그리고 가문의 존엄성등이 파괴될 가능성 등에 대해 우려하는 견해가 대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