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에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를 보기가 어려워질 겁니다. 사람 없이도 로봇이 자동으로 건물을 짓는 ‘건설 공장’도 개발됐어요.”
홍대희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미래에는 어떤 중장비가 등장할까”란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로봇이 한 층 한 층 짓는 ‘건설 공장’
‘건설 공장’은 로봇이 자동으로 건물을 짓는 기계다. 수많은 로봇 팔이 사람 하나 없는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연상하면 쉽다. 로봇이 한 층을 다 짓고 나면 유압잭으로 건설 공장을 밀어 올려 또 한 층을 짓는다.
국내에도 건설 공장으로 지은 건물이 있다. 2011년 10월, 서울 안암동에 있는 고려대에서 국내 최초로 건설 공장이 철골 구조 공사를 전담한 지하 1층, 지상 7층짜리 ‘로봇융합관’이 준공됐다. 총 공사 기간이 30% 가량 줄었다.
건설 공장의 핵심 장비는 지능형 타워크레인과 볼트 연결 로봇. 지능형 타워크레인은 GPS를 이용해 정확한 위치에 자재를 옮긴다. 가장 빠른 경로를 찾아 움직이기 때문에 공사 기간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건설 공장의 천장을 따라 움직이는 볼트 연결 로봇은 사람보다 15% 빨리 볼트를 조인다.
그러나 기초 공사부터 완공까지 하는 완벽한 건설 공장을 보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각종 중장비의 완전 지능화, 자동화가 먼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건설 공장도 아직은 철골 구조만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차세대 굴착기 ‘햅틱’으로 안정성 높인다
최근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중장비는 굴착기다. 특히 차세대 굴착기의 모토는 ‘안전 최우선’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 굴착기 업체들의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2018년 개발 예정인 두산인프라코어의 미래형 굴착기 ‘CX’는 운전실을 슬라이드로 움직여 가파른 언덕에서도 굴착기 팔이나 커다란 바퀴에 시야가 가리지 않는다. 최누리 홍보팀 과장은 “차체뒤쪽에 달린 균형추가 삽에 담긴 무게를 감지해 자동으로 위치를 바꿔 균형을 잡는다”며 “굴착기가 전복돼도 운전실이 찌그러지지 않도록 구조와 신소재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햅틱 무인 굴착기’는 굴착기에 가해지는 힘을 조이스틱 모양의 조종대를 통해 작업자에게 전달해 안정성을 높였다. 홍대희 교수는 “기존 굴착기는 삽에 무리한 힘이 가해져도 작업자가 알지 못해 전복되는 사고가 많았다”며 “굴착기의 유압을 조이스틱에 그대로 전달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핫 토픽으로 떠오른 ‘3D 프린터’도 미래 중장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올 초 네덜란드 건축가 얀야프 라이제나르스는 3D 프린팅 기술로 ‘뫼비우스 띠’ 모양의 건물을 짓겠다고 해 화제가 됐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브라질에 지어질 예정이다. 이 실험이 성공하면 3D 프린터로 짓는 미래 도시가 한 발 더 가까워진다.
중장비의 미래가 도시의 미래 실제로 공사 현장에서 중장비의 쓰임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강인석 경상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사람이 손으로 하던 일을 중장비가 하게 되면 공사 품질이 균일해지고 기간이 단축된다”며 “머지않은 미래에는 공사 현장에서 사람이 다칠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중장비는 계속 똑똑해지고 있다. 홍대희 교수는 “중장비를 무인화, 지능화, 자동화하는 연구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한 중장비가 현재 지형과 목표 지형을 비교해 스스로 기초 공사를 하거나 낡은 도로 등을 자동으로 감지해 보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200년. 그간 중장비가 진화를 거듭해 왔기에 우리 삶의 터전도 함께 발전해 왔다. 앞으로는 더욱 똑똑해진 거대 중장비들이 새로운 미래 도시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중장비의 미래가 곧 이 도시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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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도시의 미래를 세우다, 거대 중장비
PART 1 중장비, 도시를 지탱하다
PART 2 중장비 끝판왕 TOP 5
PART 3 진격의 심장, 디젤엔진
EPILOGUE 건설 공장에서 찍어내는 미래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