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일렉트로닉스란 무엇을 지향하는 과학인가? 바이오 테크놀로지에 일렉트로닉스, 여기에 신경과학 유기합성과학 등도 관여하고 있다. 그 목표는 인간의 '뇌'로 향하고 있다.
실리콘반도체의 한계
바이오일렉트로닉스(생체전자공학)의 어원부터 설명하면 바이오테크놀로지(Biotechnology)와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와의 경계영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새로운 분야이다. 이 분야는 최근 3~4년간 관심이 부쩍 높아진 첨단 분야이다.
관심을 끌고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전자공학으로부터의 요청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반도체기술은 초미크로, 고집적화의 극한을 향해 나가고 있는데 21세기 초에는 그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그림 1)
기판(基板)에 패턴을 새기는데 빛이나 자외선을 사용하는 미세가공기술은 발열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실리콘을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전자공학에 한계가 있다면 그것을 대신할 것을 찾아 해결할 근본적인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해결을 위한 방법은 분자를 가지고 전자공학 소자를 만드는 것이다. 분자라면 크기가 훨씬 작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분자 1개로 소자를 만들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 물론 분자 1개로 하려는 꿈은 있으나 배선하는 문제도 있으므로 꼭 하나는 아니고 분자집합체를 연구하고 있다.
무기분자는 고쳐만들기 힘들므로 실리콘이나 칼륨, 비소 등 무기화합물은 곤란하고 원하는 것을 설계하여 만들 수 있는 유기분자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유기분자 합성기술도 발전하고 있으므로 유기분자를 사용하여 전자장치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패턴인식이나 병렬처리에 의한 정보처리등 현재의 전자공학기술로는 생체계가 행하는 복잡하고 고도한 기능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 바로 이러한 기대가 바이오일렉트로닉스를 탄생시킨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바이오측에서는 또다른 기대가 있다. 바이오테크놀로지에서는 효소나 미생물등의 세포를 사용하여 인간의 합성 기술로는 불가능한 것을 만드는 기술이 급속히 진전되어 합성물질이나 호르몬 등이 생산되고 있다. 그중 두드러진 것이 유전자공학인데, 이것은 목적하는 분자를 만들어내는 기술일뿐 다른 분야로 응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른 분야로의 응용이라는 것은 생체에서 행하는 기능 중 물질을 생산하는 것 외에 정보를 변환하고 축적하는 기능을 이용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바이오테크놀로지에서는 생체분자를 하나의 재료로서 즉 효소를 막이나 입자 등의 결합형태로 파악하는 기술진전이 일어나 생체분자도 전자공학 관련 재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또하나 뇌신경분야의 과학이 발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공학이 확립되고 다음은 단백질공학으로 이어지는데 그다음은 아마 뇌신경공학이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뇌나 신경의 구조가 컴퓨터 등에 어떤 시사를 주지는 않을까? 결국 바이오나 일렉트로닉스 양면의 기대가 바이오일렉트로닉스로 그 타협점을찾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분자 일렉트로닉스와의 관계이다. 분자일렉트로닉스는 보통 유기분자의 특성을 이용하여 새로운 기능소자를 만들려는 학문이다. 이에 비해 바이오일렉트로닉스는 생체분자를 사용하거나 생체에서 모델을 구함으로써 새로운 소자를 만들고 또한생체계의 아키텍쳐나 알고리즘을 모델로 소자뿐아니라 시스템을 만들려는 것이다. 목표는 같지만 바이오일렉트로닉스는 생체에서 모델을 구한분자를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생체분자도 유기분자에 포함되므로 유기계의 분자를 사용하여 새로운 기능소자를 만든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다.
꿈은 바이오컴퓨터
바이오일렉트로닉스의 목표는 무엇일까다는 아니지만 목표 중의 하나는 바이오컴퓨터가 들어있다. '생각하는 컴퓨터'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이에 접근하는 방향에는 몇가지 길이 있다.첫째는 지금 있는 소자계를 이용하여 알고리즘 모델을 구하는 것이며, 둘째는 생체분자나 합성된 유기분자를 사용한 바이오소자를 만들고 생체계의 아키텍쳐나 알고리즘을 응용하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직접 뇌신경계를 사용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의 현실성은 매우 어려운 것이지만 여하튼 가능성은 생각해볼 수 있다.
바이오컴퓨터가 목표지만 바이오센서도 목표의 하나이다. 이것은 생체 특히 인간의 감각기관(눈, 귀 등)에서의 정보처리를 모델로 센서를 만들려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는 유기계분자를 사용한 다양한 기능소자가 기대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유기분자나 생체분자를 초박막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초박막화라는 것은 두께가 분자 1개나 고작해야 몇개 겹쳐있는 정도를 의미 하는데 단지 얇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규칙적으로 배열할 필요가 있다. 이것을 분자막이라 한다.
바이오센서나 새로운 기능소자가 탄생한다면 어떻게 응용될까. 쉬운 예를 들자면 체내에 이식될 인공장기를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세포의 기능을 떠맡을 인공세포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췌장을 예로들면 혈당치를 검출하여 목표보다 많을 경우, 방출하는 기능은 췌장의 베타(β)세포가 맡고 있다. 베타세포의 표면에 있는 것과 같은 혈당을 감지하는 능력을 가진 인공세포를 만들 수 있으면 체내에서 베타세포의 기능을 맡아줄 수 있다.
감각기관을 대신하는 것도 생각할수 있다. 일반사람들도 비디오카메라를 보면 사람의 시신경에 연결해보고 싶은 욕망이 일것이다. 단 시각센서(비디오카메라)는 무기 재료이므로 그것을 뇌나 신경계에 연결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즉 비생체계와 신경계를 잇는 인터페이스 개발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러면 지금까지 진행된 바이오일렉트로닉스의 구체적 연구성과를 분야별로 살펴보자.
7~8세대의 컴퓨터
현재 컴퓨터 하드웨어의 기본은 무기물질의 결정인 반도체를 이용한 스위치소자와 메모리소자다. 그런데 뇌의 기능을 대행해줄 만한 컴퓨터를 만들려면 어떤 소자가 필요한가 살펴보자.
뇌와 같은 컴퓨터를 우리는 '시너제틱'(Synergetic) 컴퓨터 라고 하는데, 바이오컴퓨터나 분자컴퓨터와 중복되는 부분이 많을것이다. 비노이만(非Neumann)형 추론컴퓨터를 '제5세대', 광(光)컴퓨터를 '제6세대'라고 하면 제7~8세대에 해당될 것이다.
'시너제틱'이란 협동현상을 의미한다. 협동현상이란 농도가 낮은 경우에는 거의 반응이 일어나지 않지만 어느 일정농도를 넘으면 급격히 반응이 진행되어 질서정연한 구조를 만드는 현상이다. 이것은 생체내의 반응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뇌의 특징으로서 정보의 자기조직화가 일어나는 것도 협동현상의 작용이라고 생각된다.
인간에게는 지인(知人)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곧 누구인지를 알거나(패턴인식)동시에 그와 관련된 과거의 정보를 떠올리는 능력이 있다. 이것도 정보가 조직화되어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뇌의 정보처리 특징을 들자면 각 신경세포의 정보처리속도는 늦지만 전체로서의 처리시간은 짧다. 컴퓨터에서는 각 소자의 정보처리속도는 빠르지만 패턴인식을 하게 된다면 1~2시간 걸린다. 뇌에서는 막대한 정보가 병렬로 처리되기 때문인 것 같다.
병렬처리가 가능한 소자
결국 필요한 소자는 정보의 조직화와 병렬처리가 가능한 즉 고도의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것이다. 이 소자의 재료로는 유기분자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무기분자와는 달리 유기분자는 단순한 원소를 조합하여 다양한 분자구조를 만들 수 있는데 이것이 기능의 다양성과 연관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예를들면 빛이나 전기장 자기장 등을 걸면 안정한 의자형에서 선(船)형으로 구조가 바뀌는 분자가 있다(그림2). 구조변화에 따라 색이 변하면 소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색이 좀더 세밀하게 변한다면 2진수의 논리뿐아니라 3진수, 5진수의 논리소자를 만들수도 있다. 이러한 다진수논리소자라면 정보처리에 폭이 생긴다.
미국에서는 TCNQ란 유기반도체 (그림3)를 사용하여 스위칭기능을 확인했다. TCNQ와 구리의 혼합물은 전류가 흐르기 힘든 상태이지만 전기장을 걸면 구조가 바뀌어 전류가 흐르기 쉬운 상태가 된다(그림4). 자극을 받고나서 변화가 일어나기까지의 응답시간은 10억분의 1초로, 대단히 빠른 것이 특징이다.빛을 쬐어도 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이 반응은 가역적으로 일어나므로 메모리로사용될 수도 있다.
소자의 크기, 1백Å은 되어야
그러면 이러한 분자의 집합체는 얼마나 작게 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는 분자 1개에 스위치소자와 메모리소자로서의 기능을 동시에 갖는 모델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는 지름 1백Å정도(분자 갯수로는 1만~10만개)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첫째로 유기분자는 전기장이나 방사선 등에 파괴되기 쉬우므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둘째로 분자의 열적(熱的)인 변화에 따른 노이즈가 커서 신호레벨이 낮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분자를 동원하여 신호를 증폭시켜 SN비 (신호와 노이즈의 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1백Å이라면 반도체의 마이크로화 목표치와 거의 같다. 반도체의 미세가공한계를 보충하기 위해서뿐이라면 일부러 불안정한 유기분자를 쓸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하나의 분자집합체가 다양한 전자상태나 에너지상태로 될 수 있으므로 단순한 온오프(ON,OFF)작용뿐 아니라 다진수논리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유기분자의 특징이다.
현재의 연구과제는 분자집합체의 스위칭 특성을 조사하는 것과 더불어 1백Å에 접근하는 방법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은 신호를 어떻게 출력하는가와 어떻게 배선하느냐는 점이다.
하나의 예를 든다면, 전도성을 띤 폴리아세틸렌에 불순물을 첨가하면 전도율이 금속처럼 되는데, 이것을 이용하여 배선하는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
새로이 각광받는 LB막
유기분자를 수면상에 늘어놓아 1분자 두께의 시트(Sheet, 단분자층)로 해놓고 그것을 차차 판의 표면에 쌓아가면 분자샌드위가 생긴다. 이것이 단분자누적막 혹은 LB막(개발자의 앞글자를 딴것)이라 불리는 것이다.
우선 LB막을 만드는 방법(단분자누적법)부터 살펴보자. 유기물질 중에는 알코올과 같이 물에잘 녹는 것(親水性)과 물에 잘 녹지 않는 것(疎水性)이 있다.친수성의 원자무리(친수기)와 소수성의 원자무리(소수기)가 결합한 분자, 가령 아라킨산 CH₃${(CH₂)}_{18}$-COOH는, 수면에서 소수기인 CH³${(CH₂)}_{18}$―을 공기쪽, 친수기인-COOH를 물쪽으로 향하여 단분자층을 이루는성질이 있다.
분자가 퍼져있을 때는 2차원의 액체지만 압력을 가하면 고체가 된다. 압력(표면압)을 가하는데는 수면을 칸막이하여 분자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칸막이를 좁혀 주위의 면적을 좁히면 된다. (그림5)는 옆에서 본 단면이다. 추가 뜬것을 잡아당기면 단분자층에 표면압이 걸린다. 거기서 수면을 가로질러 기판을 올렸다내렸다 하면 그림처럼 1매씩 단분자층이 달라붙는다.
생체의 세포에서는 분자가 모여들어 특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분자조직체에서 무질서하게 배열되어 있을 때는 결코 나타나지 않는 조직특유의 기능이다. 천연의 분자조직체에는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처럼 막상(膜狀)구조가 많다. 1960년대이래 조직과 기능과의 이러한 관계가 주목받아 단분 자누적법으로 만들어진 인공 분자조직체 모델을 이용하여 분자간 분자집합간에 에너지나 전자를 주고받는 기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왔다.
또한 20년전에는 절연용으로만 사용되는 유기전자재료도 발전했다. 게다가 금속처럼 전기를 잘 통하는 유기물, 소위 합성금속 연구도 활발하게 진전되고 있다.
이처럼 유전분자재료 연구와 인공분자조직체 연구가 만나는 장소에, 단분자누적법에 의해 전자장치를 만들려는 연구의 출발점이 있다.
유기전자재료 연구를 참고로 해서 다양한 전기적 성질을 가진 단분자층이 만들어 졌다. 게다가 1984년 6월 합성금속국제회의에서 전도성을 가진 LB막이 발표되었다. 이럼으로써 LB막에 관해서 전자재료의3요소, 즉 절연체 반도체 도체가 모두 나오게 된것이다.
절연성의 고분자에 유기색소를 섞으면 그 고분자는 거시적으로 반도체성질을 띠게된다. 색소의 종류에 따라 P형(전자부족형)이나 N형(전자과잉형)의 특성이 얻어진다. 이것을 대항시킨 LB막에서 무기반도체의 PN접합과 비슷한 광전적 성질이 발견되었다. 지금은 PN접합 태양전지로서의 성능은 대단이 낮지만 색소나 모체분자를 바꾸어 특성을 향상시키려 하고 있다.
레이저빛을 사용하는 PHB현상
어떤 기능을 갖는 재료를 얻기 위해 분자수준에서 설계하여 여러 성질을 갖는 분자를 조합하여 만들려는 것은 모든 연구자의 바람이다. 현재의 반도체기술은 이미 있는 반도체결정을 가지고 재료를 끝까지 잘게 잘라 소자를 소형화하는 수법이다.
이에 대해 자연계에는 결정이 아니라 분자를 단위로 구성되는 물질이 많은 점에 착안하여 분자수준에서 기능재료를 만들어 내려는 것이 분자전자공학의 한 발상이다.
이를 위한 단서로 PHB현상을 꼽을 수 있다. PHB란 광화학적(Photochemical)으로 구멍(hole)을 불에 달구어 뚫는다(burning)는 의미다. 분자상태를 분광학적으로 조사하는 분석수단으로서 기대됨과 동시에 고밀도 기록재료로 응용될 가능성도 숨겨져 있다.
우선 PHB현상을 살펴보자.
분자의 흡수스펙트럼은 보통 폭이 좁고 뾰족한 모양을 하고 있다(진공에 둔 경우). 유리처럼 투명한 매질에 녹아 뭉치면 뾰족한 흡수는 보이지 않고 일정한 폭을 갖고 옆으로 퍼진다. 이것은 분자가 매질의 비뚤어짐이나 불균일성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즉 매질과의 상호작용으로 분자의 흡수스펙트럼이 여러가지로 크게 보이는 것이다. 관측되는 것은 이런 스펙트럼의 집합체다.
그 유리에 레이저빛을 쬐면 스펙트럼 일부가 빠져서 마치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PHB현상이다.
구멍이 뚫린 장소는 레이저빛의 파장에 해당하는 곳이다. 레이저빛의 에너지와 같은 에너지를 갖는 분자가 자극받아 화학변화를 하므로 정확히 그 부분만 구멍이 뚫린다.
현재의 광메모리는 유리기판에 구멍(bit)을 뚫어 구멍의 유무로 정보를 기억시킨다. 구멍을 뚫는 밀도로 기록밀도가 결정되는데 빛의 회절현상 때문에 1㎠당 1억개, 즉 1억비트가 한계이다.
다양한 용도의 바이오센서
그런데 PHB현상을 이용해서 하나하나의 비트를 유효하게 사용하면 기록밀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레이저빛의 파장을 조금씩 변화시키면 각 파장에 해당되는 다른 장소에 구멍이 뚫린다.구멍끼리 겹치지 않도록 하면 구멍수를 늘릴 수 있다. 즉 하나하나의 비트에 대해 빗살처럼 빽빽하게 스펙트럼을 잘게 나누어가는 것이다. 각각의 빗살 위치에 실제로 구멍이 뚫렸는가를 신호로 바꾸면 빗살수만큼 1비트에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지금의 단계로는 스펙트럼의 구멍수가 1천개정도 뚫릴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그만큼 구멍을뚫을 수 있다면 메모리로서의 기능은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그러나 실용화에는 장벽이 있다.
우선 기록재료로 사용되려면 스펙트럼에 뚫린 구멍이 보존되어야 한다. 또한 일단 구멍이 뚫려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절대영도(0˚K)가까이 냉각되지 않으면 구멍이 뚫리지도 보존되지도 않는다. 실험이 행해진 4.8˚K에서는 구멍은 뚫리지만 며칠밖에 보존이 안된다. 실용화되려면 보존온도만이라도 액체질소의 비등점 즉 77˚K정도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
또한 많은 구멍을 뚫는 데 필요한 파장의 빛을 광범위하게 발산하는 고능률 레이저가 개발될필요가 있다.
많은 구멍을 효율적으로 뚫으려면 재료선택도 중요하다. 각각 구멍의 폭이 좁아져야 된다. 속에 녹아들어가는 분자뿐 아니라 매질이 되는 유리도 중요하다. 여러 합성수지와, 액체질소의 비등점이하가 되면 투명한 유리가 되는 에탄올이나 메탄올 등의 유기용매도 사용된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녹아들어간 분자와 매질간의 상성(相性)이다. 양자의 상호작용이 강하면 모처럼 자극받아도 주위의 영향때문에 곧 원상태가 되어 구멍의 수명이 짧아진다. 그러면 어떤 분자와 매질을 조합하면 가장 효율적인 PHB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가? 이것은 기록재료로서의 응용뿐 아니라 재료연구자로서도 커다란 관심이 집중된 문제이다. PHB현상은 분자적성질을 해명하기 위해 적절한 수단을 제공하여줄 것이다.
기록밀도가 1천배?
냄새나 맛 등 생체가 가진 화학물질식별 능력이나 감각수용능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거나 때로는 생물을 직접 이용하여 액체중의 화학물질을 감지하는 것이 바이오센서다.
구체적으로는 산소, 항체, 호르몬수용체등 생체 중에서 물질을 식별할 능력을 가진 분자나 미생물을 수용체로 이용한다. 그들 수용체가 특정한 분자와 결합하여 생기는 변화를 전기적인신호로 변환하여 특정물질의 양을 측정한다.
현재 많이 사용되는 바이오센서로는 포도당이나 요소(尿素) 등을 측정하는 임상화학분석기기가 있다.또한 미생물을 고정화하여 하수처리액 중에 유기물이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는지를 조사하는 공해감시용 미생물바이오센서도 실용화되어 있다. 바이오센서는 여러가지 발효과정을 관리하는 데도 사용된다.이것은 미생물공학에 대단히 중요하다.
효소를 사용한 바이오센서로는 생체의 복잡한 화학적 구조도 알아낼 수 있다. 생체에서 복잡한 화학적 반응을 중개하는 효소는 특정물질(基質)을 선택하여 특정한 반응에만 관여한다. 효소의 단백질분자에 열쇠구멍이 있고 열쇠가 기질분자라고 비유할 수 있다. 효소의 입체구조에 꼭 맞는 기질만 구멍속으로 들어간다. 그 결과 분자가 변형을 받아 화학적으로 불안정해져서 분해되고 반응이 일어난다.
효소를 촉매로 이용
특정한 물질에 반응하여 특정한 반응을 일으키는 촉매인 효소를 유기물질의 막에 들러붙이는것을 고정화라고 한다. 보통 유기막에는 셀룰로즈 등을 주성분으로 하는 막을 사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효소분자자체를 화학반응으로 들러붙이기도 한다.
(그림6)은 효소를 고정화하는 방법을 나타낸 것이다. 화학적 방법에는 공유결합법과 가교화(架橋化)법, 물리적 방법에는 포괄법과 흡착법이 있다. 요컨데 바이오센서에는 효소를 고정화한 막을 사용하는것이다. 종래에는 만년필 크기의 화학전극 끝에 고정화막을 씌워 사용했다.
바이오센서를 반도체소자화하면(반도체바이오센서, 반도체소자 끝에 효소막을 붙여 소형화함)몇가지 이점이 있다. 센서가 소형화되면 시료의 양이 적어도 된다. 또한 다른 전자회로와 연결할 수 있으므로 전기신호를 뽑아내기 쉬워진다. 게다가 앞으로 대량생산이 실현되면 다시 씻어서 쓰지 않아도 된다.
최후의 이점은 다기능화다. 일본에서는 요소와 포도당을 검출하는 FET(電解效果트랜지스터)를 집적화하는 데 성공했다. 3개의 FET를 사용하여, 1개는 기준용, 다른 2개는 요소를 분해하는 우레아제(urease)와, 포도당을 산화하는 글루코스 옥시다제(glucose oxydase)를 각각 고정화했다. 이들 효소가반응하여 pH가 변하면, 이 pH변화를 FET가 검출한다.
효소고정에 반도체기술을 이용
바이오센서를 만드는 기술은 반도체제조기술과 효소고정화기술을 조합시킨 것이다. 효소는 단백질이므로 열에 약해서 50~60℃ 되면 거의 활성을 잃는다. 한편 반도체를 만들 때는 가열하거나 유기용매나 산으로 씻는다. 2가지 기술을 어떻게 조합시키는가가 문제다.
다기능화바이오센서에는 하나의 기판에 있는 각각의 FET에 다른 효소를 고정화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반도체바이오센서를 분자전자소라고 부르는 것은 조금 건방진 말이다. 효소라는 유기분자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그 효소는 막에 무질서하게 부착되어 있고 막 두께도 수미크론이나 된다. 효소가 충분히 부착되어 있는가를 센서의 감도에, 막의 두께는 응답속도에 관계가 있다.
따라서 LB법으로 만든 효소분자막을 사용한 바이오센서를 개발하려고 시도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분자전자소자의 제1호이며, 고밀도, 고속, 고감도를 구비한 바이오센서가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 위기극복의 열쇠
현재의 디지탈컴퓨터는 기본적으로 메모리부와 프로세서부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컴퓨터가 정보처리를 하게 하려면, 정보처리 내용을 프로그램 형태로 사람이 부여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보처리는 메모리에 저장되어 있는 프로그렘에 따라 행해지므로 정보처리내용이 복잡해지고 양이 많아질수록 인간의 부담도 점점 늘어난다. 요즘은 이것이 '소프트웨어의 위기'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이에 비해 뇌에서의 정보처리에는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뇌에서 정보가 처리되는 교묘한 구조의 기본원리를 알고 그것을 정보과학에 응용하려는 바람은 당연하다.
뇌는 신경세포로 구성되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우선 신경세포라는 소자에서 신경세포시스템에 이르는 일관된 원리를 알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을 생체계가 비선형비평형계(非線形非平衡系)라는 점이다.
비선형비평형계의 대표적인 예는 대류를 일으키는 계(系)이다. 상하에 온도차가 있으면 온도차에 따라 열전도가 일어난다. 온도차가 적을 때는 열진동에 따른 운동에너지가 차례로 전해져가는 형태를 띤다(확산流). 그러나 이것은 열전도효율이 낮다. 대류에서는 물질의 흐름이 생겨 열을 운반하는데 효율이 대단히 좋다.
소자인 신경세포에서 일어나는 신경섬유상의 자극발생과 전파가 비선형비평형계에서의 전형적인 현상임이 확인되었다. 왜 대류와 같은 계가 신경계에 필요한가?
대류에서 온도차에 해당되는 것이 세포막 안팎의 이온농도차다. 신경섬유가 놓인 환경을 평형에서 멀리하면 즉 이온농도차를 크게하면 스스로 펄스가 반복하여 발진한다. 이 발진은 극히 안정 되어있어 온도가 일정하면 주파수와 진폭이 모두 1시간정도 그대로 보존된다. 이것은비선령비평형계에서 전형적인 리듬상태다.
생체계는 비선형비평형계이므로 신경섬유 자체로 리듬이 있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그 성질은 생리적 환경에서 억제된다.즉 신경섬유의 안정(정지)상태에서는 세포내 전위(電位)가 세포밖을 기준으로 해서 정상 직류전위 -60mV가 되어 리듬상태로 이행할 이온농도차에 이르지 않는다.
다각적 접근 필요
뇌에서의 정보처리는, 소자에서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비선형비평형계의 특징을 충분히 활용하여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따라서 뇌의 정보처리에서의 소자와 시스템의 특징을 공학적으로 응용하려면, 비선형비평형계의 기본적 성질을 잘 알고 신경세포와 신경계의 구조와 기능을해명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신경세포의 기본적 성질을 분자수준에서 이해하려면 다각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생리학적방법을 한편의 축으로 하고 생물물리학적 방법, 생화학적 방법, 분자유전학적 방법, 세포생물학적 방법, 광학현미경이나 전자현미경 등을 이용한 형태관찰 등을 다른편의 축으로 해서 종횡으로 해명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 현실적으로는 극히 고도의 신경과학연구부터 시작해야 된다.
한편으로 신경계의 시스템으로서의 작용을 정확히 알려면, 뇌신경계의 활동을 신경 세포수준에서 접촉하지 않고 동시계측하는 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뇌에서의 정보처리과정을 종래와 같이 전극을 뇌에 삽입하여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비접촉비파괴, 또한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 전부를 동시에 계측하는 방법이 개발되면 노의 작용을 해명하는 것이 비약적으로 진전되어, 나아가서는 뇌연구성과를 정보과학에 응용할 수 있다.
또한 이 방법이 개발되면 인간을 대상으로 생리학적 연구와 심리학적 연구를 융합 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 상당히 어렵고 당장은 공간분해능 0.1㎜×0.1㎜×0.1㎜, 시간분해능 1초정도의 비접촉계측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과제다.
뇌에서의 정보처리를 분자수준에서 구조해명하는 것과 아울러 간단한 신경계(신경세포수 1백~1만)를 대상으로 신경세포 시스템의 기본원리를 탐구하기 위한, 신경세포 각각의 활동을 비접촉 동시계측하는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극히 중요하다.
뇌와 비슷한 컴퓨터의 실현은 뇌의 정보처리에서 힌트를 얻더라도, 소자나 시스템을 모두 인간이 새로 고안해야 된다. 공학적으로 상품가치가 높은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역시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