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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진격의 심장, 디젤엔진

거대 중장비 도시의 미래를 세우다





강한 힘을 내는 중장비의 심장은 ‘디젤엔진’이다. 석탄 광산에 쓰이는 한 대형 굴착기의 디젤엔진은 4000마력, 즉 말 4000마리가 끄는 힘을 낼 수 있다. 이렇게 강한 디젤엔진의 힘은 과연 어디서 오는 걸까. 루돌프 디젤, 엔진 효율을 7배 높이다

디젤엔진은 120년 전인 1893년, 독일 공학자인 루돌프 디젤(1858~1913)이 처음 발명했다. 뮌헨 공대에서 공부하며 증기기관 같은 동력기관 개선에 힘쓰던 디젤은 오랜 노력 끝에 점화플러그를 사용하지 않는 디젤엔진을 개발했다. 디젤의 발명은 획기적이었다. 증기기관은 열효율이 10% 정도였던 반면, 디젤엔진은 열효율을 이론적으로 75%까지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제 기계로 구현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려서 디젤은 1897년이 돼서야 실제 디젤엔진을 개발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디젤엔진은 트럭이나 선박, 중장비 같은 대형 교통기관에 사용된다. 가장 큰 이유는 효율, 즉 연비가 좋기 때문이다. 특히 종일 시동을 켜놓고 일하는 중장비에 알맞다. 엔진의 효율을 결정하는 공기 압축비는 가솔린엔진은 10, 디젤엔진은 15 이상이다.

그렇다면 가솔린엔진도 압축비를 높이면 효율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아쉽게도 가솔린엔진은 압축비를 과하게 높이면 ‘노킹’이라는 이상 연소 현상이 생긴다. 효율이 떨어지고 엔진이 파손될 수 있다. 엔진이 커질수록 노킹 현상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가솔린엔진은 크게 만들 수 없다. 중장비는 땅을 파거나 암석을 뚫을 때 큰 힘을 내야하기 때문에 커다란 디젤엔진이 필수다.

속도가 느릴 때 더 힘이 좋다 흔히 디젤엔진이 힘이 더 좋다고 한다. 실제로 SUV 같은 디젤차는 무거운 짐을 싣고도 빨리 달릴 수 있고 거친 진흙 길에서도 구덩이에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디젤엔진이 정말 가솔린엔진보다 힘이 좋을까.

엔진의 힘은 엔진이 회전하는 속도와 회전하는 힘(토크)의 곱이다. 엔진 속도가 같아도 토크가 더 높으면 힘이 더 좋다. 그런데 우리가 평소에 운전 하는 저속에서 디젤엔진의 토크가 가솔린엔진보다 높다. 더구나 차가 출발하거나 경사로를 오르는 등 힘이 많이 필요할 때는 주로 저속이기 때문에 운전자는 힘의 차이를 더 많이 느낀다. 다시 말하면 디젤엔진은 저속에서 가솔린엔진보다 힘이 좋고, 이런 특성이 건설 중장비나 대형트럭에 알맞기 때문에 디젤엔진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획기적인 발명을 한 루돌프 디젤은 그 후 어떻게 됐을까? 안정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디젤은 1913년, 영국에 세운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배에 올랐지만 곧 실종됐고 2주 뒤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그의 죽음을 특허권 시비로 인한 자살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세간에는 디젤 기술이 영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으려 한 독일 정부가 디젤을 암살했다는 설도 떠돌았다. 역사적인 발명을 이뤄냈지만, 그 탓에 삶을 일찍 마치게 된 셈이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배터리 기술 발전하면 새로운 동력원 나올까 최근 10년간 디젤엔진은 괄목할 만한 기술 발전을 이뤄냈다. ‘클린디젤엔진’은 연비가 높으면서도 공해물질은 가솔린 수준으로 적게 나온다. 이미 도로용 자동차에 많이 사용되는 ‘전기하이브리드’ 기술을 중장비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하다. 디젤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해 제동할 때 버려지는 동력을 전기에너지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사용한다. 연비가 좋아지고 모터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가속도 빨라진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장비에서 디젤엔진을 대체할 더 좋은 동력원은 없다. 하이브리드 엔진은 전기모터 성능이 부족해 중장비용으로는 아직 상용화가 더딘 편이다. 특히 배터리 기술이 의문이다. 충분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큰 힘을 낼 수 있는 배터리 개발 여부가 새로운 동력원 개발을 앞당기는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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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도시의 미래를 세우다, 거대 중장비
PART 1 중장비, 도시를 지탱하다
PART 2 중장비 끝판왕 TOP 5
PART 3 진격의 심장, 디젤엔진
EPILOGUE 건설 공장에서 찍어내는 미래 도시


 

2013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글 오승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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