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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강우로 미세먼지 해소될까?

인공강우에 대한 궁금증

“구름은 발달했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2월 27일 기상청과 환경부가 발표한 ‘인공강우’ 실험의 최종 결과는 아쉽게도 ‘실패’였다. 전 국민적인 관심사인 미세먼지를 해결할 방안으로 1월 25일 서해상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했으나, 강우가 관측되지 않아 개선 효과를 확인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공강우의 실효성 논란이 또 한 번 불거졌다. 인공강우 기술을 둘러싼 궁금증을 풀어봤다. 

궁금증1. 성공 확률이 절반 이하다?


우리나라의 인공강우 실험 성공률은 약 40%로 추정된다. 2017년 5~12월 수도권 및 충청도 상공에서 9차례 실험을 수행한 결과, 구름 양이 변하는 등 비가 내릴 가능성이 확인된 사례는 3회였다. 
성공률이 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공강우 기술 선진국인 미국과 중국도 성공률이 80%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빗방울이 형성될 수 있는 에어로졸(미세입자)의 조건과 기상학적, 열역학적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인공강우는 구름층은 형성돼 있으나 대기 중에 빙정핵이나 큰 크기의 구름입자가 적어서 구름방울이 빗방울로 성장하지 못할 때, 인위적으로 구름씨를 뿌려 특정 지역에 비를 내리도록 하는 기술이다. 즉, 적절한 수준의 구름층과 구름의 온도, 구름 내부의 수증기 함량, 바람, 구름씨 등 모든 조건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야 비를 내릴 수 있다.
1월 25일 실험도 까다로운 조건 하에 진행됐다. 구름 두께가 1km 이상, 구름 1m3당 액체의 양이 0.2g 이상인 기상 조건을 신중하게 골랐다. 연구팀은 이날 오전 10시 전북 군산 서쪽 120km 해상에 적절한 하층운이 형성될 것을 예상하고 기상항공기를 띄워 요오드화은(AgI) 약 3.6kg을 구름씨로 살포했다. 
그러나 비는 내리지 않았다. 지름이 60~20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 분의 1m)인 큰 구름입자의 수가 4배로 늘고, 그보다 더 큰 강수입자의 수가 3.4배까지 증가했으나 그뿐이었다. 기상청은 지상 부근의 대기가 건조해 낙하하는 강우입자가 증발한 것으로 판단했다. 
기상청은 어려운 해상 실험에서 인공강우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를 뒀다. 구름이 발달하려면 상승기류가 필요한데, 바다는 산악지형에 비해 상승기류가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종철 국립기상과학원 응용기상연구과장은 “찬 구름의 경우 영하 20도에서도 액체 상태인 과냉각 물방울들이 존재하는 등 구름입자가 강수입자로 성장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실험을 수행해 성공 확률을 높이고 우리나라 기상 환경에 적합한 인공강우 기술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궁금증2. 미세먼지와 비는 함께 오기 어렵다?


2월 27일 발표된 인공강우 실험 종합결과에 따르면, 실험 시작 직후인 오전 10시~오후 1시 목표 지역인 전남 영광군과 주변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m3당 25μg에서 11μg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비가 아닌 바람의 영향이었다. 오전에는 초속 0.3m이던 풍속이 3.4m로 증가하면서 미세먼지가 흩어졌지만, 오후에는 다시 다량의 미세먼지가 서해상으로 유입됐다. 
이처럼 미세먼지 농도는 한국을 둘러싼 기압 배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통 우리나라 서쪽으로 고기압이 자리 잡고 동쪽으로 저기압이 형성되면 대기가 정체돼 대기오염 물질이 한반도 상공에 축적된다. 이런 기압 상황은 인공강우를 성공시키기에는 최악의 조건이다. 인공강우를 발생시키려면 수증기량이 풍부한 구름이 존재해야 하는데, 이런 기압 상황에서는 상승기류에 의한 비구름이 발달하기 어렵다. 
대기 중에 수증기만 많은 날은 더 나쁘다. 대기 중 수분이 각종 대기오염 물질을 잡아두고, 이 물질들끼리 화학반응을 일으켜 2차 미세먼지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상보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장은 “수증기가 (미세먼지) 2차 생성반응을 가중시킬 수 있다”면서도 “대기 중에 수분이 많아서 시야가 뿌옇고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측정되는 것과는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궁금증3. 비가와도 소용없다?


빗방울이 대기 중 미세먼지를 흡수해 세정 효과를 내려면 비가 시간당 10mm씩 2시간 정도 내려야 한다. 이는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우산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장대비가 2시간이나 지속돼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 인공강우 기술로 내릴 수 있는 비의 양은 시간당 0.1~1mm에 불과하다.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는 구름에 영향을 줘 강우량을 10~30% 증가시키는 정도에 그친다. 인공강우보다는 ‘인공증우’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는 이유다. 이는 인공강우 기술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과학자들은 강우량을 증가시킬 방법을 다양하게 연구하고 있다. 구름씨의 종류와 살포 방법을 다양하게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령 온도가 0도 이상인 구름에는 흡습성 물질(염화나트륨)을 구름씨로 뿌려 강수입자로 성장시킨다. 이때 지름이 10μm보다 큰 구름씨의 경우 구름의 꼭대기에 살포하는 것이 유리하다. 구름씨가 낙하하면서 수증기를 빠르게 흡습해 강우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지름이 0.1~1.0μm인 구름씨는 상승기류가 강한 구름의 아랫부분에 살포한다. 큰 구름입자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구름입자간 충돌, 병합 과정이 촉진돼 강수입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콜린 다우드 아일랜드 갤웨이국립대 물리학과 교수팀은 대기 성분에 따라 강수입자의 성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2017년 6월 21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증기가 과포화된 대기 상태에서 유기 계면활성제 성분의 에어로졸이 많아지면 물의 표면장력이 감소하면서 응결핵의 농도가 급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doi:10.1038/nature22806

 

궁금증4. 부작용은 없을까? 


기상청과 환경부는 앞으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인공강우 실험을 14회 가량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 그중 1~2회는 중국과 공동 실험도 검토 중이다. 중국은 다양한 목적으로 인공강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08년에는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비가 내리지 않도록, 베이징으로 진입하는 비구름이 다른 지역에서 인위적으로 비를 뿌리게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중국은 올림픽 개최 전 대기오염 물질을 정화하기 위한 인공강우에도 성공했다.  
중국의 대대적인 인공강우 프로젝트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국내에서는 한반도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인공강우의 최대 영향거리가 약 200km인데, 한반도 서쪽 태안반도와 가장 가까운 중국의 산둥반도까지의 거리가 약 320km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한 지역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했다고 해서 주변 지역에 가뭄이나 홍수 같은 이상기후를 유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편 빙정핵으로 사용되는 요오드화은이 호흡기 및 피부 질환, 신장 및 폐 병변과 은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여기에 대해 미국기상조절협회(WMA)는 2009년 성명서를 내고 인공강우 실험에 쓰이는 요오드화은이 환경에 해로운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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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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