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화려한 별들이 장관을 이룬다. 1등성을 포함해 유달리 밝은 별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른 계절에 비해 별자리도 뚜렷하다. 또한 별자리 사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뿌연 겨울 은하수가 흘러간다. 그 은하수 한가운데 별들이 소복이 모여 있는 산개성단 M37이 있다.
혜성과 혼동된 산개성단
천체망원경이 발명된지 얼마 되지 않은 18세기 무렵, 천문학자들은 갑자기 하늘에 나타나 긴 꼬리를 그리며 지나가는 혜성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그래서 신비한 혜성을 발견하고자 무척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은 누가 먼저 혜성을 발견하는가를 명예로 여겼다. 당대 최고의 천문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혜성을 많이 발견해야만 했다.
하지만 밤하늘에는 어두운 혜성과 비슷한 모습을 한 뿌연 별무리들이 너무나 많아 혼동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이들이 오늘날 성운, 성단, 은하로 일컬어지는 대상이다. 프랑스의 천문학자 찰스 메시에는 혜성을 발견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혜성처럼 보이는 천체들의 위치를 성도에 표기하고 번호를 붙여두었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메시에 목록이다. 메시에는 모두 110번까지 번호를 붙여 목록을 만들었다. 이 속에는 소형망원경으로 볼만한 밝은 대상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M1, M2…M110 식으로 표기되는 메시에 목록 천체는 오늘날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가장 즐겨 보는 대상이 됐다.
M37도 메시에 목록에 포함되는 천체로 1764년 9월 2일 메시에에 의해 발견됐다. M37은 수많은 별들로 이뤄진 대형 산개성단이다. 이와 비슷한 모습의 산개성단은 주로 은하수 부근에 많다. 겨울철에는 은하수가 지나가는 마차부자리, 쌍둥이자리, 외뿔소자리, 큰개자리 부근에서 이런 성단이 다수 발견된다. 마차부자리에 위치한 M37은 이런 산개성단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축에 속한다.
오늘날 천문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M37은 2천여개의 별들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지구에서 떨어진 거리는 4천5백60광년이고, 나이는 대략 2백만년 가량으로 밝혀졌다.
마차부자리의 세 별무리 중 으뜸
M37을 만나려면 먼저 마차부자리를 찾아야 한다. 겨울밤에 머리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북쪽하늘 꼭대기 부근에서 빛나는 오각형을 이루는 다섯 별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마차부자리다.
가장 밝은 별인 카펠라를 중심으로 해서 어렵지 않게 오각형을 그려볼 수 있다. 푸른색의 1등성인 카펠라는 하늘에서 6번째로 밝은 별이자, 1등성 가운데 우리가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볼 수 있는 별이다. 또한 마차부자리는 오리온자리 북쪽에 위치해 있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마차부자리는 염소를 안은 채 마차를 끄는 마차부로 그려진다. 마차부의 왼쪽 어깨에는 카펠라가 위치한다. 마차부자리의 주인공은 누굴까. 옛날 그리스의 아테네에 에릭토니우스가 살고 있었다. 아테네의 수호신이자 지혜의 여신이었던 아테나의 아들이었던 그는 다리가 불구여서 걷기가 매우 불편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혜의 여신의 아들답게 자신의 불편을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해 마침내 네 마리의 말이 이끄는 수레를 발명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발명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는데, 이를 감탄한 제우스신은 그가 죽자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마차부자리의 오각형 중앙으로는 겨울철 은하수가 지나간다. 이 지역에는 유명한 메시에 산개성단이 모두 세개가 있다. 이들은 M36, M37, M38이다. 세 별무리 가운데 M37이 가장 화려하다.
별을 많이 본 사람들도 여기에 세개의 산개성단이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어느 것이 M37인지 헷갈릴 때가 자주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남쪽에 위치한 산개성단이 바로 M37이다. 그 위로 M36, M38의 순서로 위치해 있다. 또 셋 가운데 M37만 오각형 바로 바깥쪽에 위치하고, 다른 것들은 마차부자리 오각형 내부에 위치해 있다.
소형망원경으로 1백개 별 셀 수 있어
겨울 은하수의 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M37을 비롯한 이들 산개성단은 맨눈으로 어떻게 보일까? 안타깝게도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주의 깊게 관측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존재를 어렴풋이나마 확인할 수 있다.
겨울 은하수는 여름 은하수와는 달라서 그 존재가 그리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날씨가 좋은 날이면 은하수가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고, 은하수 속에서 좀더 뭔가 뭉쳐져 있는 듯한 뿌연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명확하게 보이지 않지만 신기하게도 그 위치는 이들 산개성단이 있는 위치와 동일하다. 오래 전에는 이들 산개성단을 느낄 수 있는가 없는가를 두고 그 지역의 밤하늘이 별이 잘 보이는 곳인지 아닌지를 판별하기도 했다.
쌍안경으로 본다면 이들 세 성단의 존재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작은 별들이 뿌려져 있는 배경 사이로 별들이 뭉쳐져 있는 별무리 셋이 보인다. 쌍안경의 시야가 넓다면 세 성단을 동시에 보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다. 쌍안경에서는 이들 성단이 별들의 집합이라는 점이 그리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뿌연 느낌으로 흐릿한 작은 것이 있음을 알 수 있고 그 중에서 M37이 가장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맨눈으로도 그 위치를 대략 알 수 있고, 또 쌍안경에서도 쉽게 확인되는 만큼, 천체망원경으로 이 대상들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소형망원경에서는 쌍안경과 다소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데, 이들 성단이 하나 하나의 별로 분해돼 보인다. M36과 M38은 수십개의 별들이 성기게 모여 있는 별무리인데 반해, M37은 고른 밝기의 별들이 빽빽이 모여 있는 별무리다. 실로 대단히 웅장하고 화려한 M37은 이들 세 성단 중 단연 압권이다. M37에 속해 있는 별의 수를 세어보면 1백개 이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달의 밤하늘에 어떤 일이? - 2월 2일 목성 가장 잘 보인다
지구 궤도 바깥에 위치하는 외행성들은 지구에서 볼 때 태양의 정반대편에 위치하는 경우 가장 관측하기 좋다. 이 시기는 ‘충’이라 불린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은 약 13개월에 한번씩 충을 맞이한다.
근래 들어 추운 겨울 바람과 함께 나타나는 목성은 이번에도 겨울밤하늘의 한가운데서 빛나고 있다. 올해는 2월 2일에 충을 맞이한다. 목성이 충의 위치에 있으면 태양의 정반대편에 있으므로 초저녁에 동쪽에서 떠오르고 새벽이 되면 서쪽하늘로 진다. 밤 12시에는 정남쪽에 위치하는데, 이를 남중이라 한다. 목성은 충을 맞이한 시기를 전후한 2개월, 모두 4개월간 가장 관측하기 좋다. 지구와 목성 사이의 거리도 다른 때에 비해 가장 가까울 뿐 아니라 관측시의 고도도 가장 높다.
현재 목성은 게자리에 위치해 있다. 밤하늘에서 가장 밝기 때문에 누구나 찾을 수 있다. 목성은 현재 서서히 동에서 서로 역행중이다(보통 때 서에서 동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순행이라 불린다). 4월 초에는 유명한 프레세페 성단(M44)에 접근한다.
목성은 태양계 내에서 가장 큰 행성이므로 소형 천체망원경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목성 표면에 있는 줄무늬와 거대한 대적반, 그리고 목성 주변을 돌고 있는 4개의 위성이 그려내는 광경은 보는 이의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