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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 잡음 없는 반도체 만든다

 

김정호 교수(뒷줄 오른쪽에서 4번째)가 이끄는 테라헤르쯔 배선 및 패키지 연구실은 전자파와 노이즈를 잡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휴대전화, 컴퓨터, TV 등 전자제품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신문∙방송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두통, 어지러움, 불면증에서 간질발작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가슴 뜨끔한 경고들이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이런 전자제품들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여간 난처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자파는 전기와 자기의 주기적인 변화에 의한 진동이 공간으로 퍼져나가는 일종의 파동 에너지다. 사실전기와 자기를 이용하는 부품들이 잔뜩 들어있는 전자제품에서 전자파가 발생하는 양을 줄이는 것은 상당히어려운 일이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이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까닭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자파를 줄이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 중 KAIST 전자전산학과 김정호교수의 테라헤르쯔 배선 및 패키지 연구실에서는 색다른 접근법을 사용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연구실은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칩안에 들어가는 회로, 패키지,보드 부분을 설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정호교수는“각종 전자시스템의 칩은 회로로 연결돼 있다”면서“트랜지스터 등을 제외하면 칩은 모두 전기적인 배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한다.

전자제품 잘 팔기 위한 필요조건
 

EMI 측정실에서 전자파를 측정하는 모습. 회로 배선과 반도체 패키지 설계에 따라 노이즈와 전자파의 양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전기배선은 단지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 생각돼 왔다. 그런데 최근 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연결선이 어떻게 설계돼 있는지에 따라 칩 전체의 성능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회로가 잘못 설계돼 있으면 노이즈가 많아져 성능을 보장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전기신호가 들쭉날쭉해지기 때문에 시스템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양도 달라진다고 지적한다.

회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전자파간섭(EMI, ElectroMagnetic Interference)은 전자파가 발생해 주변 다른 제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전자파내성(EMS, EMShielding)은 주변에서 발생한 전자파에 간섭을 받지 않고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자파양립성(EMC, EM Compatibility)은 두 개념을 아우르는데, 전자파가 주변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고 주변전자파의 간섭도 받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실에서는 회로 설계에 따라 칩 내에서 발생한 전자파가 어떤 특성을 지니는지 밝혀나가고 있다. 일단회로가 설계되면 EMI 측정실로 보내진다. 주변에 존재하는 전자파를 차단하기 위해 사방이 뿔로 둘러싸인 측정실은 칩이 발생하는 전자파를 정확히 측정하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다. 이 곳에서의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노이즈나 전자파 발생이 적은 최적의 회로 설계를 찾아내는 것이다.

회로를 설계하는 일은 마치 도시계획에서 상하수도망을 잘 짜는 일과 비슷하다. 김 교수는“수학, 기하학을 바탕으로 회로를 그린다”면서“3차원적인 구조물들로 전자파를 가둔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한다.이는 실제 아주 복잡한 일로, 체계적이고 분석적이면서 창조적인 과정을 거친다는 설명이다.

현재 김 교수를 중심으로 석사과정 5명과 박사과정 12명이 땀흘리고 있는 연구실에서는 반도체 칩내의 배선뿐 아니라, 패키지(기능을 수행하는 하드웨어 단위)와 칩이 장착되는 인쇄회로기판(PCB)까지 연구하고 있다. 모두 반도체, 휴대전화, 컴퓨터 등 전자제품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들이다.

김 교수의 연구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전세계를 둘러봐도 아주 최근에 시작된 분야다. 외국에서는 미국의 인텔과 IBM, 일본의 소니 등 컴퓨터와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몇몇 거대회사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교수는 국제학회에 매년 20여편의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김 교수는“아직 대중화가 된 기술은 아니지만, 전자제품을 잘 팔려면 반드시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한다. 더욱이 기존 칩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전자파가 성능 한계를 돌파하는데 가장 큰 장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김 교수의 연구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자기업인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연구팀들과 힘을 모아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칩을 한차원 업그레이드할 회로 설계는 앞으로 상당히 각광받을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컴퓨터나 반도체 분야의 경우 이웃나라 중국이 급속도로 따라붙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회로설계는 워낙 전문적인 분야라서 후발국이 따라잡기는어렵다. 부가가치도 반도체의 3-10배나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세상이라는 말과 함께 전자제품은 우리생활의 일부가 됐다. 편리한 생활을 가져온 전자제품들이 지금까지 선보인 거의 유일한 부작용은 전자파다. 전자파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수호천사로 김 교수와 그의 연구실의 활약이 앞으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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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김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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