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끝이 있을까. 우리가 탐구할 수 있는 우주의 끝으로 가면 무엇이 있을까. 우주가 끝날까. 혹은 공간이 사라질까. 몇몇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했다. 마치 언덕을 넘으면 또다른 언덕이 나오는 사막처럼, 우주도 경계를 넘으면 또다른 우주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비록 가볼 수 없고 관측할 수도 없지만, 모든 물리학과 천문학 지식을 동원하면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중 몇몇은 우리 우주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시인의 상상력은 위대하다. 놀라운 직관으로 시간을 꿰뚫고, 공간을 가로지르고, 세계의 모든 것인 줄로만 알았던 우주 밖 또다른 우주를 탐색한다.
하지만 우주 밖 우주는 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천문학자와 물리학자 역시 우주밖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도전한다.
과학자들은 또다른 우주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생각해내고 증거를 찾고 크기와 모양을 계산한다. 그안에 사는 생명체의 존재까지 추론한다.
필요하다면 인류가 그 우주에 방문하거나, 이주할 가능성도 따져본다. 물론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우주 밖’으로 가는 길은 아무도 들여다본 적 없었고, 현재로서는 찾아가볼 방법도 없다. 시인이 말한 것처럼 “아무것도 만나지 못하고, 단 한번도 확인할 수 없던 일”이다. 그나마 가설이나 이론을 만들 수 있게 된 것도 관측천문학이 발달한 불과 몇 십 년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사는 우주 외에 또다른 우주가 있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지금부터 다중우주를 찾는 (가상의) 모험을 시작해 보자. 모험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파트1에서는 대표적인 다중우주론 네 가지를 소개한다. 파트2에서는 끈이론에서 시작된 다중우주론을 소개한다. 파트 3에서는 각각의 이론의 한계와 비판을 정리해 보고, 다중우주를 둘러싼 논란과 의의를 요약한다.
다중우주 아이디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기사에서 소개할 아이디어만 여섯 가지이며, 소개하지 않은 아이디어도 여럿 있다. 소개한 아이디어와 비슷하지만 세부사항이 다른 다중우주가 여럿 있다. 이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할 방법은 없을까.
가장 널리 알려진 분류법은 막스 테그마크 미국 MIT 물리학과 교수가 2003년 1월 ‘평행우주’라는 논문에서 제안한 4단계 분류법이다. 1단계는 관측범위 밖에 우주가 여전히 존재하며, 하나하나가 관측범위 내에서 독립된 우주를 구성한다는 주장이다. 물리법칙은 우리 우주와 동일하며, 우주가 무한이거나 충분히 크다면 이 우주들 속에 우리의 도플갱어(‘나’와 똑같은 사람)도 발견할 수 있다. 2단계는 인플레이션 우주론과 관계가 있으며, 우리 우주와 물리법칙이 전혀 다른 새로운 우주다. 3단계는 양자역학에 나오는 다세계 해석이다. 세계는 지금 이 순간도 양자역학적 결정에 따라 무수히 많은 서로 다른 우주로 갈라지고 있다. 그 안에 사는 우리는 그저 하나의 우주만을 보고 있을 뿐이다. 4단계는 시뮬레이션 우주다. 정보에 의해 구축된 우주는 상상 가능한 모든 형태를 띨 수 있으며, 이들이 독립된 다중우주를 구성한다.
테그마크 교수의 분류법에 모든 학자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최근 나온 ‘멀티 유니버스’의 저자인 브라이언 그린 미국 컬럼비아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 분류를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책에 소개된 다중우주의 순서는 4단계 우주와 거의 비슷하다. 이 기사에서는 끈이론과 관련한 부분을 따로 파트로 묶었기 때문에 이들과 순서가 다르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우주를 뛰어넘은 사랑 가능할까 - 다중우주
Part1. 숨겨진 다중우주를 찾아서
Part2. 끈이론 다중우주
Part3. 비판과 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