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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말기암 환자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3년 전 폐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수차례 받았던 김 씨는 얼마 전 말기암 판정을 받았다. 심폐소생술이나 중환자실 이용을 원하지 않았던 김 씨는 완화의료기관에 들어갔다. 덕분에 갑갑하고 어두운 병실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아늑한 곳에서 가족과 지낼 수 있게 됐다.

암이 진행되면서 김 씨는 가끔 통증을 호소했지만, 의료진이 적극적인 통증치료와 증상조절치료를 해줘 현재는 편안한 상태다. 한편 사회복지사는 오랜 투병 기간으로 재산이 넉넉하지 않던 김 씨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해줄 독지가를 연결해줬다. 자원봉사자가 항상 곁에서 환자와 가족을 도와줘 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다. 김 씨는 가족들이 함께하는 가운데 임종실에서 평안히 삶을 마쳤다.

암 조기검진과 치료기술의 발전으로 완치되는 암환자가 늘면서 2차암 예방과 검진, 재활, 불임 예방,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암을 극복한 환자들이 생활로 복귀해 행복을 되찾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말기암치료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는 적극적인 암 치료가 암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 채 오히려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인공영양,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같은 새로운 의료기술로 인위적으로 말기암환자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됐지만, 가족과의 교감도 누리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서 홀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는 환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의 뜻은 반영되지 않은 채 이런 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환자에게 비인간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엄청난 치료비를 부담하면서도 고통받는 환자를 그저 안타깝게 지켜봐야하는 가족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말기암 환자와 가족 모두를 고려하는 의료시스템이 호스피스 완화의료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통증과 증상을 적극적으로 조절해 준다. 또 사회복지사나 성직자, 자원봉사자가 환자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을 정리하고 주변 사람들과 화해하며 품위있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세계보건기구는 국가 단위의 암 관리를 진행할 때 완화의료에 대한 지원을 가장 우선순위로 꼽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말기암환자가 의료사각지대에서 근거 없는 민간요법이나 건강기능식품에 의지해 고통스럽게 삶을 마감하고 있다.

하루 빨리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정착돼 말기암환자들이 ‘무의미한 연명치료’ 대신에 ‘전인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歸天)의 한 구절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게.
 

암치료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삶의 질에 대한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사진은 영국에 있는 필그림 호스피스 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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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박상민 삶의질향상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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