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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벤처 블루칩으로 등극한 나노기술

세계 우위 차지 위한 3대 프론티어 사업

나노기술이 벤처투자업계에서 새로운 투자 유망 분야로 등극하고 있다. 2-3년 내에 나노상품이 등장할 전망이다.나노기술의 상업화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새로운 금광은 나노기술에서 찾아라."

최근 세계적인 벤처투자업계에서 해 저무는 정보통신기술을 대신할 투자 유망 분야로 나노기술이 떠오르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19세기 미국 서부로의 골드러시에 비유됐을 정도로 뜨거웠던 정보통신기술 투자는 한물가고, 이제는 10억분의 1m(나노미터, 1nm=${10}^{-9}$m)의 미시세계를 탐구하는 나노기술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1nm는 원자 몇개가 한줄로 늘어서 있을 때의 길이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한다.


벤처투자 매년 20% 증가

지난해 12월 산업자원부에서 발표한 ‘미국과 일본의 나노기술 벤처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나노기술에 대한 미국 벤처캐피탈의 투자액은 1999년에 약 1억달러(약 1천3백억원)였으나, 올해는 10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고, 2003년 이후에는 매년 20%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나노기술에 대한 미국의 민간투자는 이미 정부지원 투자액을 능가하고 있다. 2003년경 민간 대 정부의 나노기술에 대한 투자비가 2:1이 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에는 50여개의 벤처캐피탈이 나노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아데사 캐피탈과 룩스 캐피탈 등과 같은 나노기술 전문투자사도 등장했다.

나노기술이 그리는 미래는 SF소설 못지 않게 공상적이다. 원자나 분자가 스스로 물질을 조립해서 분자기계가 탄생하고, 이 분자기계는 체내의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다는 얘기처럼 말이다. 나노기술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혁신적인 분야다. 때문에 일부 과학기술자는 나노기술의 실현에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노기술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지 불과 몇년도 되지 않아 투자가 급증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2002년 3월에 유럽의 나노기술계 평가 기관인 시엠피-시엔티피카는 나노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경향을 분석해서 ‘나노기술 기회 보고서’(Nanotechnology Opportunity Report)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나노기술은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학문적 차원으로만 연구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나노기술 개발에 참여하는 기업이 전세계으로 5백여개에 달한다. 이 점은 지금까지 진행돼 왔던 어떤 다른 혁신적인 분야와도 다른 특성이다. 아직 초기단계인 나노기술은 벌써부터 전세계적으로 상업화가 강조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 나노의 상업화를 주제로 한 포럼과 컨퍼런스가 세계 도처에서 열리고 있다.
 

이에 따라 나노기술은 이전의 다른 기술보다 상업화가 빨리 진전되고 있다. 2-3년 내에 우리 눈앞에 나노상품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나노기술이 점령하는 세상이 먼 발치에 있지 않다는 말이다. 벤처투자자들이 벌써부터 나노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나노제품의 재료가 되는 나노소재, 의학과 생명과학에 응용되는 나노바이오, 기존 반도체칩 제조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을 나노전자소자, 그리고 모든 나노분야의 기반이 되는 나노공정장비에서 상업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나노기술 산업의 현 시장규모는 기관에 따라 1백만-45백만달러로 큰 폭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은 그 누구도 나노기술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과학재단은 2015년에 1조달러(약 1천3백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시장을 선점하는 국가가 21세기의 부를 향유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올해 나노기술에 8천억원의 예산을 배정했 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 액수의 1/4 정도를 지원한다.



2010년 5대 나노국가 목표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일까. 아직 민간 투자는 미약하지만 정부 중심의 투자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나노기술을 21세기 신산업혁명을 주도할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해 상당한 예산을 지원중이다. 올해 나노기술에 배정된 정부 예산은 미국과 일본의 경우 약 8천억원이고, 우리나라의 경우 이 액수의 1/4인 2천여억원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분야의 예산 배정은 선진국의 1/1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나노기술에 집중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까지 나노기술 선진 5대국에 진입할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정부는 특히 올 들어 나노기술의 상업화를 강조하는 여러 대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기술강국과 경쟁 가능한 강점기술을 전략·선택적으로 집중개발하기 위해 10년 간의 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인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을 추진중이다. 이 사업은 종료시점에 그동안 이룩한 기술개발이 제품으로 이어지는 목적을 갖고 있어, 다른 연구프로젝트와는 달리 상업화를 강조한다. 여기에 나노기술의 상업화를 강조하는 굵직한 사업이 포함돼 있다.
 

과학기술부가 추진중인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 18 개 세부사업 중 나노기술이 3가지다. 테라급나노소자개 발사업,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그리고 나노메카트로닉 스기술개발사업이 그것이다. 사진은 각 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이상록 박사다.



상업화 핵심 분야 사업 국내 추진중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은 1999년 1개의 세부사업으로 시작해 매년 몇개씩 과제가 추가됐고 올해 8개 신규사업이 추가되면서 총 18개의 세부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나노기술과 관련된 세부사업은 3개다. 2000년에 시작한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 그리고 올 신규사업인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과 나노메카트로닉스기술개발사업이 그것이다. 현재 나노기술의 상업화에 핵심을 이루는 분야는 나노소재, 나노바이오, 나노전자소자, 나노공정장비다. 프론티어의 3가지 나노사업은 이 중에서 나노바이오를 제외한 분야를 담당한다.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은 현 반도체소자보다 집적도와 속도를 수천배 이상 높여 2010년에 테라(${10}^{12}$)급 시제품 소자를 개발할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집적도와 속도는 메가(${10}^{9}$)급이다.

이조원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장은 “나노소자의 핵심은 작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작게 만들어야 물리적으로 테라급의 속도와 집적도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테라급소자는 원자세계를 다루는 나노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앞으로도 계속 반도체 강국을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또는 가장 좋은 나노소자를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술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초나 최고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

나노기술은 창의적 발상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은 새로운 발상을 수시로 도입할 수 있도록 장기 연구과제와 별도로 매년 ‘가능성 연구과제’를 모집한다. 선정된 과제를 1년 동안 진행시켜본 뒤 그 가능성을 판단한다.

올해 추가된 나노소재개발사업과 나노메카트로닉스개발사업은 각각 나노기술의 기반이 되는 나노소재와 나노공정장비 기술을 개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나노전자소자, 나노센서, 나노기계 등 나노제품이 소재의 크기가 나노미터 단위일 때 나타나는 특이한 물성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나노소재가 나노기술의 기반이 된다. 또 나노미터 단위의 초정밀·초미세 산업용 부품을 대량생산하는 나노공정장비가 필수적이다.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은 나노소재의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사업단장으로 선정된 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서상희 박사는 나노소재의 환경친화성을 강조했다. 나노소재가 적은 양으로도 기존 물질의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원재료가 적게 들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나노소재로 자동차를 만들면, 자동차 무게가 줄어 연비가 높아지고 결국 에너지가 절약되고 공해가 줄어든다.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은 장기적으로 환경친화적 나노소재를 개발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서단장은 말했다.

나노메카트로닉스개발사업은 나노기술의 인프라이므로 공정기술이 다양한 나노분야로 응용돼야 한다. 이상록 사업단장은 “연구개발이 곧바로 상업화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 관련 업계의 참여를 유도하려 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관련 산업계가 육성되도록 기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들 사업이 종료되는 10년 후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나노기술에 대해 우위를 차지하기를 기대해 본다.

2002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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