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탄소발자국’은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의 생산과 소비,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뜻한다. 디지털 탄소발자국은 어디서 어떻게 찍힐까. 과학동아 신입 기자 수린의 하루를 따라가며 디지털 탄소발자국의 흔적을 추적했다.
첫 번째 탄소발자국은 데이터 센터에서
2023년 서울 용산 과학동아 사무실 앞. 수린은 첫 출근을 앞두고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한 후, 사무실로 들어간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출근하게 된 이수린입니다.” “어서 와요!” 환하게 맞아주는 편집장님과 팀원들을 보니 긴장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진다. 수린은 먼저 업무에 꼭 필요한 회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운다.
클라우드, SNS, 영상과 음악 스트리밍, 게임까지,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사용하는 대부분의 서비스 뒤에는 ‘데이터 센터’가 있다. 데이터 센터는 수많은 서버와 통신 장비, 스토리지(저장 장치) 등 인터넷을 통한 컴퓨터 서비스에 필요한 장비가 모인 ‘데이터의 집’ 같은 건물이다.
데이터 센터는 어떤 일을 할까. 영상을 예로 들어보자. 스마트폰에서 영상을 스트리밍 하면, 데이터 센터에 저장돼 있는 해당 파일이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라우터로 전송된다. 라우터란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는 일종의 중계 장치다. 정보를 받은 라우터는 와이파이 등 통신망을 통해 목적지인 스마트폰으로 파일을 전송한다. 이 과정을 거친 데이터는 스마트폰에서 영상으로 실시간 재생된다.
데이터 센터는 다른 분야에서도 쓰인다. 최근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는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수많은 데이터를 모아 AI를 가르칠 때 연산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대규모의 컴퓨팅이 가능한 데이터 센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챗GPT 같은 AI 모델도 구축을 위해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와 연산을 필요로 했다. 손에 들고 다니는 가벼운 인터넷 세상의 뒤에, 실로 어마어마한 물질적 기반이 숨겨져 작동하는 것이다.
데이터 센터 탄소발자국, 비행기 넘어서다
매해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쌓이면서 데이터 센터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데이터 센터가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는 수많은 서버를 작동시키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 데이터 센터 서버부터 라우터, 와이파이, 스마트폰에 이르는 각 단계의 기계들이 전기를 사용하며 온실가스를 간접 배출한다. 특히 데이터 센터는 수많은 사용자의 요청을 실시간으로 수행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나아가 수많은 서버가 동작하면서 발생하는 폐열을 식히는 냉각 장치도 가동돼야 한다.
AI 모델을 만들고 사용할 때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수많은 데이터를 모아 AI를 가르칠 때 연산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엠마 스트러벨 미국 매사추세츠대 연구팀은 2019년 대규모 딥러닝 AI 하나를 교육하는 데 약 30만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doi: 10.48550/arXiv.1906.02243
이렇게 소모된 에너지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 연료에서 만들어졌다면 우리는 데이터 센터가 온실가스의 ‘간접배출원(Scope 2)’이라 말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온실가스 분류 기준(GHG Protocol)’에서 직접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배출원은 ‘직접배출원(Scope 1)’으로 분류한다. 직접 온실가스를 만들지는 않지만, 이를 수반하는 활동은 간접배출원(Scope 2)이라 부린다. 전기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데이터 센터는 간접배출원으로 볼 수 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그러나) 실제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데이터 센터의 경우 직접 발전을 하는 곳도 있다”며 “이런 곳은 직접배출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센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어느 정도일까. 국제 에너지 기구(IEA)는 2022년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데이터 센터가 전 세계 전력 수요의 약 1%를 소비하며,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0.3%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에서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비영리기구인 더 쉬프트 프로젝트(The Shift Project)는 더 높은 수치를 제시했다. 데이터 센터의 디지털 탄소발자국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5~3.7%에 달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항공업계의 배출량이 약 2.4%인데, 이 수치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가 항공업계 전체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