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만 하는 것으로 알려진 거미 가운데 채식을 하는 종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빌라노바대 로버트 커리 교수팀은 중앙아메리카와 멕시코에서 채식거미인 ‘바기라 키플링지(Bagheera kiplingi)’를 발견해 생물학 저널‘커런트 바이올로지’10월 1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바기라는 껑충 거미의 일종으로 전 세계에 분포하는 거미 4만 여 종 가운데 유일하게 식물을 주식으로 한다. 주로 아카시아의 잎, 꽃꿀, 꽃가루를 먹는데, 그중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잎 끝에서 나오는 노란 점액, 즉‘벨트체’다.
바기라가 벨트체를 먹을 때 길잡이 역할을 하는 건 개미다. 개미는 아카시아의 빈 줄기에 살면서 벨트체를 마음껏 먹는 대신 초식성 곤충으로부터 아카시아를 지켜준다. 바기라는 개미를 몰래 따라갔다가 개미가 잠시 자리를 비우는 사이 재빨리 벨트체를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만약 ‘절도 행각’이 발각되면 미리 쳐 둔 거미줄을 타고 달아난다. 커리 교수는 바기라가 채식을 하는 이유에 대해 “열대지역은 먹잇감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식성을 바꾸는 방법으로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카시아는 개미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곤충을 쫓는 화학물질을 방출하지 않는데다, 벨트체에는 단백질이 풍부해 바기라에게 최고의 식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