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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이랬다 저랬다 미스터리 양자월드

양자론은 20세기의 최고 영약이다. 19세기 후반부터 과학자들을 골치 아프게 했던 방사성 현상, 반물질, 빛과 소립자들의 특성 등 다양한
현상을 속 시원하게 풀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자론은 현대물리학의 또 다른 줄기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비해 인기가 없다. 손에 잡히지도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원자세계를 다루기 때문이다. 게다가 들어도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오죽했으면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조차 “아무도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장담한다”고 했을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본격적인 양자미션을 탐험하기 전에 양자월드를 살짝 들여다보자. 양자의 기묘한 성질을 작은 임무로 재구성했다.




만약 우리가 양자라면? 이 공상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양자월드에서는 하나의 입자가 동시에 여러 장소에 있을 수 있다. 이런 기묘한 양자현상을 ‘중첩’이라고 한다. 중첩은 단지 장소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속도, 운동량, 심지어 ‘생과 사’와 같은 물리학적 ‘상태’에서도 쓸 수 있다. 이때 중첩은 어떤 사물이 두 가지 이상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시 생과 사를 얘기하는 극단적인 중첩 현상의 예다. 상자 속에 고양이와 방사성원소가 들어 있다. 그 안에 그 방사성원소가 붕괴하면 극약이 들어 있는 병이 깨지는 장치가 있다고 하자. 만약 원자가 중첩상태에 있다면, 원자는 붕괴하지 않거나 붕괴하거나 하는 어정쩡한 상태에 있게 된다. 이럴 경우 고양이는 어떻게 될까. 고양이 역시 동시에 살아있으면서 죽어있는 말도 안 되는 상태가 되는 걸까.

양자의 중첩상태는 이미 원자나 전자, 그리고 빛에서처럼 미시세계에서는 실험적으로 확인된 지 오래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양자세계와 고전물리학 세계를 구분하는 데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이용했다. 중첩현상이 나타나면 양자세계이고 나타나지 않으면 고전물리학의 세계다. 그런데 최근 두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거시세계에서도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거나 죽어 있는, 기묘한 중첩상태에 있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결국 살아있는 걸까, 죽은 것일까? 이 점이 몹시 궁금해 안달이 난다면 고양이가 들어 있는 상자를 열어보면 된다. 상식이란 게 통하지 않는 양자의 세계이니 혹시 죽지도 않고 살아 있지도 않은 생과 사의 중간쯤인 고양이를 볼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뚜껑을 열어 고양이를 보는 행위, 즉 ‘관측’이나 ‘측정’ 행위가 일어나는 순간, 양자의 기묘한 중첩상태는 오묘하게도 깨져버린다. 즉 고양이는 살았거나 죽어 있는 어느 한 상태만을 띠게 되는 것이다.

양자세계에서는 측정이란 행위가 상황과는 상관없는 단순한 ‘봄’이 아니라 중첩상태를 깨뜨려버리는 매우 영향력이 있는 행위다. 이런 까닭에 과학자들이 양자의 중첩상태를 직접 측정하는 대신 간접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자가 두 개의 문을 동시에 통과하는지(중첩이 됐는지)를 두 문을 통과한 뒤에 나타난 모습을 통해 확인하는 식이다.

그런데 더 기묘한 것은 양자세계에서 관측 행위가 단순히 중첩현상을 깨뜨리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살아있다고 관측됐다면 이는 방사성 원자가 붕괴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면 고양이를 상자에 넣은 순간으로 다시 되돌아가게 된다. 즉 상자 속의 방사성 원자는 이때부터 붕괴를 하거나 하지 않거나 하는 중첩상태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관측 행위는 리셋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다.

만약 방사성 원자가 붕괴하기도 전에 계속해서 리셋버튼을 눌러준다면? 다시 말해 측정을 자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원자는 영원히 붕괴하지 않을까.





전기를 띠지 않은 금속판 두 장을 서로 마주보도록 아주 가까이 세워보자. 이때 주변은 어떤 전자기력도 작용하지 않고 텅 비어 있는 진공의 공간이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두 금속판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생겨나 가까이 움직인다.

이 힘은 어디에서 생겨난 걸까. 만유인력은 아니다.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이다. 판의 모양 등 다른 요인이 있긴 하지만 대략 두 판 사이 거리의 4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이 생긴다. 예를 들어 두 금속판이 일반적인 원자 크기의 100배에 해당하는 10nm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면, 여기에는 1기압에 해당하는 힘이 작용한다.

이 유령 같은 힘은 ‘카시미르 힘’이라고 한다. 1948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헨드릭 카시미르가 처음으로 예측했고, 약 50년 뒤에 관측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두 금속판에 어떤 전자기력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고전물리학의 관점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카시미르의 힘은 양자역학에서 가장 유명한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와 관련이 있다. 양자세계에서는 본질적으로 우리가 뭔가를 제대로 알고자 할수록 다른 점들에 대해서는 더 잘 모르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입자의 위치를 제대로 보려고 하면 그 입자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는지, 그 입자의 운동량에 대해서 점점 흐릿한 정보만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이런 불확정성 원리는 에너지와 시간 사이에도 적용된다. 어떤 공간이 완전히 텅 빈 무의 공간이라고 가정해보자. 여기에는 시간도 관여한다. 그 공간이 정확하게 에너지가 0인 순간이 존재해야 무의 공간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공간은 에너지와 시간 둘을 동시에 정확하게 알아낼 수 없다는 불확정성 원리에 위배된다. 따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완전한 무는 존재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이 “도깨비 같은 원격 작용(spooky action at a distance)”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 양자역학의 성질, 바로 ‘얽힘(entanglement)’에 대한 설명이다. 얽힘 현상은 순간이동과 비슷하다. 아인슈타인은 얽힘 현상이 양자론이 엉터리 이론이라는 증거라고 혹평하기까지 했다.

반면 얽힘이 양자론을 정의하는 특징이라고 두둔한 사람도 있다. 바로 슈뢰딩거다. 1930년대에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는 얽힘 현상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당시 슈뢰딩거도 얽힘이란 기묘한 개념을 썩 마음에 들어 하진 않았다고 한다. 어떤 것도 빛보다 빨리 전달될 수 없다는 상대성이론의 전제에 위배되기 때문이었다.

1960년대 제3의 인물이 등장하면서 아인슈타인의 주장은 위기에 빠졌다. 1964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물리학자 존 벨이 얽힘 현상을 통해 양자론의 불완전성을 주장한 아인슈타인의 생각이 틀렸음을 보여주는 식을 발표했다. 이를 ‘벨의 부등식’이라고 하는데, 이 식을 만족시키지 않으면 양자역학이 옳다. 지금까지의 실험 결과 부등식을 만족시키는 경우는 없었다. 얽힘 현상이 가능한 것이다. 양자 얽힘은 유령 같은 허무맹랑한 현상이 아니다. 2008년에는 스위스 제네바대 니콜라스 지생 교수가 양자 얽힘이 빛보다 최소 1만 배 이상 빠르다는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양자역학의 응용 역사

양자역학은 “오늘도 발전 중”

양자역학은 1913년 보어의 원자모형에서 1928년 폴 디랙의 상대론적 파동방정식에 이르기까지 원자구조 연구, 즉 원자핵 주변의 전자배치와 상태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원자구조에 따라 고유한 스펙트럼선의 파장과 세기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 시기의 양자역학은 원자의 스펙트럼선에 대한 연구가 주였다. 양자역학은 완성되기 이전부터 여러 분야에 응용되기 시작해 이제는 거의 모든 물리과학 분야의 토대가 됐다. 양자역학을 활용한 역사를 체계적으로 살펴보는 일은 20세기 과학사를 처음부터 다시 이야기해야 할 정도로 방대하다. 여기에서는 20세기 중반, 양자역학이 어떤 분야에 영향을 미쳤고 어떻게 오늘날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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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객원 기자, 이관수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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