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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불가능은 없다” 양자미션5

과거에 동서양을 연결했던 비단길, 모든 산악인들의 꿈인 히말라야, 그리고 좁은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가는 길에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 어떤 목적지를 향해 멀리 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먼 길을 이동하기 위해 비용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물리학적으로 ‘이동’의 정의는 단순하다. 어떤 경로를 ‘연속적으로’ 거쳐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동 과정 자체는 쉽지 않다. 반드시 대가(에너지)를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의 기묘한 세계로 가면 이동의 중간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이를 ‘공간이동(teleportation)’이라고 한다.

‘스타트렉’ 등 영화에서 우주선이나 사람이 순식간에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놀랍게도 공간이동은 실제 과학이론을 통해 예측됐고, 실험에도 성공했다.



공간이동은 1993년 IBM의 과학자 찰스 베넷이 이론적 기초를 세웠고, 4년 뒤인 1997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의 안톤 자일링거와 이탈리아 로마대의 프란시스코 데 마르티니가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이들이 사용한 방법은 원본과 완전히 동일한 물체를 먼 곳에서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엄밀히 말하면 ‘복사’에 가깝다. 하지만 양자(이들은 일상적인 물체가 아니라 광자를 이용했다)는 정보만 같으면 완전히 동일하다는 명제가 있기에 사실상 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일상적인 물체 역시 양자(입자)로 이뤄져 있으므로, 양자공간이동은 물체 또는 사람을 공간이동시키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어렵지만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서울에 사는 동규가 광자 A를 미국 LA에 사는 제시카에게 공간이동으로 전송하려 한다. 앞서 말한 대로라면 제시카에게 똑같은 정보를 지닌 광자를 만들어 주면 공간이동이 완료된다. 이 글에서는 단순화시켜 광자의 ‘스핀’이라는 정보만 전송한다고 하자.



남은 문제 우리 몸도 공간이동시킬 수 있나

1997년 인스부르크대 연구팀이 처음 실험에 성공한 이후 다른 연구팀들이 2004년에는 600m, 2010년 5월에는 16km까지 거리를 늘린 실험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스타트렉’처럼 거시세계에서도 공간이동이 가능할지가 궁금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은 먼 얘기다. 자동차만 해도 10억×10억×10억 개가 넘는 입자들로 이뤄져 있다. 1027개에 달하는 입자들을 이런 식으로 일일이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과학은 수많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면서 진보해 왔다. 택배업체들이 공간이동업체로 업종전환하는 날이 언젠가는 오리라 믿는다.


양자와 중력은 20세기 초 물리학의 혁명을 이끈 두 단어다. 19세기 말에 들어서면서 빛이 가진 에너지가 연속적이지 않으며, 최소 단위가 있다는 실험 증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맥스웰이 전기력과 자기력을 통합하면서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두 가지 발견은 모두 당시까지의 세계관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이 문제는 각각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의 발견으로 단숨에 해결됐다. 20세기 현대과학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양자역학은 초기에 수학적으로는 불완전한 형태로 시작했다. 하지만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발전을 거듭했고, 이를 통해 힘과 물질에 대한 궁극적인 이해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또 자연계의 모든 원소와 이들의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가능해지면서 반도체, 초전도체, 레이저, MRI 등 여러 분야에 응용됐다. 현대 화학과 분자생물학 등 새로운 연구 분야도 가능해졌다.

초미시세계의 궁극적인 단위 물질, 즉 쿼크와 이보다도 작은 초끈에 대한 탐구도 이어지고 있다. 양자역학과 반대로 상대론적 중력이론, 즉상대성이론은 처음부터 수학적으로 완벽해 보였다.

우주의 팽창과 대폭발(빅뱅) 우주론, 우주배경복사, 블랙홀의 존재 등을 알려주며 성공적인 이론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지금 이론가들의 눈에는 새로 풀어야 하는 난제 중의 난제로 남아 있다. 왜일까?



양자론은 모든 것이 파동 이라고 말한다. 파동의 가장 중요한 성질은 연결돼 있는 모든 곳으로 퍼져 간다는 것이다. 연못에 돌을 던져 큰 물결을 일으키면 연못의 모양이 아무리 구불거려도 구석구석까지 물결이 도달한다. 파동의 다른 중요한 성질은 ‘파동이 있는 위치는 대략적으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물결의 높고 낮은 곳, 빠르고 느린 곳을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물결이 ‘정확히 어디에 있고 어디를 거쳐서 어디로 간다’고 말할 수 없다. 즉 파동은 특정한 궤적을 그리며 움직일 수 없다.

또 물결과 물결은 쉽게 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물결과 물결 파동의 진행이 서로 상쇄되거나 합쳐지면서 마치 궤적처럼 보이는 형상을 만들기도 한다. 지진해일(쓰나미)이 그 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상황에 따라 생기는 비슷한 모습의 결과지 근원적인 현상은 아니다.

전자, 양성자, 중성자, 광자 역시 이러한 형태로 움직인다는 것이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다. 그런데 중력이론에서는 지난 수백 년 동안 입자와 입자, 천체와 입자, 천체와 천체 사이의 거리와 힘, 그리고 이들이 지나는 궤적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이는 ‘파동은 궤적을 그릴 수 없다’는 원칙과 부딪힌다. 하지만 이는 중력 이론이 잘못됐다기보다는 ‘거시적인 물체에서는 왜 궤적이 가능해지는가’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양자적인 물체(입자)들이 많이 모여 거시적인 물체를 이룬 경우 양자역학이 어떤 현상을 만들어 내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은하수에 블랙홀이 만들어졌다고 가정한 시뮬레이션 사진.]
 



[블랙홀에서 에너지가 나온다-끊임없이 입자와 반입자가 쌍으로 태어났다 다시 합쳐져 소멸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만약 입자와 반입자
중 하나가 사건의 지평선에 들어가면 남은 입자 또는 반입자는 소멸하지 않고 방출된다. 이것이 호킹이 말한 열에너지 방출, 즉 ‘호킹복사’다. 블랙홀도 에너지를 잃는다는 뜻이다.]


이런 사실을 계산을 통해 처음 보인 사람은 스티븐 호킹이다. 호킹은 먼저 완벽히 진공인 우주를 가정했다. 그리고 그 안 어딘가에 있는 단 하나의 별을 가정했다. 이 별의 질량이 충분히 크면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라 곧바로 블랙홀로 응축되고 지평선이 생긴다. 그러면 주변에 더 이상 흡수할 물체가 없어진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더 할 이야기가 없다.

그러나 호킹의 말대로라면 미미하나마 열복사 에너지가 나오고, 에너지와 질량은 결국 같기 때문에 잃어버린 에너지만큼 블랙홀의 질량이 조금씩 줄어든다. 아주 오래 기다리면 이렇게 빠져 나온 총에너지가 블랙홀의 원래 질량에 해당하는 만큼 될 것이다. 이는 블랙홀이 소멸함을 의미한다. 남는 것은 결국 양자역학적으로 빠져 나와 온 우주에 퍼져버린 열 에너지뿐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양자 정보가 빠져있다. 따라서 블랙홀이 되기 직전 별의 처음 양자상태가 어땠는지에 대한 정보는 모두 사라지게 된다.

이는 ‘에너지와 함께 양자정보가 보존돼야 한다’는 양자원리를 위배하고 있다. 호킹은 이를 근거로 양자역학이 타당한 이론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주장은 학자들 사이에서 많은 논쟁을 일으켰지만, 현재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자들은 블랙홀의 개념에 뭔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양자적인 수정을 해야 할 뿐, 양자역학 자체를 버려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은하가 존재하는 곳은 골짜기처럼 시공간이 휘어진다. 그런데 양자역학에서는 서로 다른 파동을 더할 수 있다고 본다. 시공간을 더할 수 있을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남은 문제 우주 이해는 이제 시작

흔히 초끈이론이 중력의 양자화에 성공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시작일 뿐이다. 이제 겨우 양자원리와 중력을 한 건물 안에 집어넣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 건물의 무한히 복잡한 평면도를 제대로 본 적은 한번도 없다는 말이다. 근대물리학에서 가장 먼저 이해된 중력이 현대의 물리학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뉴턴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윷놀이는 수천 년 역사를 가진 우리 놀이다. 윷 네 가닥으로 돼지, 개, 양, 소, 말 등을 나타낸다. 주역은 음양론으로 세상만물과 그 이치를 설명한다. 스무고개는 ‘예/아니오’로 사물을 알아맞힌다.

이들 모두 디지털 정보혁명이 일어나기 전부터 0과 1의 ‘비트(bit)’를 사용했다. 비트는 ‘바이너리 디지트(binary digit)’ 즉 이진수라는 뜻이다. 윷의 편편한 면, 음양론의 음이나 주역과 태극기의 음효(--), 스무고개의 ‘아니오’를 0, 윷의 둥근 면, 음양론의 양이나 양효(―), 스무고개의 ‘예’를 1로 볼 수 있다.

우리말에도 비트는 있다. ‘이다/아니다’와 ‘예/아니오’가 대표적인 예다. 신경세포로 전달되는 생체신호도 세포막 안팎의 전위차가 +와 -로 표시되는 비트 정보다. 19세기 모스 전신부호나 20세기 전자식 통신 또는 정보처리 장치에 쓰이는 온/오프 스위치 방식 역시 비트다.


1959년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바닥에는 아직도 더 넣을 여지가 많이 있다’라는 강연을 했다. 이 강연은 나노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수 cm 크기의 진공관 스위치는 수 nm(나노미터, 10억 분의 1m) 크기의 트랜지스터로 대체되면서 메가바이트(MB), 기가바이트(GB), 테라바이트(TB)의 시대로 발전해 왔다.

그런데 이런 소형화 또는 반도체 소자의 집적화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스위치가 원자 크기에 가까워지면 미시세계에서 통하던 여러 가지 양자역학적 효과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0과 1이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아 정보가 불분명해지는 상황이 왔다.




새로운 컴퓨터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문제로 ‘큰 수의 소인수분해’가 있다. 디지털컴퓨터로는 이 문제를 풀 때 숫자가 커질수록 계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릿수에 따라 계산시간이 거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암호통신을 하는 데에 이용된다. 아무리 성능 좋은 컴퓨터를 동원하더라도 소인수분해로 만든 암호를 쉽게 풀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요즘 많이 쓰는 ‘공개키 암호방식’이다. 보내는 사람은 공개된 문제를 이용해 자신의 메시지를 암호문으로 만들어 보내고, 받는 사람은 자신만이 알고 있는 답으로 암호문을 메시지로 복원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어려운 문제는 누구나 다 가질 수 있는 공개된 자물쇠다. 물건을 꺼내려면 열쇠를 만들어야 되는데, 자물쇠 설계도가 있어도 열쇠를 만드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현재 디지털컴퓨터로는 문을 열 수 없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에 벨연구소의 응용수학자 피터 쇼어가 양자컴퓨터로 소인수분해를 쉽게할 수 있는 양자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만약 이런 알고리즘을 수행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실제로 만들어진다면 소인수분해 방식의 공개키 암호문은 모조리 뚫리게 된다.






남은 문제 병주고 약주는 양자정보학과 암호

양자정보학과 암호통신은 ‘병 주고 약 주는’ 관계에 있다. 양자 컴퓨터가 나오면 현재의 공개키 암호방식은 무너지므로 ‘병 주는’ 관계이고, 양자암호로 도청이 불가능한 암호통신방식을 제공하므로 ‘약 주는’ 관계다.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을 비롯해 세계각국의 정보보안기관들은 암호를 풀기 위해 양자컴퓨터의 개발에, 절대안전한 암호통신을 하기 위해 양자암호의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정보에서 양자정보로의 전환은, 실수의 수학에서 복소수의 수학으로 전환하는 것 같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양자역학이 자연의 궁극적 원리인 만큼 궁극적인 정보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정지궤도 인공위성의 발명자로 유명한 영국의 아서 클라크 경은 “충분히 발달된 과학기술은 마술과 구별할 수 없다”는 유명한 경구를 남겼다. 그의 말에 딱 해당하는 기술이 바로 양자컴퓨터다.

양자컴퓨터에서는 정보의 기본 단위를 ‘큐비트’라고 부른다. 이는 기존 컴퓨터의 기본단위인 ‘비트’에 대응한 말이다. 만약 32큐비트의 연산능력을 가진 양자컴퓨터가 존재한다면 약 40억 개의 서로 다른 연산을 동시에 할 수가 있다.

하나의 연산에 1초가 걸린다면, 디지털 컴퓨터가 40억 개의 연산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40억 초, 약 100년이다. 그러나 32큐비트의 양자컴퓨터는 같은 연산을 1초에 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가 기존의 컴퓨터와 비교해 경이로운 연산속도를 갖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을 정보의 연산에 직접 이용한다.

거시적인 세계관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미시적인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가끔씩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손에 쥐고 있던 500원짜리 동전의 온도를 재본다고 생각해 보자. 누구나 그 온도가 그 사람의 체온과 같다고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온도를 재 봐도 같은 값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런데 동전을 구성하고 있는 금속의 전자를 하나 골라(골라 낼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온도를 재 본다면(실제로는 전자의 ‘에너지’를 측정한
다) 그 값이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측정할 때마다 여러 값이 나오며, 여러 번 측정을 계속한다면 특정한 값이 나올 확률을 계산할 수 있게 된다. 전자의 온도(에너지)와 같이 특정한 상태값을 양자역학에서 ‘상태벡터’라고 부른다. 전자와 같은 미시적인 존재의 상태벡터는 여러 개의 서로 다른 값을 ‘동시에’ 가지며 각각의 값을 갖게 될 확률로 나타난다. 이 점을 이용해 ‘동시에’ 여러 개의 연산을 하는 것이 양자컴퓨터의 기본원리다.




남은 문제 양자컴퓨터의 미래는 ‘불사의 생명’

미래학자인 레이몬드 쿠르츠웰은 저서 ‘특이점이 온다’ 에서 21세기 중반이 되면 뇌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개인의 기억과 사고의 패턴을 스캔해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뇌도 컴퓨터처럼 백업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지금보다 수백만 배 혹은 수십억 배 빠른 양자 컴퓨터가 실용화된다면 다운로드 받은 개인의 기억과 사고 패턴을 가상현실 속에 그대로 흉내 내는 작업, 즉 ‘전산모사(simulation)’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수학에는 “만약 A와 B를 구별할 수 없다면 이 둘은 동일하다”는 명제가 있다. 만약 다운로드된 기억과 사고의 패턴이 원래의 개인과 동일하다면 원본(개인)과 구별하기가 아주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수학적인 명제에 따라 원본 성격과 복사본 성격(또는 개인)은 동일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의식과 지성이 육체의 한계를 벗어나 다른 형태로 지속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생각도 가능해진다. 아인슈타인의 기억과 의식이 양자컴퓨터를 통해 존재할 수 있다면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1961년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인간의 달여행을 공개 선언한 지 50년이 지난 2011년 5월, 그의 조카인 패트릭 케네디가 “마음으로의 달여행”이란 새로운 도전을 제창했다. ‘내부 우주’이자 인류의 마지막 미개척지인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산타바바라) 심리학과 교수 마이클 가자니가는 ‘왜 인간인가?’라는 책에서 그 답을 우리의 ‘뇌’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뇌는 1000억 개의 뉴런(신경세포)과 1000조개의 시냅스(신경세포의 연결)로 이뤄진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시스템이다. 또 뇌는 ‘정신의 집’으로서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통로다. 고도의 인지 및 사고기능을 관장하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최근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등 뇌의 활동을 수시로 훤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기들이 개발되며 뇌지도, 기억과 학습, 스트레스와 감정 등 다양한 주제가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의식’이다. 20세기 말 세계적인 물리학자들이 선정한 10대 미해결 문제이기도 하다. 의식은 인간에게만 있는 현상으로, 현재 경험하고 있는 심리적 활동의 총집합이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현재, 사라지는 기억의 흔적, 쾌락과 같은 신체적 느낌, 감정, 시각 이미지, 자신과 세상에 대한 명확한 믿음 등 다양한 요소들이 의식을 구성한다.

사실 의식은 복잡하며 매우 수수께끼 같고 변화 무쌍한 성질이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와서 과학자들이 다른 사람이나 동물 등 ‘다른 의식적 주체’에 대해 객관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의식 연구가 과학 연구의 대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의식이 지배하는 마음과 물리 현상(체내 전기 화학적 상호작용) 사이의 관계를 파헤쳐 ‘의식의 신경과학적 근거(NCC)’를 확립하고자 한 것이다.


남은 문제 또다른 혁명을 꿈꾸며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의식의 바탕이 양자역학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명 현상에서 양자역학이 어떻게 이용되는가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이다. 신경과학과 인지 심리학, 이론적 예측체계의 발전, 그리고 철학과의 융합을 통해 생명과 의식을 보다 합리적으로 이해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양자 의식은 미완성 혁명에 그쳤지만, 양자역학과 의식간의 상호작용은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의 사고 실험 영역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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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박병철 교수·과학번역가, 이필진 교수, 김재완 교수, 안도열 교수, 김승환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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