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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 짝은 초대칭 입자

암흑물질 제1 후보를 찾아서

사람의 얼굴은 좌우대칭이다. 왼쪽 얼굴을 반전시켜 오른쪽 얼굴을 만들거나 오른쪽 얼굴을 반전시켜 왼쪽 얼굴을 만들어 합치면 원래 얼굴과 거의 같은 얼굴이 나온다. 한때 인터넷에서 연예인들의 ‘얼굴 대칭 놀이’가 유행한 적이 있는데, 한가인, 김태희, 송혜교 등 여자연예인들은 어느 쪽을 대칭시켜도 어색하지 않아 화제가 됐다.

좀 더 복잡한 대칭도 있다. 가령 정삼각형은 얼굴 대칭처럼 좌우 대칭일 뿐 아니라 정삼각형의 중심을 축으로 120°, 240°씩 회전시켜도 모양이 똑같다. 정삼각형을 고정하고 관찰자가 동일한 각도를 움직여도 결과는 같다.

그런데 물리학자들은 이런 대칭과는 조금 다른 ‘초대칭’(supersymmetry)에 주목하고 있다. 거대강입자가속기(LHC) 실험에서 물리학자들이 학수고대하는 결과 중 하나도 초대칭 입자를 발견하는 일이다. 초대칭 입자가 뭘까.

현재 입자물리학에는 표준모형이라는 멋진 이론이 있다. 힉스 입자를 발견하려는 이유도 바로 표준모형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표준모형은 여전히 허점을 갖고 있다. 표준모형이 부족하다고 느낀 물리학자들은 ‘초대칭 표준모형’이라는 차세대 이론을 만들었다. 초대칭 표준모형에서는 기존 표준모형에 존재하는 근본 입자들의 초대칭 짝을 가정하고 있다.
 

우주의 23%를 차지하는 암흑물질 상상도. 초대칭 입자 중 LSP는 암흑물질 제1 후보로 거론된다.


전자와 초전자, 광자와 포티노

초대칭 짝은 표준모형 입자 짝과 물리적인 성질은 같고 스핀(입자의 고유성질을 나타내는 물리량으로 단위는 각운동량이다) 값만 1/2 만큼 다르다.

한 가지 유념할 사실은 초대칭은 완벽한 대칭성으로 자연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표준모형 짝과 질량이 다르다. 예를 들어 스핀이 1/2인 전자의 초대칭 짝은 스핀이 0인 초전자(selectron)이며, 스핀이 1인 광자의 초대칭 짝은 스핀이 1/2인 포티노(photino)다.

그런데 물리학자들은 왜 자연법칙에 이런 초대칭 짝이 존재한다고 생각할까. 가장 큰 이유는 표준모형에서 아직까지 유일하게 발견되지 않은 입자인 힉스의 질량과 관계가 있다.

양자역학적으로 진공 상태는 입자와 반입자 쌍이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생성과 소멸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매우 역동적인 곳이다. 힉스가 이런 진공을 지나가면 가상의 입자와 상호작용하는데, 이때 양자역학적인 보정을 받아 힉스의 질량이 결정된다. 문제는 이때 힉스 질량을 양자역학적으로 보정한 전형적인 크기는 플랑크에너지로 불리는 1019GeV(기가전자볼트, 1GeV=109eV)인데, 이 값이 표준모형에 있는 입자들의 질량을 맞추기 위한 값(102GeV)과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

이 차이를 보정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초대칭 입자를 도입하는 것이다. 표준모형 입자들이 초대칭 짝을 갖는다고 가정하면 102GeV는 유지되면서 양자적학적인 보정은 정확히 상쇄된다.

LHC 실험에서는 이 차이를 눈으로 확인하는 일이 최우선이다. 만약 이론에서 가정한 초대칭 짝이 실제로 자연에 존재한다면 LHC 실험에서 그 존재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LHC 실험에서는 14TeV (테라전자볼트, 1TeV =1012eV)라는 엄청난 에너지로 양성자를 충돌시키기 때문에 초대칭 입자가 많이 생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글루이노(글루온의 초대칭 짝)와 초쿼크(쿼크의 초대칭 짝)가 주로 생성될 것이다.

글루이노와 초쿼크는 표준모형 입자인 쿼크와 렙톤, 그리고 LSP(Lightest Supersymmetric Particle)라는 가장 가벼운 초대칭 입자로 붕괴된다. 여기서 LSP는 전기적으로 중성이고 약한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검출기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빠져나간다. 때문에 LSP를 직접 관측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대신 에너지가 큰 입자들의 궤적과 LSP가 주는 결손 에너지를 추적해 간접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LHC 실험에서 이런 특징을 갖는 충돌 사건을 찾아내는 일이 초대칭 입자를 찾는 첫걸음이다.

초대칭 입자의 존재를 확인한 뒤에는 초대칭 입자의 특성과 반응 세기를 정밀하게 측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초대칭 입자의 질량을 측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현재 LHC 실험에서는 초대칭 입자의 질량을 결정하는 데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 우선 LSP가 검출기에서 직접 검출되지 않는다는 점과 양성자를 구성하는 쿼크과 글루온의 초기 충돌에너지와 운동량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초대칭 입자의 질량을 직접 측정하기는 불가능하다. 물리학자들은 초대칭 입자 붕괴 과정에서 나타나는 표준모형 입자의 분포에서 초대칭 입자의 질량을 계산할 계획이다.

한편 초대칭 입자는 캄캄한 우주를 이해하는 열쇠를 제공할 수 있다. LSP는 우주 전체 에너지의 23%를 차지하는 암흑물질의 제1 후보다. LSP가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힐 결정적인 단서를 쥐고 있는 셈이다.

LHC 실험과 함께 새로운 물리 혁명을 향한 여정은 이미 시작됐다. LHC 실험에서 초대칭 입자가 발견되면 전자기력과 약력, 강력 뿐 아니라 중력까지 포함하는, 모든 것을 하나로 통일하는 ‘만물의 법칙’(Theory of Everything)인 *초끈이론이 새로운 물리 이론으로 떠오를 지도 모른다. 여러분도 그 ‘혁명’의 현장에 동참할 준비가 돼 있는가.

초끈이론*

자연의 기본 물질이 표준모형에서처럼 입자가 아니라 10-33cm라는 아주 짧은 끈의 진동이라고 설명하는 이론. 초대칭성 개념을 도입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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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영균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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