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동물에서 수명을 연장시키는 물질을 발견했다.
연세대 생화학과 백융기 교수는 2월 2일 “선충에서 수명을 최대 10배까지 연장시키는 노화 조절 물질 ‘다우몬’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물질을 분리 및 정제해 구조까지 규명했다. 백 교수와 함께 연세대 화학과 정만길 교수, 연세프로테옴연구센터 정판영 연구원 등이 이 연구에 참여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2월 3일자에 주요 논문으로 실렸다.
선충은 먹을 것이 없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휴면에 들어가 기본적인 신진대사만 하는 방법으로 평균 수명(14일)을 최대 10배 연장시킬 수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지난 30년간 그 원리를 규명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질량분석기와 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해 선충에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다우몬을 발견하고, 이 물질이 작용하면 선충이 휴면에 들어가 수명이 연장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백 교수는 “다우몬은 인간의 노화 방지를 위한 신약 후보물질”이라며 “현재 다우몬에 반응할 수 있는 사람 세포 내 수용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선충이 다우몬을 많이 분비하면 엄청난 양의 지방질을 순식간에 체내에 축적해 비만상태가 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원리를 역으로 이용하면 비만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백 교수는 “다우몬의 휴면 효과를 이용하면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소나무 재선충이나 작물 해충을 영원히 잠들게 해 박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