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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속도 붙은 사춘기

급속한 환경변화가 사춘기 앞당겨

사춘기가 빨라지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이 사춘기에 접어들었다는 뉴스가 해외에서는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은 초등학교 2, 3학년이면 사춘기를 겪는다고 한다. 그만큼 아이들이 빠르게 성장한다는 말이다. 먹을거리가 풍족해 발육이 왕성해진 탓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초반에 무리하면 뒷심이 딸리는 마라톤처럼, 사춘기가 빨라진다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이 그만큼 빨리 멈춘다는 의미기도 하다.


사춘기가 부르는 변화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사춘기는 신체가 발달하면서 성적인 생식능력이 완성되는 기간이다. 보통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사춘기를 1년 정도 일찍 경험한다. 여학생은 가슴에 몽우리가 생길 때, 남학생은 고환의 지름이 2.5cm가 됐을 때 사춘기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이 첫 변화부터 성장판이 닫히기까지 보통 4년이 걸리는 데, 이 기간이 바로 ‘봄을 꿈꾸는’ 사춘기(思春期)다.
 

사춘기의 신체적 변화는 난소와 정소같은 성선(性腺)에서 분비되는 성호르몬 증가에 따른 것이다. 이 무렵 여학생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남학생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많이 분비한다. 사춘기가 되면 뇌하수체에서 나오는 성선자극 호르몬인 항체화호르몬(LH)과 여포자극호르몬(FSH) 분비가 증가하면서 성선이 자극받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춘기에는 성선과 성기가 발달하고 음모가 자라며 목소리가 변한다.


여학생은 가슴 발육, 음모 발달, 초경 순으로 2차 성징이 진행된다. 가슴 발육은 평균 10.5세에 시작되는데, 유두가 커지고 양쪽 또는 한쪽 가슴에 몽우리가 잡힌다. 가슴 발육의 신호가 나온 뒤 6개월쯤 지나면 음모가 나는데, 때로 음모 발달이 가슴 발육보다 앞서기도 한다.
 

뒤이어 겨드랑이에 털이 나고, 가슴이 커지면서 성기가 발달해 대략 12~13세면 첫 생리를 한다. 초경은 일반적으로 가슴에 몽우리가 생긴지 2년 뒤에 나타나며 초경 뒤 2년이 지나면 성장판이 닫힌다.


여학생보다 늦된 남학생의 사춘기는 고환의 성장으로 시작된다. 몇 개월이 지나면 음모가 자라고 고환과 음경의 크기가 커지면서 겨드랑이에 털이 난다. 변성기가 찾아와 목소리가 굵어지고 음경의 발기현상과 함께 몽정을 겪기도 한다. 남학생 중에는 유방발육이 일어나 가슴이 여학생처럼 볼록해지기도 하는데 이는 남성호르몬 분비가 늘어나면서 여성호르몬도 함께 증가해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다.


사춘기는 왜 빨라지나


1990년대 여학생이 사춘기를 맞는 시기는 빨라도 8세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7세까지 당겨졌다는 연구가 늘고 있다. 지난 2000년 영국 브리스톨대 과학자들은 영국 여학생 6명중 한명 꼴로 8세 이전에 사춘기를 맞는다고 발표했다.


사춘기가 빨라지는 현상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원인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미국 밴더빌트대의 브루스 엘리스 교수는 계부 밑에서 자란 여학생이 상대적으로 사춘기가 빠르다고 주장한다. 생물학적으로 주변 환경이 불안해지면 생식에 관련된 유전자가 개체를 보호하기 위해 일찍 발현된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사춘기를 일찍 겪는 이유로 지방 섭취량 증가를 꼽는다. 지방 조직에 있는 렙틴이란 호르몬이 2차 성징을 앞당기는데, 과거에 비해 지방섭취가 늘면서 렙틴 분비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사춘기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장속도가 빠른 신생아가 사춘기를 일찍 시작하며, 일란성 쌍둥이 중 영양상태가 나은 환경으로 입양된 아이가 영양결핍 상태로 자란 쌍둥이에 비해 2차 성징이 빠르다는 연구도 있다.


현재 소아비만과 이른 사춘기의 관계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독일에서는 소아 5만 명을 대상으로 영양 상태와 사춘기의 발현시기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영국은 동물실험을 통해 식이요법으로 사춘기 발현을 조절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살충제 같은 환경물질 역시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해 사춘기를 앞당긴다고 한다. 미국 에모리대 마르쿠스 교수는 폴리브로미네이트 바이페닐(PBB)이 몸속에 축적된 여성이 낳은 여아는 정상적인 아이보다 1년 앞서 초경을 한다는 논문을 지난 2000년 미국 ‘생체역학’(Biomechanics)지에 실었다. PBB는 절연체로 이용되는 화학물질로 몸 안에 들어오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모방해 2차 성징을 가속한다. 다이옥신이나 DDT도 마찬가지다.

 

사춘기가 빨라지면서 청소년 시기에 이미 성인여성의 신체조건이 갖춰진다. 화장하고 교복을 벗으면 학생인지 성인인지 분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빨리 시작하면 빨리 멈춘다


최근에는 벨기에 리이게대 연구진이 인도나 콜럼비아에서는 환경호르몬 때문에 사춘기가 조기 발현되는 경우가 선진국보다 80배나 높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실제로 2000년 말에는 8세 이전에 가슴이 나오거나 음모가 난 여학생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DDT 같은 환경호르몬의 혈중농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여학생은 8세 전, 남학생은 9세 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나면 사춘기가 이르다고 본다. 이를 ‘사춘기 조숙증’(Precocious Puberty)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의미에서 사춘기 조숙증은 질병이다. 치료하지 않으면 골격계의 조기성숙을 초래한다.


초경이 이를수록 어른이 됐을 때 키가 작다. 보통 성장판은 초경이 시작된 지 2년 뒤에 닫히지만 초경을 빨리하는 만큼 성장판도 빨리 닫히기 때문이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춘기가 빨라지면서 남녀를 불문하고 성장판이 닫히는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지나친 사춘기 조숙증은 남녀의 발육을 방해할 뿐 아니라 여학생에게는 심리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남학생은 몸집이 크면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지만 여학생은 나이에 맞지 않게 가슴과 엉덩이가 두드러지게 발달하면 놀림감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사춘기 조숙증을 겪는 여학생은 자기 몸을 큰 티셔츠로 숨기려고 하며 성격도 내성적으로 변한다. 무엇보다 얼굴은 어려도 몸이 여성이면 주변의 고학년들과의 접촉이 잦아지면서 술이나 담배 같은 유해환경에 노출되기 쉽다.

빨리 자란다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스스로 지키는 자위의 지혜


‘해서는 안 될 일’같던 자위가 이제는 ‘정상적인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자위를 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원숭이는 손으로, 코끼리는 코로, 말은 발기된 성기를 자기 배에다 툭툭 치면서 쾌감을 맛본다. 인간의 자위를 의학적으로 접근한 것은 18세기 사뮤엘 티소라는 의사가 처음이다. 그는 “자위가 만병의 근원이고, 자위로 배출되는 1온스(29.6cc)의 정액은 40온스의 혈액과 같다”며 자위를 철저히 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는 콘플레이크도 자위를 막기 위해 고안됐다. 엄격한 청교도 문화가 지배했던 19세기 끝 무렵, 존 하비 켈로그 박사는 몸에 해로운 자위를 막으려면 정자를 만드는 단백질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 옥수수를 으깨서 콘플레이크를 만들었다.


티소의 주장이나 콘플레이크에 얽힌 사연은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허무맹랑하다. 억제하기 힘든 성욕 때문에 방황하는 것보다는 자위로 성욕을 자연스럽게 발산하는 것이 신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위험한 것은 자위 방식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자위를 죄라고 생각했다. 정액을 버리는 행위는 생명의 씨앗을 없애는 것이라고 믿었다.

이런 관점에서 성경에 나오는 오난의 질외사정은 단죄 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오난은 형이 죽은 뒤, 대를 이을 아들을 낳기 위해 형수와 결혼한 유다의 둘째 아들이다.


뿐만 아니라 성적쾌감 뒤에 찾아오는 심리적인 허탈감은 ‘괜히 했다’는 후회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요즘에는 자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줄었지만 막상 자위를 하는 당사자, 특히 청소년은 자위를 한다는 사실 자체에 죄책감을 느끼고 혹시 잘못되지나 않을까 하는 부담을 갖는다.

실제로 청소년과 상담해 보면 자위 자체가 주는 피로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죄의식에서 오는 자괴감이다.
 

물론 너무 심하게 자위를 하면 몸에 좋을 리 없다. 과도한 자위는 집중력을 떨어뜨려 학습에 지장이 생긴다.

그러나 자위를 하면 키가 안 큰다는 식의 우려는 지나치다. 자위를 하루에 몇 번이나 해서 신체적으로 탈진하지 않는 한 자위가 성장을 저해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진짜 문제는 자위를 몰래 숨어서 할 때 생긴다. 청소년은 자위를 할 때, 부모나 다른 사람에게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에 서두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조루가 생길 위험이 크다.


조루란 사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너무 일찍 사정하는 성기능 장애다. 성반응에서 발기나 사정은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으므로 의식적으로 조절하기 어렵다. 조루가 발생하는 원인은 사정을 관장하는 뇌와 척수의 사정중추가 교감신경과 함께 과민하게 반응한 탓이다. 특히 불안한 상황에서 조급하게 자위를 하면 교감신경이 짧은 시간에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남성의 사정중추가 빨리 흥분하게 된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와 같은 원리다.


위험한 것은 자위 자체가 아니라 자위를 하는 방법이다. 부적절한 방법은 성 문제의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엎드린 자세로 온몸의 체중을 음경에 실은 채 바닥에 비비는 방식은 발기를 일으키는 음경해면체를 과도하게 눌러 발기부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책상모서리나 날카로운 도구를 사용하는 행위 역시 해면체를 손상시킬 수 있어 절대 피해야 한다.


여성의 자위도 마찬가지다. 표면이 거친 물건을 사용하면 질에 상처가 나기 쉽고, 위생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질염에 걸릴 위험이 높다. 대부분의 여성은 누운 자세에서 성기를 문지르는 방식으로 자위한다. 어릴 때부터 성기는 소중히 보호해야 하며 자신의 신체지만 함부로 만져서도 안 되는 곳이라는 교육을 받아 성행위 자체에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여성의 자위는 남성의 자위만큼 정상적인 행동이다. 지나치지만 않으면 남자나 여자나 자위가 몸과 마음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적절한 자위는 성기능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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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강동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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