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사랑을 꿈꾼다. 인간이 사랑을 꿈꾸는 것은 언제부터일까? 함께 있고 싶고 상대를 만지고 싶은 성적 본능은 만 3세부터 나타난다. 인간이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는 대상은 부모다. 어린 아이가 이성 부모에게 느끼는 애착을 심리학자 프로이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로 설명했다.
의도치 않게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오이디푸스처럼 남자아이는 무의식중에 어머니를 사랑하고 그 사랑의 경쟁자인 아버지를 경계한다. 여자아이도 마찬가지여서 어머니보다는 아버지를 따른다. 엘렉트라는 트로이전쟁으로 유명한 그리스의 총지휘관 아가멤논의 딸로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를 살해한 비운의 공주다.
하지만 결국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동성부모와 경쟁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아이는 오히려 동성 부모를 닮으려고 한다. 이를 ‘동일시 현상’이라고 하는데 5~6세의 아이가 엄마 립스틱을 바르거나 아빠 넥타이를 매려고 하는 것이 그 예다.
부모 찍고, 동성 찍고, 턴~
아동기가 지나면 애정의 대상은 부모에서 또래로 옮겨간다.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가족보다 또래 친구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이때 형성되는 동성 사이의 우정은 이성 관계를 발달시키는 선행요소다. 청소년기의 우정은 사랑과 비슷한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초기(11~13세) 여학생은 우정을 두 사람 사이의 정서적 교감보다는 어떤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맘 때 여학생은 화장실에도 친구와 같이 가고, 숙제도 늘 누군가와 함께 하기를 원하다.
청소년 중기(14~17세) 여학생은 여러 명이 아니라 단짝친구를 사귀면서 동성 친구에게 강한 애착을 느낀다. 두 사람은 마치 연인처럼 편지를 주고받고, 둘만의 시간을 가지려하며, 상대방이 다른 친구와 더 친해질까 조바심친다. 여학생들이 단짝 친구에게 느끼는 이런 감정은 심리 발달의 일부다. 청소년 후기로 접어들면 애정의 대상이 자연스럽게 이성에게로 옮겨간다.
흔하지 않지만 동성을 향한 애정이나 집착이 이성으로 전이되지 못하면 동성애로 발전한다. 동성애의 원인은 호르몬 수준, 유전적, 인지적, 환경적 요인 등 여러 가지지만, 여학생은 단짝 친구와의 친밀한 우정에 길들어, 동성을 친구가 아닌 연인으로 사랑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반면 남학생은 깊고 친숙한 대인관계를 형성하는데 서툴러서 단짝 친구보다는 여러 친구와 함께 어울리는 경향이 크다. 또 여학생처럼 늘 함께 붙어있기보다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친구를 원한다. 예를 들어 부모에게 꾸중을 들었다거나 학교에서 뜻하지 않은 싸움에 휘말리게 됐을 때 이를 같이 고민해 줄 친구를 필요로 하고 그런 관계가 우정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 후기에 접어들면 남학생도 동성과 개별적인 우정을 쌓지만 옛 친구와 우정을 깊이 발전시키려는 여학생과는 달리 새 친구를 사귀는 것을 더 좋아한다. 따라서 남학생은 애정의 대상을 동성으로 고착시켜 동성애자가 되는 경우가 여학생에 비해 적다.
청소년의 이성 관계는 발달 단계에 따라 다른 유형을 보인다.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허록은 1955년 “청년기의 이상적인 이성 관계는 3단계를 거친다”고 주장했다. ‘송아지 사랑’(calf love) 이 그 첫 번째다. 이 시기의 청소년은 학교 선생님이나 연예인처럼 나이가 많은 대상을 연모한다. 송아지가 어미 소를 무턱대고 따르듯 동경하는 대상을 무조건 좋아하고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연령이 비슷한 이성에게 성적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이때를 ‘강아지 사랑’(puppy love)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이성에 대한 마음을 숨기려고 오히려 상대를 괴롭히거나 골려주는 모습이 꼭 강아지가 노는 모양과 비슷해 붙은 이름이다.
청소년은 이런 과정을 거쳐 비로소 한 사람을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 받아들이는 ‘낭만적 애착’(romantic attachment) 단계에 이른다.
사랑이 움트면 의도하지 않아도 자꾸 상대 주변을 맴돌게 된다. 그렇게 함께 있다 보면 손을 잡게 되고 안게 되고 입맞춤도 하게 된다. 인간이 스킨십을 하는 이유는 뭘까? 생물학적 본능이라고 치부하기 쉽지만 스킨십은 종족보존의 본능 아래 이뤄지는 성관계와는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
성충동이 전부 아니다
심리학자 프랑크 헤이칵과 패트리샤 갈우드는 “청소년의 성행위는 성충동과는 상관없는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서적 욕구란 애정을 얻고 싶은 욕구에서 자신의 여성성 혹은 남성성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얻고 싶고, 분노가 일 때 이것을 진정시키고 싶은 욕구다.
성행동이 이런 욕구를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오히려 심리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서적인 공허함을 달래기 위한 성행동은 신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다.
무관심으로 인한 외로움을 보상받으려고 성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심리적인 불안이 해소될 리 없다. 도리어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성적인 만족감에 무뎌지고 성급한 성행동에 대한 죄책감만 커지기 쉽다.
더군다나 여자와 남자는 스킨십을 하는 동기가 다르다. 미연방건강·사회생활조사(NHSLS)가 1992년 미국 전역의 청소년 34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여학생과 남학생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여학생 50%는 사랑하기 때문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응답한 반면, 남학생은 51%가 호기심 때문이라고 답했다. 1993년 고려대가 10세에서 19세 사이의 청소년 39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성관계를 하고 난 뒤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흔히 연인 사이가 더 좋아질 거라고 짐작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오히려 둘 사이의 달콤했던 감정은 사라지고 습관적으로 성관계만 갖는 데이트가 되기 십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심리학자 에밀리 임페트와 레티티아 페플로우는 이런 성관계의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했다. 특히 여학생은 성관계를 피하면 상대방이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상대와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서 성관계를 갖는다.
성관계를 맺고 나면 여학생은 상대에게 그전보다 훨씬 더 깊은 친밀감을 느낀다. 성관계 이후 여성이 끊임없이 사랑과 책임을 확인하려고 하는 것이 그 증거다. 그러나 남학생은 순간적인 충동을 억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자괴감에 빠지거나 미안한 마음을 갖기는 하지만 관계를 맺었다고 상대에 대한 애착이 더 강렬해지지는 않는다.
여기서 오해가 생긴다. 성관계 이후 여학생은 상대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지만 남학생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상대적으로 남자가 변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면 여학생은 상대의 요구에 따라 관계를 맺었다며 스스로를 희생자라고 생각한다.
또 소원해진 것처럼 보이는 남자친구와의 친밀함을 회복하기 위해 여학생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상대에게 매달리는데, 이런 행동이 남학생에게는 오히려 귀찮게 느껴져 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진다.
사랑할때 버려야 할 것들
사랑에 빠진 남녀가 같이 있고 싶고, 안고 싶고, 같이 자고 싶은 갈망을 느끼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 순간 남녀는 한 자리에서 각기 다른 꿈을 꾼다. 인간은 사랑 없이도 성행위를 할 수 있고 성행위 없이도 사랑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기 남학생의 성행동은 심리적 혼란의 산물이다. 단순한 성충동 외에 자신의 남성성을 표출하기 위한 이기심 또는 단순한 성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행동일 위험이 크다.
여학생은 친밀도를 높이려고 성관계를 갖지만 일단 성관계를 맺고 나면 육체적인 탐닉에 매몰돼 둘 사이가 멀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응하지 않으면 관계가 어긋날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성급한 판단을 하기보다는 원하지 않는 성관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거절해야 한다. 남성은 상대가 “원치 않는다”고 말했을 때 이를 존중해야 한다. 은근슬쩍, 여자는 원래 싫다고 하면서 좋아한다고 지레짐작하는 것은 포르노그라피의 부작용일 뿐이다.
영화 속 10대의 성
10대의 성은 ‘태풍’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만난 지 사흘 만에 동침했고 이도령은 성춘향을 보려고 ‘얼어 죽어도 곁불은 안 쬔다’는 양반 체면에 남의 집 담을 넘었다. 자신이 타는 줄도 모르고 순간에 모든 것을 바치는 부나비처럼 10대는 사랑의 광풍에 몸을 태운다.
하지만 아름다운 10대의 사랑이야기 속에는 처음 성을 접했을 때의 당황스러움과성에 대한 무모함이 숨어 있다.
영화 속에 비치는 10대를 통해 사춘기 성의 뒷이야기를 들여다보자.
01_ 포키스(Porky's), 나우 앤 덴(Now and Then)
음경이 짧으면 아예 성관계를 가질 수 없는 걸까. 성기 길이로 성적인 능력을 판단하는 영화 ‘포키스’의 남자주인공은 아침마다 성기 길이를 재면서 빨리 음경이 커지기를 빈다.
여자 아이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영화 ‘나우 앤 덴’의 주인공 중 엄마 없이 아빠와 오빠 셋과 사는 소녀 로버타는 가슴에 몽우리가 생기자 붕대로 칭칭 동여매는 반면, 허영기 많은 외동딸 티니는 속옷 안에 멜론을 넣어서라도 가슴을 크게 보이려고 애쓴다.
02_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
10대의 성에는 특별함이 있다. 성인에겐 비정상인 것이 10대에겐 정상일 수 있다. 영화 ‘아메리칸 파이’에서 지미는 바라만 보던 나디아와 우연히 한 침대에 눕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미는 나디아를 애무하자마자 사정해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기회를 놓치고 만다. 아쉽기야 하겠지만 다행인 것은 그가 숫총각임을 고려할 때, 지미는 단연코 조루가 아니란 사실이다.
03_ 아메리칸 뷰티(American Beauty)
아는 것이 힘이다. 10대 사이에선 미지의 세계인 성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이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래서 자신의 성경험을 과장해서 떠벌이는 경우가 꼭 있다. 영화 ‘아메리칸 뷰티’의 여고생 안젤라는 다양한 성경험을 자랑하면서 친구들을 애송이 취급한다. 하지만 안젤라는 한번도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없다.
04_ 내곁에 있어줘(Be with me)
혹시 내가 동성애자? 성정체성이 확고하지 않은 청소년기에는 동성친구를 보고 가슴이 뛰면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닐까 걱정부터 하기 마련이다. 많은 학생들이 동성 간의 친밀함을 애정으로 착각한다. 특히 여학생은 성에 대한 공포 때문에 동성을 가까이 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내 곁에 있어줘’에서 고등학생인 재키와 샘은 동성애를 나누지만 대학에 진학하면서 샘은 남자친구를 사귀게 된다.
05_ 발레교습소
청소년은 대부분 분위기에 휩쓸려 충동적으로 성관계를 한다. 영화 ‘발레교습소’에서 민재와 수진은 우연히 집에서 비디오를 함께 보다가 첫경험을 한다. 실제로 10대의 첫경험은 술을 마신 뒤, 시험이 끝나고, 성인의 날 같은 기념일에, 비디오 방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다.
06_ 콘돔전쟁(Trojan War)
10대는 어떻게 하면 이성의 환심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도 막상 사랑이 이뤄지는 순간을 대비하지 못한다. 영화 ‘콘돔전쟁’의 주인공 브래드는 선생님이 졸업선물로 내민 콘돔을 물풍선이라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아름다운 브룩과의 첫날밤을 이루려는 순간, 브룩은 콘돔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브래드는 콘돔을 찾아 밤새도록 온 마을을 뒤졌지만 결국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07_ 보이즈 앤 후드(Boys N the Hood)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 영화 ‘보이즈 앤 후드’에서 미혼부였던 흑인 아버지는 아들에게 묻는다. “섹스에 대해서 아니?” 아들이 답한다. “조금은 알아요. 여자에게 고추를 넣으면 9달 후에 아기가 나와요.” 그러자 아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아버지가 대답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이걸 기억해라. 어느 바보도 아이를 만들 수 있지만, ‘진짜 사나이’만 기를 줄 아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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