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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질문 차가운 대답, 피임!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는 방법은 줄곧 인류의 관심사였다. 가장 오래된 피임법은 기원전 1850년 고대 이집트의 테프리 파피루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이집트인은 악어 똥에 벌꿀이나 열매를 섞어 질 안에 넣으면 정자가 죽는다고 믿었다. 각종 조각품이나 그림을 보면 음경에 골무처럼 헝겊주머니를 씌운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콘돔의 기원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피임보다는 음경이 벌레에 쏘이지 않도록 하는 보호막으로 쓰였다고 한다.

피임이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19세기 이후다. 유럽 인구가 급속히 팽창하면서 출산조절운동이 시작돼 1800년대 초 피임용 주사기나 페사리 같은 자궁 내 장치와 살정제가 개발됐다. 가장 널리 쓰이는 피임기구인 콘돔은 1504년 이탈리아의 해부학자 팔로피우스가 매독 감염을 막기 위해 린넨으로 만들었는데 1880년 재질이 고무로 바뀌면서 널리 보급됐다.

현재 이용되고 있는 피임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어느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할 수 없으며 개인의 신체적인 특징, 때와 장소, 환경에 따라 융통성 있게 선택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성관계를 하면 언제라도 임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임신을 원하지 않으면 피임은 필수다.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임신중절수술 실태를 보면 미혼 여성의 낙태율이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이 중 20~24세 여성의 낙태율이 50.7%로 가장 많았고, 15~19세 청소년의 낙태율도 8.3%나 됐다. 필요한 정보는 주지 않고 성에 대한 이야기를 통제하는 현행 성교육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이제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욕구와 흥미,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에너지를 이해하고, 원하지 않는 임신, 유산, 성병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피임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

Q1. 뜻하지 않게 관계를 가졌어요. 임신할까봐 너무 걱정이 되는데 피임약을 먹으면 바로 효과가 있나요?

일반 경구피임약은 소량의 여성호르몬제로, 한 알 먹는다고 해서 피임효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 달 주기로 3주 동안 일정한 시간에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약을 먹지 않는 1주일은 자궁내막이 떨어져 나오는 생리기간입니다. 꾸준히 복용했더라도 한 번이라도 잊어버리면 피임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배란 주기에 성관계를 가졌다면 72시간 안에 응급피임약을 사용하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하면 75% 정도 임신예방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응급피임약은 강력한 호르몬제기 때문에 신중히 사용해야 합니다. 응급피임약 한 알에는 경구피임약 20~25알에 해당하는 황체호르몬이 들어있습니다.

응급피임약은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 복용합니다. 응급피임약을 먹는다는 것은 결국 2달이 넘는 기간 동안 하나씩 나눠 먹어야 하는 경구피임약 40~50알을 단 12시간 만에 먹는 셈입니다. 이렇게 많은 호르몬이 몸에 들어가면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서 월경주기 장애가 오기도 하고 구토나 어지럼증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응급피임약은 자궁외임신과 성병을 예방하지 못합니다. 응급피임약은 계획되지 않은 성관계를 가졌거나 콘돔이 찢어지는 등 피임방법이 불확실할 때 임신을 막기 위한 최후의 방법으로만 사용해야 합니다.

Q2. 가장 쉽게, 부작용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피임법은 뭔가요?

남자의 경우는 콘돔, 여자의 경우는 경구피임약입니다. 콘돔의 피임실패율은 10~20%이지만 이는 거의 사용법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정확하게 사용하면 손쉽게 임신을 막을 수 있습니다. 사용자에 따라서는 성감이 떨어질 수도 있으나 무엇보다 간편하고 임질, 매독, 트리코모나스 질염, 클라미디아, AIDS 같은 성병 감염을 예방할 수 있어 좋습니다.

먹는 피임약을 1년간 복용하면 실패율이 3%밖에 안 된다고 하지만 꾸준히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며 중간에 빼 먹으면 실패율이 높아집니다. 뿐만 아니라 먹는 피임약은 부작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콘돔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경구피임약은 응급피임약에 비해 부작용이 적지만 몸이 붓거나 가슴이 커지면서 통증이 생기기도 하고 여드름이 나거나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Q3. 임신이 걱정돼서 월경 중에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문제는 없을까요?

월경기간에 관계를 갖는 것은 여성에게 좋지 않습니다. 월경혈이 역류해 나팔관과 난소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나팔관과 난소 사이에는 틈이 있어 역류한 피가 나팔관을 따라 자궁 밖인 복강으로 나갈 수도 있습니다. 복강은 갈비뼈 아래로 대부분의 소화기관이 모여 있는 곳인데 여기에 피가 고이면 복강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Q4. 월경 중에 관계를 가져도 임신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정말인가요?

피가 나온다고 해서 모두 월경은 아닙니다. 난자가 난소에서 나올 때 가끔 피가 나기도 하는데 이것을 배란출혈이라고 합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트레스 때문에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 발생한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배란출혈을 생리라고 오해하면 월경 중에 관계를 가졌는데 임신이 됐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월경기간이 확실하다면 임신가능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피가 날 때 이것이 월경인지 배란출혈인지는 일반인이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Q5. 관계를 가진 뒤 너무 불안해서 다음 날 임신테스트를 했어요. 테스트 결과 임신이 아니어서 안심했는데 월경이 없어서 다시 테스트 했더니 임신이래요.어떻게 된 거죠?

성관계 후 난자와 정자가 만나 착상이 이뤄지는 데는 보통 2주 정도가 걸립니다. 따라서 관계 직후에는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적어도 2주는 지나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임신이 되면 ‘융모성 성선 자극호르몬’(HCG)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호르몬을 검출해 임신 여부를 확인합니다.

검사방법마다 차이는 있지만 소변으로 하는 임신진단시약은 HCG가 항체와 결합하는 면역반응을 활용한 것으로 HCG 수치가 20 이상인 경우 시약 시트에 두 줄이 나타납니다. 아침 첫 소변으로 확인하면 가장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응급피임약은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수정을 방해하거나 수정이 됐다면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 호르몬제입니다. 따라서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상태를 일컫는 임신을 확인한 다음에는 응급피임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응급피임약은 반드시 관계 후 3일(72시간) 이내에 복용해야만 효과가 있습니다.

Q6. 체외 사정했는데 질 주변에 정액이 묻었어요. 임신했을까요?

질 주변에 묻은 정액만으로 임신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정자는 산성에 약해 산성도가 강한 질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단 삽입이 이뤄지면 임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사정을 하기 전에 쿠퍼선액이란 맑은 액체가 나오는데 이 속에는 적은 양이지만 정자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체외 사정했더라도 삽입이 있었다면 임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Q7. 콘돔이 안전하긴 하나요? 잘 찢어진다고 해서 안심할 수가 없어요.
 

콘돔이 안전하긴 하나요? 잘 찢어진다고 해서 안심할 수가 없어요.


콘돔은 남성의 성기에 씌우는 얇은 고무 봉지로 질 내에 정자가 들어가지 않도록 합니다. 두께는 0.015~0.09mm로 다양하지만 얇기 때문에 잘못 사용하면 잘 찢어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법입니다. 콘돔 끝부분에 있는 돌출부위를 살짝 비틀어 공기를 빼야 찢어지지 않습니다.

유통기한도 꼭 확인하세요. 보통 콘돔에는 살정제와 윤활유가 첨가돼 있기 때문에 3년 정도의 유통기한이 있어 이 기간이 지나면 신축성이 떨어집니다.

보통 콘돔은 길이가 180mm(±5~10mm), 폭이 52mm(±1mm)정도지만 물 4.5L를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신축성이 좋습니다. 콘돔 재질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고무나무액을 암모니아로 농축해 만든 천연 라텍스로 신축성이 뛰어나고 가격이 쌉니다.

폴리우레탄 콘돔은 비닐의 일종이라 얇기는 하지만 신축성이 떨어지고, 양의 창자 막으로 만든 램스킨 콘돔은 착용감은 뛰어나지만 비싸고 성병 예방 효과가 떨어집니다.

Q8. 가장 확실한 피임법은 뭔가요?

완벽한 피임법은 없습니다. 다만 남성과 여성이 함께 피임하면 성공률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배란시기를 피하고 여성이 경구피임약을 먹고 남성은 콘돔을 사용하면 거의 100% 피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쿠퍼선액
 

사정하기 전에 분비되는 액체로 질의 산성을 중화시킨다. 이 액체가 분비되는 장소와 그 역할을 해명한 학자의 이름을 따 쿠퍼선액이라 부른다. 여성의 질은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산성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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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계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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