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 뜻하는 섹스(sex)는 라틴어로 ‘나누다’는 의미를 지닌 단어(secare)에서 유래했다. 본래 암수가 한 몸이었는데 암컷과 수컷으로 분리되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성의 1차적 목표는 생식(reproduction)이다. 생물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닮은 개체를 만들어 그 개체로 하여금 자신의 생존 방식을 지켜나가도록 한다. 이러한 생식기능은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으로 구분된다.
섹스란 무엇인가?
박테리아를 비롯해 수많은 동식물이 무성생식을 한다. 박테리아는 먼저 몸의 크기를 두 배로 키운 다음에 반으로 갈라지면서 두 개로 증식한다. 기는줄기를 가진 딸기는 무성적으로 번식한다. 곤충 여러 종과 채찍꼬리도마뱀 등 1만5000여 종의 동물도 무성생식을 한다.
한편 암수가 따로 있는 생물은 유성생식을 한다. 유성생식을 위해서는 두 가지의 상호보완적인 과정이 요구된다.
첫째, 암수가 생식세포를 만든다. 생식세포는 원래의 체세포가 가진 염색체 수의 절반을 가진다. 체세포 속에는 두 벌의 염색체가 들어 있는데, 한 벌씩 분리되어 생식세포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염색체의 수를 반으로 감소시키는 세포분열을 감수분열(meiosis)이라 한다. 감수분열의 결과로 형성된 생식세포가 정자와 난자이다.
둘째, 생식세포가 서로 만나 수정이 진행됨으로써 하나로 융합된다. 세포융합이 이루어지면 반감되었던 염색체의 수는 새로 만들어진 세포 속에서 원래대로 돌아가고 이 세포가 분열을 거듭하여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게 된다.
감수분열과 세포융합은 처음에는 생식과 관련이 없는 별개의 현상이었으나, 생물 진화과정에서 새로 연결되어 유성생식이 비롯된 것이다. 이와 같이 시간적, 공간적으로 격리되어 있는 두 개의 근원으로부터 얻은 유전물질의 혼합이 가능해짐에 따라 성이 출현하게 되었다. 요컨대 섹스란 새로운 개체를 창조하기 위해 두 개의 개체로부터 받은 유전물질을 혼합하는 과정이라고 정의된다.
사람을 비롯한 척추동물의 세계에서는 유전물질의 혼합이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성교 과정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섹스의 개념을 성행위와 분리시켜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섹스와 성교는 별개 개념이다.
특히 사람의 경우, 성기의 결합이 없이도 생식이 가능하다. 인공수정이나 생식보조 기술 덕분이다. 이처럼 성행위가 없는 생식이 있는가 하면, 생식이 없는 성행위 역시 다반사이다. 피임기술의 진보로 성교는 하지만 임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만이 가능한 일이다. 인간 이외의 생물에 있어서 섹스는 생식 바로 그 자체이다.
성은 왜 존재 하는가
이러한 성의 정의에 따르면, 지구상에 나타났던 최초의 성은 박테리아 방식의 유전물질 교환이다. 대부분의 박테리아는 조건이 맞을 때 신속하게 무성적으로 증식하지만, 일부는 무성생식을 포기하고 다른 박테리아와 유전물질을 끊임없이 주고받는다. 섹스의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 간주되는 박테리아의 유전물질 교환은 약 30억 년 전 태고대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감수분열적인 섹스는 약 10억 년 전 원생대에 진화된 것으로 유추된다.
성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이 제시되었다. 성이 존재하는 이유를 진화론에 입각하여 설명한 최초의 인물은 독일의 아우구스트 바이스만(1834~1914)이다. 그는 유전적 혼합이 종의 다양성을 증진시켜 자연선택이 작용할 여지를 넓혀주기 때문에 진화에 유익하다는 주장을 폈다. 성을 가진 생물은 무성생식하는 생물보다 다양한 자손을 많이 생산할 수 있으므로 섹스는 종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증대시킨다는 의미이다. 바이스만의 이론은 거의 한 세기 동안 정설로 여겨졌고 생물학 교과서에 표준이론으로 소개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이러한 이론에 논리적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생식의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유성생식이 무성생식보다 훨씬 불리하기 때문이다.
생물은 가급적이면 많은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무성생식은 이러한 생물의 본능을 충실히 실행에 옮기지만 유성생식은 그렇지 못하다. 박테리아는 유전자를 후손에게 고스란히 넘겨주지만 유성생식하는 생물은 어버이로부터 각각 50%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할 따름이다. 바꾸어 말하면 감수분열에 의해 양친 유전자의 절반을 내버리게 된다. 또한 유성생식은 성을 위한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테면 암수의 배우자를 찾아야 하며 실제로 교미 행위를 해야 한다. 에너지와 시간의 낭비가 불가피한 것이다.
요컨대 섹스는 생식을 위해 반드시 좋은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성공적으로 진화된 고등생물일수록 유성생식에 의해 종족을 번식시키고 있다. 따라서 섹스의 비용을 부담하는 대가로 개체가 보상받는 이익을 밝혀내는 일이 생물학자들의 과제가 되었다. 100년 가까이 통용되던 표준이론이 설득력을 잃으면서 성의 기원을 밝히는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미국의 조지 윌리엄스는 생식을 복권 뽑기에 비유하고, 무성생식은 같은 번호의 복권을 여러 장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당첨될 확률이 낮지만 유성생식은 번호가 다른 복권을 여러 장 갖고 있는 셈이므로 당첨될 가능성이 한결 높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섹스는 다양성을 제공하므로 유성생식하는 개체에게 이득을 준다는 것이다. 윌리엄스의 아이디어는 생태학자들에 의해 더욱 발전되었다. 생태학자들은 성을 지닌 생물이 그렇지 않은 생물보다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난 점을 강조했다. 요컨대 생물이 환경의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식을 낳는 유성생식이 무성생식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섹스가 진화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일부 분자생물학자들과 유전학자들은 생태학자들과 달리 섹스가 유전적 다양성을 증진시키기보다는 도리어 제한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이론을 전개하기도 했다.
성은 왜 존재하는가. 우리는 섹스의 존재 목적에 대해 해답을 여럿 가지고 있으나 누구나 동의하는 정답은 아직 없다. 그러나 서로 다른 측면에서 모두 옳은 해답일는지 모른다. 어쨌거나 한 가지 이론으로 섹스의 수수께끼를 풀 수 없는 까닭은 성이 처음에는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되었으나 나중에 또 다른 문제의 해결에 이용되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자를 다른 동물의 암컷과 구별 짓는 생리적 특징의 하나는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사라진 발정기이다. 동물의 경우 암컷 생식기의 외음부 주변이 마치 물집처럼 팽창하면서 매혹적인 냄새와 색깔로 수컷에게 성적 신호를 보내는 상태를 발정이라 한다. 영장류 암컷의 발정기는 대개 한 달에 일주일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따라서 발정기에 들어서면 암컷은 수컷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해서 자신의 음부를 벌려 보여주며 광적으로 성행위에 빠져든다. 예컨대 색광인 바바리 마카크(짧은꼬리원숭이) 암컷은 모든 수컷에게 적어도 한 번씩 기회를 주면서 평균 17분마다 교미를 한다. 그러나 발정기가 지나면 성행위에 거의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사람은 아무 때나 섹스를 한다
여자의 조상들에게 물론 발정기가 있었다. 월경이 끝나고 며칠 지나면 발정기가 시작되었다. 배란을 하는 12일째부터 14일째에 이르는 시기에 발정의 절정에 이른다. 배란은 성숙한 난자가 난소에서 배출되는 현상이다. 배란기에 성교를 하면 임신하기 쉽다. 그런데 진화 과정에서 발정기를 잃어버림에 따라 남자들은 배란기를 알 수 없게 되었다. 배란기가 은폐됨에 따라 남자들은 여자를 확실히 수태시킬 수 있는 시기를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남자들은 끊임없이 성교를 하지 않으면 자식을 얻기 어려운 곤경에 빠지게 되었고, 동시에 여자들은 남자의 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성행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임신 중은 물론이고 폐경 이후까지도 성관계를 가질 정도였다. 여자들이 이처럼 놀라운 성적 수용 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된 것은 다른 동물의 암컷들에 견주어 볼 때 생물학적으로 어처구니없는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오로지 발정기에만 교미를 하여, 교미의 본래 목적인 수태를 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능력을 최소한으로 투입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수태 가능성을 도외시하고 막무가내로 성행위에 탐닉하는 인류는 확실히 어리석은 측면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진화 과정에서 발정기가 사라지고 배란이 은폐되어 여자들이 지속적인 성적 수용 능력을 갖게 된 것은 잘못된 일이란 말인가. 그럴 리가 없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배란 은폐가 진화된 덕분에 인류가 때를 가리지 않고 성교를 하게 됨에 따라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에게는 생식에 이어 쾌락이 섹스의 두 번째 목적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득히 먼 옛날 여성의 발정기가 사라진 것을 계기로 섹스가 생식과 분리되기 시작하면서 쾌락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된 것이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제2차 성징이 발달하고 성적 충동을 느끼게 된다. 남자는 체격이 커지고 목소리가 바뀌며 몽정과 자위를 시작한다. 여자는 젖가슴이 커지고 월경을 개시한다. 물론 남녀 모두 거웃이 자라는 등 생식기에 변화가 온다. 특히 호감이 가는 이성을 대하면 본능적으로 성적 충동, 곧 성욕을 느끼게 마련이다.
성욕은 뇌에서 나온다
제2차 성징이 발달하고 성욕이 일어나는 것은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성호르몬으로는 남자의 테스토스테론, 여자의 에스트로겐이 있다. 성호르몬의 분비는 뇌의 변연계에 의해 조절된다. 변연계는 시상하부, 해마, 뇌하수체 등으로 구성된다. 시상하부는 성욕을 일으키며 성호르몬 분비를 제어한다. 뇌하수체는 시상하부로부터 신호를 받으면 성선자극호르몬(gonadotropin)을 방출한다. 이 호르몬은 고환을 자극해 테스토스테론을, 난소를 자극해 에스트로겐을 분비시킨다. 변연계가 성욕을 관장하고 있으므로 사람의 성 기관 중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것은 생식기가 아니라 마음의 산실인 뇌라고 할 수 있다.
한자로 성(性)은 심방변()에 날생(生)자를 붙인 것이다. 심방변은 마음을, 날생은 신체를 의미한다. 요컨대 성이란 마음과 몸의 양면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섹스란 인간의 존재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며, 결코 성교, 생식기, 성적 쾌락 따위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될 터이다.
우리들의 性적표
당신의 性적표는 몇 점일까요?
임신과 피임에 관한 10문제에 O, X로 답해 보세요.
1 콘돔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2 에이즈 바이러스는 콘돔도 뚫는다.
3 오랄섹스는 성병을 옮긴다.
4 사정 전에 나오는 맑은 액체로도 임신될 수 있다.
5 자궁외임신을 하면 생리와 비슷한 피가 난다.
6 먹는 피임약(호르몬제)은 관계 갖기 하루 이틀 전에 먹는다.
7 관계 뒤 임신진단시약을 이용하면 임신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8 자궁 안으로 들어온 정자를 죽이는 살정제는 관계 직후 질에 넣어야 한다.
9 응급피임약은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10 응급피임약은 임신을 확인한 뒤에 먹는다.
평가방법
(0~4점) 평소 성문제에 무관심한 편이다. 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다.
(5~7점) 기본적인 성지식은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성경험이 있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5문항은 알고 있어야 임신과 피임을 선택할 수 있다.
(8~10점)성지식 이해도는 완벽하다.
정답>; 1, 3, 4, 5는 맞고, 2, 6, 7, 8, 9, 10은 틀렸다. ←이곳을 마우스로 드래그하면 답이 보입니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10대의 움직이는 성
INTRO 질주하는 10대의 성, 안내 표지판이 필요하다
1. 너희가 섹스를 아느냐
2. 가속도 붙은 사춘기
3. 사랑은 변하는 거야
뜨거운 질문 차가운 대답, 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