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메라제사슬반응은 DNA를 순식간에 수백만개씩 복제해낸다.
수년전 세투스사(社)가 최초로 폴리메라제사슬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을 상용화한 이래 이 방법은 전세계 의학 법의학 인류학 연구실에서 개가를 올리고 있다. 폴리메라제는 DNA와 RNA의 촉매가 되는 효소로서, 폴리메라제사슬반응은 DNA를 순식간에 수백 만개씩 복제해내는 것.
PCR(폴리메라제사슬반응)은 현재 AIDS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정교한 실험에 이용되며 유전자지문이나 수천년된 미이라의 유전자를 읽어내는데도 사용된다. PCR을 최초로 상용화했던 세투스사(社)는 이에 그치지 않고 보다 많은 분야에서 PCR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한 예로 세투스사는 PCR을 이용해 기름 오염원과 위조향수 마약을 판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PCR의 가장 큰 장점은 샘플 속의 흔적에서 표적이 되는 DNA서 열을 다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방법의 핵심을 요약하면 먼저 열을 가해 DNA 이중나선을 각각의 것으로 푼 뒤 이것을 주형으로 해서 두개의 새로운 나선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두가지 핵심요소가 다시 첨가되는데, 그 하나는 DNA폴리메라제이고 다른 하나는 프라이머(Primer, '도화선', '첫걸음'의 뜻)라고 불리는 합성 DNA다. 이들을 통해 한시간 반 정도면 1천억개정도의 DNA를 복제해낼 수 있는 것이다.
세투스사는 이 두가지 요소가 상품에 달린 꼬리표(tag)처럼 DNA를 쓸 수 있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이 회사는 특히 기름오염원을 밝히는데 PCR이 한몫을 하리라고 기대한다.
만약 알래스카 해역에 1천만갤런(26만ℓ)정도의 기름이 누출되면 그 오염원을 밝히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실제 오염사고는 그보다 작은 규모이기 십상이다. 미국만해도 매해 발생하는 1만2천건의 오염사고 중에서 해안 경비대가 오염원을 밝혀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범죄자를 잡아내기는 어려울만큼 소량이라고 하지만 이런 기름누출이 환경생태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것도 없이 막대하다.
오염원을 찾아내려는 세투스의 아이디어는 이렇다. 티스푼 정도 분량의 각기 다른 DNA를 모든 유조선의 기름탱크에 섞어 넣는다. 단 1백개의 기본적인 DNA쌍만으로도 ${4}^{100}$개의 다른 DNA서열이 만들어지므로 각각의 탱크는 각기 독특한 유전자들을 꼬리표처럼 갖고 있게 된다. 이 각각의 DNA서열은 해안경비대에 파일로 정리된다.
만약 기름누출사고가 생기면 해안경비대는 기름에서 표본을 채취해와 그 지역에 떠다니는 배들이 갖고 있는 DNA 표본들과 짝을 맞춰본다. 당연히 오직 하나의 DNA만이 반응해 오염원을 가려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독특한 아이디어는 그러나 현실화되기에 다소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모든 유조선 회사들이 이 작업에 참가해야하고 국가간협정도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편 다른 분야에서의 PCR의 산업적 이용은 곧 실현될 전망이다. 가장 서두르고 있는 곳은 향수 회사. 자기회사 상품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기 위해 DNA꼬리표를 붙여 위조향수를 막겠다는 것이다. 또 꼬리표가 되는 DNA의 농도는 극히 낮아 위조회사들이 흉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만큼 안전장치 역할까지 한다.
진품과 모조를 가리는 역할 외에 DNA 꼬리표가 할 수 있는 일은 또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원래 생산자의 뜻과는 달리 원료를 유용하는 악덕 중간상인들을 막는 것. 예를 들어 화학공장에서는 헤로인이나 코카인이 유출될 수 있는데 DNA꼬리표로 이들을 추적 하는 것아다.
유전공학을 상품화에 연결한 세투스사는 "수년내에 PCR이 산업 분야의 핵심기술로 떠오를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