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헥 돕소니
12인치 돕소니언 망원경. ‘너무 무거운 당신’, 무게가 22kg이라 정기관측회 때만 가져간다.
B 플래시 라이트
어두운 관측지에서 길을 찾거나 성도를 살펴볼 때 사용한다. 작은 나침반도 달려 있다.
C 성도
계절별로 관측할 수 있는 별자리가 기록된 ‘별자리 지도’. 관측에 필요한 적경, 적위, 황도가 적혀 있다.
D 반사망원경
8인치 망원경으로 천구의 북극을 따라 일주운동을 관측하기에 편리하다.
E 카메라
멋진 ‘별 사진’을 찍기 위해서 감도와 색감이 뛰어난 필름카메라를 사용한다.
F 데이터북
별을 관측한 시간, 장소, 관측지 주변의 환경을 적는 노트
“별의 일주운동을 찍으려면 극축을 찾는 것이 중요해.”
“극축은 어떤 장비로 찾아요?”
지난 7월 7일, 곧 있을 여름 정기관측회를 앞두고 이화여대 천문관측 동아리 ‘폴라리스’(Polaris) 회장 엄지원(07학번) 씨가 1학년 정정연(08학번) 씨에게 망원경 조작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북극성이란 뜻의 폴라리스는 1977년 창립해 올해 31기 신입회원을 뽑았다. 오래된 역사만큼 동아리 방 한쪽에는 그간의 관측 역사를 보여주는 별 사진이 가득하다. 여름, 겨울 정기관측회와 수시관측회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사진에는 촬영장소와 사용한 필름, 노출정도 같은 정보가 있어 후배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2박 3일 일정으로 떠나는 정기관측회는 회원들 20여명이 참석한다. 초승달과 그믐달이 뜰 때를 골라 서울 외곽으로 떠난다. 달이 밝으면 별을 관측하기 어렵기 때문.
폴라리스의 보물 1호는 정기관측회 때만 가져가는 무게 22kg의 돕소니언 망원경이다. 돕소니언 망원경은 구경이 커 빛을 많이 모으기 때문에 어두운 별도 잘 관측할 수 있다. 전영민(06학번) 씨는 “우리가 관측하는 별 빛은 수만 광년에서 수억 광년 이전의 빛”이라며 “망원경으로 과거의 시간을 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별에 대한 이들의 사랑은 아무도 못 말린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망원경과 카메라를 챙겨들고 무작정 ‘게릴라 관측’을 떠난다. 다음날 수업이 있으면 동트기 전까지 별을 관측한 뒤 돌아와 부족한 잠은 동아리 방에서 보충한다. 그래서 동아리 방 한 쪽 구석에는 침낭과 이불이 항상 준비돼있다.
하지만 별 사진을 잘 찍는 일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다. 사진 찍기에 좋은 ‘명당’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 하늘에는 구름이 없어야 하고 북반구에서 별이 지나가는 남쪽하늘이 산이나 건물에 가려있지 않아야 한다. 사진을 선명하게 찍으려면 주변에 인공조명이 없는 곳을 찾아야 한다.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인 요즘에도 폴라리스는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기 때문에 정작 인화했을 때 쓸 만한 사진을 못 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가 따라잡을 수 없는 감도나 색감의 매력이 있다.
동아리 회원들은 별에 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망설이지 않고 배운다. 매주 세미나를 열어 망원경 조작법과 사진촬영법을 익히는 일은 기본. 최근에는 별의 일생부터 양자역학, 빅뱅이론, 초끈이론까지 공부하기 시작했다. 관측부장인 손아영(07학번) 씨는 “동아리 회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문계 학생이 더 열심”이라고 말했다.
8월은 부분일식과 유성우, 부분월식까지 세 차례의 ‘우주쇼’가 펼쳐진다. 동아리 회원들에게는 축제와 다름없다. 오늘도 어디선가 폴라리스 회원들은 밤하늘 가득한 별을 헤아리며 ‘과거의 시간’을 관측하고 있다.